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달러' 수혜주는 역시..2차전지·자동차·조선 '달러 강세 안전판'

명순영 2022. 10. 1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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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 대비 달러 가치가 급격히 뛰었다. 1달러당 원화값은 1430원까지 하락했다. 이제는 1500원을 넘어 2000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른바 ‘킹달러’를 넘어 ‘갓달러(God dollar)’로 등극할 기세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는 통상 국내 증시 하락을 동반한다. 힘이 빠진 원화를 버리고 달러를 택하기 때문에 ‘셀 코리아(외국인의 한국 주식 처분)’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 9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 순매도 금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이탈과 함께 코스피는 2년 2개월 만에 22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주식 시장 시가총액은 지난해 최고점 대비 700조원가량 증발한 상태다.

“달러를 많이 사뒀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는 푸념은 접어두자. 대신 ‘강(强)달러’ 수혜주를 찾는 편이 더 현명하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외환 변동성에 대한 민감도가 크지 않거나, 변화를 이용할 수 있는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원화 약세기에는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이 주목받는다. 달러로 표시되는 수출 가격이 낮아지며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서다. 예를 들어 미국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달러 표시 가격이 싼 ‘LG’ ‘삼성’ 가전을 자국 브랜드보다 선호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 기업 수출이 늘어난다. 아울러 또한 달러 강세 기조에서 달러로 수익을 내면 원화로 환산할 때 환율 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된다.

강달러 수혜주는 ‘순수출 익스포저’로 따져볼 수도 있다. 순수출 익스포저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차감한 순수출이 환율에 노출되는 수준을 의미한다. 이 수치가 클수록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매출 증가가 커진다.

최근 달러 강세 현상이 이어지며 ‘갓달러’ 수혜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연합뉴스)

▶LG이노텍 수출 비중 90%

▷2차전지 시장 커지고 환율 효과

국내 산업 중 대표적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산업이 반도체 등 IT다. 대표적인 반도체 부품사인 삼성전기나 LG이노텍은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다. 대부분 달러 매출이라 강달러 효과가 뚜렷하다. LG디스플레이는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분기당 영업이익이 200억원 증가하는 효과를 누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대신 IT 하드웨어나 가전을 추천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환율 효과를 누릴 수는 있으나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면 환율 효과를 누리더라도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

IT 산업 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2차전지다. 대표적인 수출 산업으로 환율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삼성SDI도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분기 영업이익 80억원 증가 효과를 누린다. 여기에 시장 성장세는 덤이다. 최근 2차전지 업종 주가는 미국 금리 인상과 유럽 전기차 수요에 대한 우려로 하락했지만, 실적 전망치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증권가는 2020년 초 이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평가액)이 최저점에 근접했다고 본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월 4~5일 10% 가까이 오르는 등 최근 폭락장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매출액 전망치가 흔들리지 않는 업종에서 수혜주를 찾아야 한다”며 IT 하드웨어와 2차전지를 추천했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조선도 달러 강세 수혜주로 꼽힌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악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주가는 ‘의외로’ 선방하고 있다. 9월 현대차 주가는 19만5500원(9월 1일)에서 18만1000원(9월 30일)으로 7.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0% 넘게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컨센서스를 웃돈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로 641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를 누렸다는 분석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판매가 좋아지며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환율 효과로 탄탄한 실적이 예상된다”며 현대차와 기아를 추천 목록에 올렸다. 미국 수출이 꾸준히 늘어난 자동차 부품 업종도 달러 강세를 반긴다. 자동차 부품업의 지난 5년간 대미 수출 비중은 27.4%였는데 올 들어 34.7%로 뛰었다. 조선·해운업계도 환율 상승을 긍정적 신호로 여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조선업의 순수출 익스포저는 59.7%로 주요 수출 업종 가운데 가장 높다. 해운업의 순수출 익스포저도 23.4%로 반도체(59.7%)·자동차(45.7%) 등과 함께 환율 상승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분류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1144원이었던 평균 원·달러 환율이 1200원으로 높아질 경우 조선업 영업이익률은 -17.2%에서 -13.8%로 3.4%포인트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달러 강세가 호재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국내 조선업계 효자 선종인 LNG선은 화물창이나 압축기 등 주요 기자재는 수입에 의존한다. 이때 지불하는 달러 비용 부담이 커졌다.

▶달러 수수료 받는 종합상사 ‘好好’

▷삼성바이오로직스·두산밥캣 추천

KT&G도 강달러 수혜주다. 키움증권은 KT&G가 전반적인 소비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10만3000원→11만원). 지속적인 달러 강세로 궐련담배 수출 판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전보다 중동 수출의 월별 변동성이 안정화됐고 코로나 사태 완화로 신시장 유통망이 회복된 점을 감안한다면, 중기적으로 달러 강세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가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도 환율 수혜주로 부상했다. 상반기 OEM 3사(영원무역·화승엔터프라이즈·한세실업) 합산 달러 매출액은 38% 증가했다. 환율 효과로 원화 기준으로는 52%나 늘었다. OEM 업체는 매출과 수입에 의존하는 원재료 비용이 달러로 책정된다. 하지만 임금을 포함한 비용 대부분은 공장이 위치한 동남아시아 현지 통화로 지출된다. 예를 들어 한세실업은 매출 100%와 원가 75%를 달러로 결제한다. 달러 강세가 1% 진행된다면 영업이익은 3.5%, 당기순이익은 2.9% 증가 효과를 누린다. 서현정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의류 OEM은 성수기에 환율 상승이라는 변수가 더해져 3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웃돌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종합상사도 눈길을 끈다. 주력 사업인 트레이딩 매출이 달러로 받는 수수료다. 아울러 해외 투자 에너지 사업에서 판매가격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3분기(6~9월) 매출은 13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1515억원) 대비 4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이익 추정치는 39% 늘어난 2065억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일찌감치 진출한 미얀마 가스전에서 실적을 챙겼다. 지난 2분기 미얀마 가스전 영업이익은 1109억원으로 전년 동기(377억원)와 비교해 194% 증가했다. 3분기 실적도 달러 강세와 가스 가격 급등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상업거래소에 거래되는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 28일 기준 MMBTU(열량 단위)당 6.96달러로 지난해 말(3.54달러) 대비 96% 올랐다. LX인터내셔널도 환율 강세 효과를 누릴 듯 보인다. 하나증권은 LX인터내셔널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5조347억원, 2614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24.7% 증가한 수치다.

제약·바이오 산업도 달러 기반 매출액 비중이 큰 편에 속한다. 달러 기반 매출 비중이 크고 원자재와 인건비 등 비용에서는 달러 비중이 작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 대부분이 달러로 이뤄지고, 모든 공장이 한국에 위치해 인건비와 감가상각비는 원화 기준으로 발생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장 유리하다.

이 밖에 두산밥캣도 추천 종목에 올랐다. KB증권은 “수출 효과를 누릴 뿐 아니라, 올해 중간 배당을 재개하고 기말 배당금은 최소 주당 700원 이상 지급하는 등 배당주로서의 면모가 탄탄하다”고 분석했다. 제품 가격도 올려 2분기에 이어 3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순영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9호 (2022.10.12~2022.10.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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