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개비 도는 '갈대 바다' 지나 '비밀의 정원'으로

남호철 2022. 10. 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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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도시' 전북 익산 힐링 가을 여행
가을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전북 익산시 용안면 용안생태습지공원이 아침 햇살에 붉게 물들어 있다. 한적하게 거닐며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좋다.


전국이 가을빛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꽃피는 봄과 녹음 가득한 여름을 지나 다채로운 가을로 접어들면서 자연도 쉴 준비를 한다. 소음 가득한 도심을 떠나 조용한 자연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는 여행객도 늘어난다. 누구의 재촉도 받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여유롭게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전북 익산이다.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 등 백제와 관련된 곳이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가을 감성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는 여행지가 곳곳에 숨어 있다.

먼저 금강 변 자연 속 힐링 명소로 떠나보자. 용안생태습지공원이다. 금강을 사이에 두고 충남 부여와 마주보고 있는 용안면에 67만㎡ 규모로 조성됐다. 4.8㎞ 둑방 바람개비길 먼발치에서 내려다보던 습지는 부쩍 가까이 다가왔다. 연못 위로 멋진 Y자형 데크길이 놓이고, 안전 하이킹을 위한 편의 시설도 갖춰지면서 산책코스로 인기다. 한적하게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그만이다. 나비광장, 풍뎅이광장, 조류전망대 등 다양한 습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다.

용안생태공원 옆엔 ‘갈대수피아’가 만들어져 있다. 약 5000㎡ 갈대밭 속에 자연 그대로의 느낌을 살린 갈대미로다. 연인, 가족 등과 갈대 사이를 여유롭게 거닐며 만나게 되는 미션 안내판을 통해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인근 성당마을은 ‘바람개비 마을’로 통한다. 형형색색의 철제 바람개비 수천 개가 꽃들과 어우러진 낭만 여행지다. 제방 길을 따라 설치된 바람개비가 평온한 강 풍경과 만나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한다. 드럼통을 세로로 자르고 그 안에 플라스틱 의자를 설치해 연결한 ‘바람개비 열차(깡통열차)’를 타고 달릴 때 색다른 즐거움이 번져온다. 성당포구 바람개비길과 용안생태습지공원은 한국관광공사 선정 반려견 산책로 ‘눈치보지마시개 길’에도 포함됐다.

4000여개 장독대로 장관을 이룬 고스락 정원을 전망대에서 본 모습.


용안면에서 23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함열읍 다송사거리 인근에 ‘고스락’이 있다. 고스락은 ‘으뜸, 최고’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한다. 전통 장을 생산하는 업체로, 4000여개 항아리를 이용해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이 장관이다. 서로 다른 크기와 모양으로 소나무와 꽃들과 조화를 이루며 전통미와 정겨움까지 안겨준다. 드라마 ‘더킹 : 영원한 군주’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유기농을 원료로 한 간장·된장이 익어가는 항아리 사이로 오붓하게 걸을 수 있다. 산책로가 심심하지 않게 겉면에 꽃그림을 그린 항아리들과 새 모양의 솟대들도 열을 짓고 있어 지붕 없는 전시관이 따로 없다. 걷다가 언덕 위 전망대에 오르면 고스락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고스락 남쪽 황등면 율촌리에는 메타세쿼이아가 성벽처럼 둘러쳐진 ‘아가페정원’이 자리한다. 50년 가꾼 숲 ‘비밀의 정원’이 지난해 3월 전북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등록한 뒤 시민 쉼터로 무료 개방했다. 약 11만5700㎡(3만5000평) 부지에 메타세쿼이아, 향나무, 꽝꽝나무, 섬잣나무, 공작단풍 등 17종 140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

익산시 황등면 율촌리 황금빛 벌판 가운데 자리한 아가페정원이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울타리에 둘러싸인 성채처럼 보인다.


정원에 들어서서 미로처럼 연결된 산책로를 걸으면 잘 다듬어진 향나무 단풍나무 밤나무 은행나무 숲길을 지난다. 영국식 포멀가든(기하학적이고 대칭적인 구조로 설계한 화단)에 도착하면 이 정원의 상징이라 할 메타세쿼이아가 거대한 원뿔을 자랑한다. 울타리 삼아 심은 500여 그루 메타세쿼이아가 40m 높이로 정원을 감싸고 있다. 길게 늘어선 아름드리 나무가 위용을 자랑한다. 고대 건축물의 회랑을 연상시킨다.

밑동에 거대한 공간을 갖춘 달빛소리 수목원 내 ‘황순원 소나기 나무’.


산책하기 좋은 또 다른 장소는 춘포면의 ‘달빛소리수목원’이다. 20여 년을 가꿔 2018년 6월 문을 연 사설 수목원이다. 아담한 언덕에 오르면 초입에 수령 500년 된 커다란 느티나무가 반긴다. 밑동에 2~3명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어 ‘황순원의 소나기 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안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과 파란 하늘이 보인다.

금목서와 은목서로 구성된 산책길도 있다. 금목서는 9~10월에 꽃을 피우는 전형적인 가을꽃이다. 주황색 꽃을 피우는데 샤넬 향수의 주원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은은한 향기가 멀리서도 후각을 자극한다. 분홍색 솜털뭉치를 자랑하는 핑크뮬리나 천일홍, 백일홍도 화려함을 자랑한다. 꼭대기에 자리한 2층 카페는 시원한 전망을 내준다. 전주 방향으로 황금빛 호남평야가 풍요로움을 과시한다.

여행메모
익산역 앞 시티투어 순환형 버스 이용…
21~30일 ‘천만송이 국화축제’

갈대밭 속에 미로를 조성한 갈대수피아.

자가용을 이용해도 좋지만 기차를 타고 익산역에서 내려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익산시티투어 순환형을 타면 편하다. 아가페정원·왕궁포레스트·미륵사지를 돌며 올 11월 27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성인 1인 기준 탑승 요금은 4000원이다.

용안생태습지공원과 고스락, 아가페정원은 입장료가 없다. 고스락은 카페와 자체 매장을 운영한다. 달빛소리수목원은 3000원을 받는다. 카페에서 음료를 사면 무료다.

오는 21일 익산 중앙체육공원에서 천만송이 국화꽃 향연 '2022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가 '국화향으로 만나는 자연과의 동행'이란 주제로 개막해 30일까지 이어진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대면행사로, 깊어가는 가을 국화꽃의 진한 향기를 도시 곳곳에서도 만나 볼 수 있도록 신흥근린공원, 미륵사지 등 도심과 주요 관광지 7곳를 통해 11월 13일까지 분산 전시된다.

전국 3대 비빔밥으로 꼽힌다는 황등 비빔밥도 이색적이다. 고추장 양념에 버무린 육회, 갖가지 채소들과 함께 먹는 육회 비빔밥이 맛있다. 보통 손님이 직접 비벼서 먹는 비빔밥과는 다르게 밥도 사전에 비벼져서 제공된다. 육회비빔밥과 함께 제공하는 선짓국의 맛도 일품이다.

익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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