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캣 너도나도 뛰어들자 가격 뚝..'박스갈이' 수모까지
지난 12일 경북 김천시 아포읍 김천포도회 포도수출유통센터. 건물 안에는 작업자 10여 명이 내수용 샤인머스캣 포장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지역 농가에서 생산한 샤인머스캣 당도를 검사해 개별 포장한 뒤 무게를 재 2kg씩 상자에 옮겨 담아 다시 포장하는 작업이었다. 건물 바깥에도 지게차 여러 대가 샤인머스켓이 가득 담긴 상자를 이리저리 옮기느라 분주했다. 이곳은 김천 지역 5700여 포도농가 중 1600여 농가의 포도와 샤인머스캣이 몰려드는 곳이다. 10월 첫째 주에만 10t, 1억 원어치를 유통했다.
김천 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최근 김천 샤인머스캣 수요가 크게 줄고 맛도 예전보다 못하다는 평가 나오면서 수확 철인데도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국내는 물론 중국·베트남 등 다른 국가도 샤인머스캣 재배에 뛰어들면서 가격도 급격히 하락세다.
효자 노릇 했던 샤인머스캣, 가격 빠르게 하락
경북 김천은 전국에서 샤인머스캣 재배농가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국 샤인머스캣 재배농가 5099곳 중 약 33%에 해당하는 1680곳이 김천에 있다. 본래 포도 주산지인 김천은 5700여 농가가 2500㏊에서 포도를 재배하고 이 중 1800㏊에서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샤인머스캣 가격이 빠르게 내려가면서 ‘효자 농산물’과 점차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김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재배 농가가 급증한 것이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샤인머스캣 2㎏ 도매가격은 평균 1만724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2만2796원보다 5000원 이상 떨어졌다. 2년 전인 2020년 같은 시기 2만8440원과 비교하면 1만1200원 낮아졌다.
높은 가격 노린 일부 농가 저품질 상품 출하해
급격한 가격 하락은 품질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일부 농가에서 비싼 가격을 받기 위해 정상 출하 시기보다 앞당겨 샤인머스캣을 시장에 내놓으면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비싼 가격에 당도가 낮은 샤인머스캣을 사게 된다.
김천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보다 추석이 일찍 찾아오면서 명절 대목을 노린 일부 농가가 당도가 기준에 미치지 못한 샤인머스캣을 조기 출하하곤 했다”라며 “샤인머스캣이 달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기준 미달 조기 출하 상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천포도회 관계자는 “김천 샤인머스캣이 맛이 없다는 얘기가 퍼지면서 일부 유통업체에선 김천 샤인머스캣을 다른 지역 포장재에 넣어 파는 ‘박스 갈이’까지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기준 미달 샤인머스캣으로 포도 주산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 김천시는 샤인머스캣 품질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적정 기준 지켜달라”…품질관리 나선 지자체
김천시는 샤인머스캣 재배농가에 송이 크기와 일정 당도 기준을 지키는 조건으로 포장재를 지원하고 있다. 또 김천시장 이름의 서한을 농가에 보내 고품질 샤인머스캣을 출하해 달라고 당부하거나 출하 시 적정 기준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시내 40여 곳에 내거는 등 홍보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김천시 직원들이 농가를 방문해 출하될 샤인머스캣 당도를 측정하기도 했다.
홍승의 김천포도회 포도수출유통센터장은 “전국에 샤인머스캣 재배농가가 늘어나고 가격 경쟁력 면에서 결코 이길 수 없는 중국·베트남도 대규모로 샤인머스캣을 재배하기 시작했다”며 “김천 샤인머스캣이 명실상부 국내외 최고의 샤인머스캣 주산지가 되려면 최고의 맛과 품질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천=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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