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빗썸코리아 지배구조 난맥상

배준희 2022. 10. 1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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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강지연, 오너는 누구..이사진은 '화려'

최근 배우 박민영의 열애설이 불거지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규모 2위인 빗썸코리아의 지배구조 난맥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박민영이 은둔의 재력가로 알려진 강종현 씨와 열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동시에 강 씨가 빗썸의 숨겨진 주인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전부터 빗썸 지배구조는 숱하게 도마에 올랐다. 빗썸이 지배구조 문제를 정리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사업 확장에 큰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빗썸의 지배구조는 가장 복잡하다. 빗썸을 운영하는 회사는 빗썸코리아이고 빗썸코리아 최대주주는 빗썸홀딩스다. 이들은 최대주주 간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다. 빗썸홀딩스는 비덴트, 비덴트는 인바이오젠, 인바이오젠은 버킷스튜디오, 버킷스튜디오는 이니셜1호투자조합이 각각 최대주주로 물고 물리는 관계다. 정리하면 ‘이니셜1호투자조합 → 버킷스튜디오 → 인바이오젠 → 비덴트 → 빗썸홀딩스’로 이어지며 지배하는 모양새다. 이들은 서로 주주면서 순환 투자를 하는 식으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외 디에이에이(DAA·29.98%), 싱가포르 법인 BTHMB홀딩스(10.7%) 등도 빗썸홀딩스의 주요 주주로 참여 중이다.

형식적으로 보면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비덴트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빗썸홀딩스의 단일 최대주주는 비덴트가 맞지만, 실질적인 지배력은 소수 인물에게 집중돼 있다.

세간에 많이 알려진 인물로는 이정훈 전 빗썸코리아 의장이 꼽힌다. 빗썸홀딩스 2대 주주 디에이에이는 이 전 의장의 개인 회사로 알려졌고 BTHMB의 지분 절반 정도가 이 의장 소유다. 여기에 이 의장 본인이 소유한 지분까지 합치면 그의 빗썸홀딩스 지분율은 60%를 훌쩍 웃돈다.

이번 열애설로 다시 주목받은 인물은 강지연 대표다. 그는 빗썸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이니셜1호투자조합의 근간이 되는 이니셜의 대표 겸 버킷스튜디오 대표다. 강 대표는 ‘이니셜’로 시작해 ‘이니셜 투자조합’ → ‘버킷스튜디오’ → ‘인바이오젠’ → ‘비덴트’로 이어지며 빗썸 생태계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 중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시장에서는 크게 이정훈 전 의장과 강지연 대표가 빗썸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핵심 인물로 알려졌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끊이질 않았다. 특히 강지연 대표는 빗썸 관계사 외에는 별다른 이력이 없는 데다 나이도 상대적으로 어려 실세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뒷말이 늘 따랐다. 그러던 중 이번에 불거진 의혹 중 하나가 강지연 대표의 오빠 강종현 씨가 숨겨진 실소유주라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은 현재 사기 혐의로 재판을 진행 중이다. 그는 지난 2018년 10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과 빗썸 인수와 공동 경영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김 회장이 기한까지 인수대금을 대납하지 못해 계약이 불발되자 둘 사이는 소송으로 비화했다. 김 회장은 이 전 의장이 공동 경영을 제안하고 BXA를 빗썸에 상장해 인수자금을 확보하는 것을 돕겠다고 속였다며 1억달러 편취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수년째 싱가포르와 국내에서 법적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 박민영의 열애설을 계기로 빗썸코리아의 지배구조 난맥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빗썸코리아 관계사들은 서로 얽히고설킨 투자로 경제 공동체를 형성했다. (매경DB)

▶인바이오젠, 이사·감사 면면 화제

▷구설수 휘말리자 사외이사 줄사임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것은 이뿐 아니다. 새삼 화제가 된 회사는 인바이오젠이다. 바이오 회사처럼 보이지만 본업은 신발 제조·판매와 키오스크 유통 사업이다. 2008년 3월 설립돼 같은 해 4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사명도 수차례 바뀌었다. 아티스에서 비티원을 거쳐 2020년 바이오 진출을 선언하며 인바이오젠이 됐다. 실적은 형편없다. 지난해 매출액 105억원, 영업적자 79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는 매출 35억원에 영업적자 13억원이다. 시가총액은 630억원대로 주가 변동성이 매우 크다. 2020년 사명을 인바이오젠으로 바꾼 뒤 한때 주가는 8000원을 바라봤지만 현 주가는 1100원 수준이다. 인바이오젠 대표는 강지연 버킷스튜디오 대표가 겸임한다. 버킷스튜디오는 배우 이정재가 세운 아티스트컴퍼니 대주주기도 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사진과 감사의 면면이다. 어지간한 대기업 뺨칠 정도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사내이사로 동아일보 논설위원 출신 홍 모 씨, 경찰(서울지방경찰청)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거친 구 모 씨 등이 포함됐다. 사외이사진도 화려하다. 이 모 전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위원회 국장, 김 모 전 청주지검 검사(현 S법무법인 변호사), 선우 모 S신경과 원장(전 연세대 의대 교수)이 선임돼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배우 박민영 언니인 박민아 씨가 돌연 사외이사로 선임되자 선우 원장과 김 모 전 검사가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아 있었지만 이들은 “일신상 이유”라고만 사임 이유를 밝혔다. 새로 사외이사로 선임됐던 인물은 박민아 씨와 박 씨와 동문(컬럼비아대·싱가포르국립대)인 이 모 싱가포르국립대 교수였지만 이들 역시 석연찮은 이유로 줄줄이 사임했다. 이 교수는 사외이사가 된 지 3개월 만에 “일신상 이유”로 사임했고 박 씨는 동생 박민영 씨가 열애설로 구설수에 오르자 최근 사임했다.

더 의아한 인물은 감사다. 중견 정치인인 박기춘 전 국회의원이 맡고 있다. 그는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까지 역임했다.

이렇게 복잡한 지배구조와 석연찮은 이사진으로 인해 빗썸을 인수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무산됐다. 국내에서는 故 김정주 NXC 대표가 빗썸 인수를 시도했으나 결렬됐다. 지난해에는 북미 최대 은행 JP모건,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이 빗썸 인수를 타진했으나 무산됐다. 거래가 무산된 것을 두고 가격 조건 등 여러 원인이 지목됐지만 시장에서는 한 몸처럼 얽혀 있는 빗썸의 지배구조가 결정적인 원인이 됐을 것으로 봤다. 주주 관계가 서로 얽혀 있어 신사업을 추진하기에는 의사 결정이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 역시 일일 거래 대금 2조원을 자랑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빗썸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성사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 같은 세간의 의혹에 대해 빗썸 측은 “당사는 2014년 1월 설립 이래 ‘회장’이라는 직함을 둔 적이 없으며 언론 보도에 언급된 강 모 씨가 빗썸 실소유주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강 모 씨는 당사에 임직원 등으로 재직하거나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빗썸의 거래소와 플랫폼 운영을 비롯한 모든 사업은 빗썸코리아 경영진 책임 아래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9호 (2022.10.12~2022.10.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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