직원 숨졌는데..흰천 가려놓고 작업 지시한 제빵공장 [포착]

권남영 2022. 10. 18.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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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작업하던 23살 여성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제빵 공장 측이 사고 현장을 천으로 가려놓은 채 직원들에게 작업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장 사진까지 공개돼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여성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SPL 제빵 공장 측은 직원이 사망한 바로 다음 날부터 사고가 났던 배합실만 흰 천으로 가려놓고 다른 기계들로 공정을 재개했다고 17일 YTN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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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노동자의 선혈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작업" 비판 쇄도
직원 사망 사고 발생 이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 내부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홀로 작업하던 23살 여성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제빵 공장 측이 사고 현장을 천으로 가려놓은 채 직원들에게 작업을 계속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장 사진까지 공개돼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여성 노동자가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SPC 계열사 SPL 제빵 공장 측은 직원이 사망한 바로 다음 날부터 사고가 났던 배합실만 흰 천으로 가려놓고 다른 기계들로 공정을 재개했다고 17일 YTN이 보도했다.

고용노동부가 혼합기 9개 가운데 안전장치가 없는 7대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다른 기계로는 작업이 가능하다는 게 공장 측의 입장이다.

YTN이 공개한 공장 내부 사진에는 사고 현장인 배합실만 흰 천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 옆에서 다른 직원들이 작업복을 착용한 채 일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근무하는 직원들이) 사고를 알고 있는 분들이고, 저분들이 아마 대부분 현장을 목격했을 수도 있는데 저렇게 되면 엄청난 트라우마가 있는 상태에서 일한다는 것이잖나. 굉장히 놀랐다”고 매체에 말했다.

직원 사망 사고 발생 이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 내부 모습. YTN 보도화면 캡처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사고 이후 고용부는 방호장치가 없는 혼합기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서 동료 노동자들은 죽은 노동자의 선혈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며 “뒤늦게야 나머지 2대 혼합기에 대한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사고가 발생한 3층 전체의 공정 중지도 권고한 고용부의 감독행정은 안이하고 부실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고용부와 경찰은 사고가 발생한 기계에 덮개를 올리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위법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특히 8일 전 다른 노동자가 혼합기에 손이 끼이는 사고를 당한 점에도 주목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는지 살펴보는 중이다.

동료 직원들은 현장 안전에 문제가 있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혼합기 작업을 보통 혼자서 맡아 했던 터라 사고에 취약했다는 것이다. 안전교육도 일과시간 이전에 무급으로 진행하다가 직원들이 항의하자 아예 교육을 없애 버린 뒤 가짜 교육확인서에 서명만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SPC 측은 “2인 1조로 근무하려 노력했고 안전교육도 매달 2시간씩 따로 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안전 관련 교육이 부실했던 정황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SPC는 사고 발생 이틀 만에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놨다.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사고 직후엔 입장표명 없이 해외 진출 홍보자료만 배포했다가 논란이 됐던 터라 뒤늦은 사과문의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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