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하느니 팔자" 세금 아끼려 직거래 多

정다운 2022. 10. 12.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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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직거래 왜 늘어나나 했더니

# 지난 9월 26일 국내 최대 아파트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에서 전용 84㎡가 13억8000만원(20층)에 매매됐다는 실거래 등록이 뜬 뒤 입주민 채팅방은 한동안 술렁였다. 같은 면적 아파트가 지난 5월 23억8000만원(29층)에도 거래된 바 있어서다. 8월 들어서도 22억원(26일, 23층), 20억9000만원(10일, 10층)에 사고팔렸다. 매물은 로열층을 기준으로 21억~23억원, 저층이 20억원 안팎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고가 대비 10억원이나 하락한 가격에 매매가 이뤄진 셈이다.

# 같은 달 15일 용산구 이촌동 ‘삼익아파트’에서는 전용 104㎡가 17억72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같은 평형 매물 호가는 22억~26억원대였다. 호가와 비교하면 4억원 이상, 많게는 8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주인이 바뀐 셈이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직전 최고가보다 10억원 낮은 가격에 직거래 매매가 이뤄졌다. (매경DB)
이 두 거래의 공통점은 직거래 방식으로 매매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직거래는 매도인과 매수자가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부동산을 사고파는 방식을 말한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는 이런 직거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그간 워낙 집값이 뛴 탓에 중개수수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사람이 많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집값이 하락하는 시기에 싸게 파느니 가족 등에게 팔아 세금을 아끼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앞의 헬리오시티 사례의 경우, 이번 거래 목적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번 실거래가 ‘증여 거래’로 명시되지 않은 점을 들어 가족이나 친척, 지인 간 ‘특수관계인 매매’로 추정하는 분위기다. 증여나 부담부증여보다는 저가에 매매하는 게 세금 부담이 적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특수관계인 매매는 통상 거래 가격이 시세의 30% 또는 최대 3억원이 낮아도 정상 매매로 인정되는 만큼 양도소득세나 증여세 등 세 부담을 줄이려는 거래로 평가된다. 3억원 이상 차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는데 이 세금이 부담부증여보다 적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예컨대 시세가 20억원인 아파트를 가족, 친척, 지인 등 특수관계자에게 매도한다면 17억원까지 시세로 인정해준다. 그보다 낮은 13억8000만원에 매도한다면 그 차액인 3억2000만원에 대한 증여세만 내면 된다.

반면 전세를 낀 부담부증여는 시세(20억원)와 전셋값(12억원) 차액인 8억원 증여로 보는 만큼 증여세가 더 크다. 한 세무사는 “매수자가 없어 헐값에 파느니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금 낼 것을 다 내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매매로 거래를 하는 경우에도 세금(양도소득세)은 내야 한다. 다만 현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가 시행되면서 최고 45%의 기본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증여의 경우에는 최대 50%의 세율을 적용한다. 최대 세율로 비교했을 때 증여보다 양도세가 적은 셈이다. 취득세도 가족 간 증여는 세율이 12%지만, 양도로 인한 취득세는 1주택자의 경우 1~3% 수준으로 낮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취득세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증여보다 양도가 유리할 수 있다”면서 “집주인이 공시가격 3억원 넘는 주택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취득세 12%를 내야 하지만, 매도했을 때 내는 취득세는 훨씬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개수수료를 아끼려고 직접 계약을 진행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직거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매매 거래를 진행할 경우 매매 가격의 최대 7%를 중개수수료로 내야 한다. 매매 가격이 높은 경우 수천만원의 비용을 수수료로 내는 셈이다.

매도·매수 당사자 간 직접 거래한다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주춤하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중개수수료 부담이 상당하다 보니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직거래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최근 셀프등기 등 절차도 간소화된 만큼 앞으로도 직거래 비중은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매매 5건 중 1건 직거래

▷양도 유리해지자 증여는 감소 추세

세금이든 중개수수료든 지출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서울에서는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 305건 중 직거래는 62건(20.32%)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매매 거래 5건 중 1건은 직거래인 셈이다. 서울 아파트 직거래 비중은 6월 8.11%(전체 1827건 중 370건)에서 7월 11.41%(666건 중 76건), 8월 14.74%(685건 중 101건), 9월 20.32%(305건 중 62건) 등 3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경기와 인천에서도 직거래 비중이 커졌다. 경기 지역에서 최근 3개월간 아파트 직거래 비중은 6월 7.6%, 7월 10.1%, 8월 11.1%였다. 인천에서도 6월 13.9%, 7월 14.4%, 8월 15.3% 매월 아파트 직거래 비중이 증가했다.

반면 증여보다 양도가 유리해지면서 아파트 거래 건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증여 비중은 올 1월 10.2%였다가 보유세 부과(6월 1일 기준)을 앞둔 4~5월에는 보유세 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들이 증여로 몰리며 4월 23.1%, 5월 17.2%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이후 7월에는 다시 한 자릿수(7.2%)까지 하락했다. 8월 들어 8.9%(2739건 중 245건)로 비중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전체 건수 자체는 전월보다 감소했다.

물론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는 그만큼 주의할 점도 많다. 우선 계약하는 상대방이 가족 같은 특수관계인이 아니라면 실소유자가 맞는지 더욱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등본상 소유자가 맞는지부터 주민등록증, 주민등록등본, 등기권리증 같은 서류 등 꼭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 대리인이 나왔을 경우에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도 요청해 챙겨야 한다.

실소유 여부를 확인했다면 권리 관계를 파악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사려는 부동산의 가등기(임시등기), 압류, 가압류(임시압류), 근저당권 등이 설정된 것을 모르고 계약했다 낭패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사려는 부동산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나 ‘도시계획확인원’ 등 관련 서류를 모두 발급받아 사전 검토할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매매 대상 목적물을 직접 찾아가 답사하는 과정도 꼭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도 끝내 계약 사고나 법적 분쟁이 발생한다면 거래 당사자가 책임을 진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직거래는 중개 거래와 달리 어디까지나 개인 간 계약이기 때문이다.

직거래가 무조건 저렴하다는 기대도 금물이다. 일례로 강남구 자곡동 ‘LH강남힐스테이트’ 전용 59㎡의 경우 지난 8월 직거래로 11억원(7층)에 매매됐는데, 같은 달, 같은 평형·층 매물이 중개 거래로 11억3000만원(7층)에 계약서를 썼다. 자곡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직거래가 중개 거래보다 3000만원 저렴한 것은 맞지만 이 정도 금액 차이는 동·향에 따라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수준인 만큼 직거래 적정 가격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9호 (2022.10.12~2022.10.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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