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 일 안 하려해", '빈곤의 덫' 외면한 오세훈의 낙인찍기 [2022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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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안심소득'을 홍보하던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돈 벌 기회나 노동을 할 기회가 생겨도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시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의 대표 공약인 안심소득이 기존 복지제도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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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유성호 |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안심소득'을 홍보하던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그)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돈 벌 기회나 노동을 할 기회가 생겨도 일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시청 대상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의 대표 공약인 안심소득이 기존 복지제도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말입니다.
오 시장은 "기초수급자로 한 번 선정되면 평생 그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다"고도 했습니다. 서울시가 시범사업을 계획하는 안심소득이, 현 기초생활보장제도보다 수급자의 근로 의욕을 북돋을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죠. 이에 민주당 의원이 "수급자가 자활 의지가 없다는 건가"라고 비판하자, 오 시장은 "돈을 더 벌면 자격을 상실하는 제도의 한계를 말한 것"이라 대꾸했습니다.
현 복지제도의 한계에 대한 오 시장 지적이 아주 100% 틀린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오 시장의 문제점은, 수급자들이 마치 이 제도의 빈틈과 한계를 알고 이를 의도적으로 이용해먹으려는 사람인 양 낙인을 찍는다는 점입니다.
▲ 지난 8월 8일 폭우로 인해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주택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 A씨가 익사했다. 10일, A씨가 살던 반지하 입구 앞에 깡통 포대 더미들이 2미터 높이 벽까지 가득 차있다. 이웃들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자였던 A씨의 어머니 B씨는 평소 깡통 더미를 고물상에 팔았다. |
ⓒ 김성욱 |
오 시장이 가리키는 현상은 '빈곤의 덫'이란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매우 질 낮은 것들 뿐이고, 수급권이 사라질 경우 이를 다시 얻기는 몹시 까다로우니 저 일자리를 유지하려고 수급권을 포기하기가 두렵습니다. 다시 말해,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될 정도로 가난한 사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덫에 걸립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적으로 이들의 잘못이기만 하겠습니까?
오 시장 발언은, 과거 미국 레이건 행정부가 복지제도를 공격하려고 만들어낸 악명높은 '복지의 여왕'을 떠올리게 합니다. 레이건 정부는 근로능력이 있으나 일하지 않고 복지급여를 타서 쇼핑하고 다니는 남부 흑인 여성을 '복지의 여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실제로는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자 이미지였죠. 공적 발언을 통해 한번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이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강력한 낙인효과를 발휘하고 맙니다. 오 시장은 스스로 발언을 돌아봐야 합니다.
빈곤의 덫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를 해체할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본소득이야말로 그 효과적 해법입니다. 기본소득은 시장소득과 경합하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받으면서 자발적으로 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노동을 선택한다면 기본소득과 시장소득이 더해져 큰 보상을 얻고, 노동 아닌 다른 활동을 선택하더라도 선별심사에서 탈락해 생계를 위협받을 일은 없습니다.
오 시장이 제시하는 안심소득은 상당한 역사가 있는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NIT)의 변형으로, 그 역시 현 복지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게 목표일 것입니다. 세부 쟁점은 따지고 토론해야 하지만 정책의 출현 자체에 대해선 긍정합니다. 다만, 오 시장은 안심소득의 재원에 관해서는 '기존 복지의 재원을 가져다 안심소득에 사용한다'는 말만 하고 있어서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오 시장은 현실적인 재정 모델부터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만을 위한 정책은 '가난한 정책'이라고 복지연구자 티트머스는 지적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만 위한다고 할 때 궁극적으론 이들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는 효과가 나타나고, 나아가 관련 재정 확대에 대한 사회적 동의를 구하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오 시장의 이번 발언은, 어쩌면 이 지적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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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기본소득당 공동대표입니다.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 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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