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0대 여성이 무거운 소스통 붓다가.. '예고된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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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빵업계 1위 SPC그룹 계열 SPL 사업장에서 끼임 사고로 사망한 20대 여성 근로자는 남성이 들기도 버거운 중량의 소스통을 들어올려 배합기에 붓다가 무게중심을 잃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근로자들은 그간 사고 위험이 높다며 보조장치나 안전펜스 설치를 요청해왔지만 묵살됐다.
9대 기계 중 사고 기계를 포함한 7대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없는 것으로 노동청 조사에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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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장치·안전펜스 요청 묵살
국내 제빵업계 1위 SPC그룹 계열 SPL 사업장에서 끼임 사고로 사망한 20대 여성 근로자는 남성이 들기도 버거운 중량의 소스통을 들어올려 배합기에 붓다가 무게중심을 잃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근로자들은 그간 사고 위험이 높다며 보조장치나 안전펜스 설치를 요청해왔지만 묵살됐다. 유족은 “작은 제과점에서 일하던 딸이 ‘대기업에서 일하면 안전할 것 같다’고 SPL에 입사했을 때 어머니가 특히 기뻐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며 오열했다.
지난 15일 새벽 경기도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숨진 A씨(23)는 원료를 들어 기계에 넣는 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마요네즈나 고추냉이 파우더 등 원료를 기계에 붓기 위해서는 무게가 10~20㎏가량 되는 소스통을 약 1.5m 높이로 들어올려야 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고용노동청 경기지청과 평택경찰서는 A씨가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휘청거리면서 기계에 빨려 들어갔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A씨 한 유족은 17일 국민일보와 만나 “(A씨는)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고 빵 만드는 일을 하면서 나중에 제과점 사장이 되길 꿈꿨다”고 전했다.
이 공장 직원들은 평소 해당 공정이 위험하다며 회사에 시정 요구를 했었다고 말했다. 이날 A씨 빈소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남자 직원들도 (소스통이) 무거워서 같이 들곤 하는데, 옆에 사람이 없으니까 (A씨가) 혼자 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힘든 공정이라는 이유로 회사에서는 ‘배합 수당’을 지급했지만, 직원들은 ‘중량물 이동 보조 장치’ 설치를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SPL 공장의 작업량이 밀려 있어 사고 위험이 더 높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동료는 “A씨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힘들다’고 말했었다”고 전했다. SPL 노조 김정석 부지회장은 “행사(프로모션) 중이어서 평상시보다 물량이 많이 들어왔고 A씨가 있던 곳도 작업량이 밀렸다고 들었다”며 “내가 일하는 밀가루 반죽 공정에서도 사람이 없어 혼자서 기계 2대를 돌렸다”고 말했다.
'2인 1조' 근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이 외부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와 함께 '2인 1조'로 근무했던 작업자는 사고 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SPL 측은 노동청 조사에서 "A씨가 함께 작업하던 반장에게 '가루가 날리니까 언니는 나가 있으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 명이 교반기에 원료를 넣는 작업을 할 때 나머지 한 사람은 재료를 나르거나 빈 박스를 치우는 등 이동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2인 1조' 작업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분기별 6시간을 진행해야 하는 안전교육 역시 시행하지 않고 사측이 일괄적으로 '교육을 받았다'는 서명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공장은 끼임 사고가 발생하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는 장치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9대 기계 중 사고 기계를 포함한 7대는 자동방호장치(인터록)가 없는 것으로 노동청 조사에서 확인됐다. 사고 발생 일주일 전 다른 공정에서 손끼임 사고가 나기도 했다. 실제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이 공장에서는 모두 37명의 사고 재해자가 발생했는데, 이 중 가장 많은 15명이 끼임 사고로 인한 부상이었다.
SPC는 허영인 회장 명의로 발표한 사과문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신지호 기자, 평택=김용현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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