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끼임 사고, 평택 공장 직원 "2인1조 허울"..회사 이튿날 바로 기계 가동

노조 "평소에도 2인 1조 원칙 안 지켜져..한달치 안전교육 서명만 받아"
공장 직원들 "1m 높이 안전펜스만 있어도 사고 없었을 것"
허영인 SPC 회장 "재발 방지 나서 다신 가슴 아픈 일 없도록 할 것"
노동부, SPL 평택공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

17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에서 열린 지난 15일 소스 교반기계에 끼여 숨진 20대 근로자 A씨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도 않아 같은 조라고 볼 수 없다. 2인 1조 체계를 유지한다는 주장 자체가 허울뿐이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SPC 계열 SPL 제빵공장 직원은 “2인 1조인데 소스 교반기 담당은 1명이 섞인 소스를 옮기는 역할을, 다른 1명은 재료를 가져와서 교반기에 넣는 역할을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께 SPC 제빵공장에서 근무하던 A(23)씨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에서 일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교반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 숨졌다.

숨진 A씨는 입사 2년 반밖에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인데다가 충남 천안에 거주하면서 어머니와 남동생의 보살핀 ‘소녀 가장’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가장 문제는 2인 1조여도 B씨가 다른 공간에 있는 재료를 교반기로 옮겨오는 일을 해야 하는 만큼, 수시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실제 당시 A씨는 동료 직원 B씨와 2인 1조로 일을 하다 혼자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노조 측은 평소에도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또한 사측이 직원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고, 한 달 치씩 교육을 이수했다는 서명만 받는 방식으로 서류를 날조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화섬식품노조는 전국의 화학·섬유·식품 업체 근로자가 가입한 노조로, SPL 평택공장 1100여명 근로자 중 20여명이 가입해 있다.

제빵공장 직원 중 일부는 교반기 주변에 1m 정도 높이의 안전 펜스만 있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빵공장 한 직원은 “통에서 배합된 소스를 용기에 담아 옮기면 되는 업무라 주변에 안전 펜스만 있었어도 통 안으로 빨려 들어갈 일은 절대 없었을 것”이라며 “(사측은) 소스 교반기 자체가 안전하다고 생각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 같은데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제빵공장 다른 직원도 “소스 교반기 주변에 안전 펜스 하나만 설치됐어도 꽃다운 20대 동료는 아직 우리 곁에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PC는 이날 허영인 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회사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업환경 개선, 시설 투자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여 다시는 이런 가슴 아픈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 그룹 계열의 빵 반죽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안전장치가 없는 7대에만 작업 중지를 명령했다는 이유로 회사는 사고 이튿날 곧장 기계 2대의 가동을 재개해 빈축을 사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SPL 평택공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