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세뇌 당해 전투병 된다"..러 탈출 돕는 여모델의 싸움

서유진 2022. 10.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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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들, 징집 피해 카자흐 등으로 엑소더스

영국에 거주하는 러시아 출신의 전직 패션모델이 징집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하는 이들을 돕고 해외 피난처까지 마련해주고 있다고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영국 매체 메트로UK 등에 따르면 전직 모델인 크셰니아 막시모바(36)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부분 동원령'을 선포한 뒤 해외로 도피하려는 러시아인들을 돕고 있다.

전직 모델출신인 크셰니아 막시모바(사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부분 동원령을 선포한 후 해외로 도피하려는 러시아인들을 돕고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막시모바는 국경을 넘는 러시아인들에게 식량과 자금을 지원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카자흐스탄을 포함해 아르메니아·몽골 등 러시아 접경 국가에 도피자들을 수용할 피난처를 마련하고 있다.

포브스 러시아판은 지난달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내린 지 2주 만에 70만 명이 러시아를 떠났고 이 중 20만 명은 카자흐스탄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막시모바는 "러시아인들이 피난처로 택한 국가들은 결코 부유한 나라가 아니다"며 "해당 국가에 대피소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막시모바는 이번 '징집 회피 엑소더스'가 푸틴의 자국내 지지 기반 약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러시아인들은 푸틴을 진정으로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현재 푸틴의 인기는 거품이고 언젠가 그 거품이 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는 동원령에 따라 전투병이 됐는데 그런 이들은 푸틴에게 세뇌된 것"이라며 "우리는 이들의 세뇌 상태를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막시모바(왼쪽 위 첫 번째)는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반전 단체를 조직해 이사로 나섰다. 사진 러시안 데모크라틱 소사이어티 홈페이지 캡처


원래 막시모바는 잘 나가던 패션모델이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카페에서 일하던 16세 때, 스카우터의 눈에 띄어 모델로 발탁됐다. 10대 시절에는 샤넬·돌체앤가바나 등 고급 브랜드의 모델로 일했다.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 세계적인 패션쇼 무대에도 여러 차례 섰다. 최근에는 모델 경력을 살려 촬영 에이전트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사회운동가로 변모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다. 두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막시모바는 아이들까지 전쟁에 희생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 반전(反戰) 평화단체를 만들었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인들과 함께 반전(反戰) 평화모임인 '러시안 데모크라틱 소사이어티'를 만들고 이사가 됐다. 러시아인도 민주주의 가치와 인권을 중시하며 전쟁에 반대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푸틴 대통령의 역대 최대 실수"라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런던 켄싱턴에 위치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게릴라 시위를 벌이는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오는 16일에는 영국 런던 의회 광장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을 주제로 집회도 열 계획이다.

막시모바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벌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며 반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크셰니아 막시모바 인스타그램 캡처


막시모바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의 국제적 신뢰도가 추락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내가 사랑하는 조국을 푸틴이 땅에 떨어뜨렸다"면서 "푸틴이 시작한 전쟁 때문에 러시아는 앞으로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수백 년이 걸릴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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