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Fed에 쏠리는 눈..증권가 "美 4.5%까지 인상 후 숨고르기 가능성"

정은혜 2022. 10. 1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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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12일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자 시장의 눈은 또다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로 향하고 있다. 한은이 이번 빅스텝을 통해 최대 0.75%포인트 차이가 났던 미국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최대 0.25%포인트 수준으로 좁혔지만, 연말에는 이 격차가 다시 확대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시장에선 Fed가 다음달 초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 포인트 인상)'에 이어 12월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말 미국 금리는 최대 4.5%까지 오르게 된다. 한은이 다음달 빅스텝을 단행하더라도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이 1%포인트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은이 빅스텝을 밟지 않으면 역전폭은 더 커진다. 과거 최대 역전폭은 1.5%포인트였다.

한미 금리차 폭이 확대되면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 등에서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원화 가치 하락이 심화하고, 이는 다시 수입물가 상승을 일으켜 인플레이션을 들썩이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미국 금리를 좇아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면 가계 부채 부담이 커지고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진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무작정 미국을 따라서 금리를 올리기에는 가계 부채 등으로 인해 한국의 경제 체력이 약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 "Fed 연말 기조 변화 예상"


이 때문에 시장에선 미국 Fed가 언제 '긴축'이라는 브레이크에서 서서히 발을 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가에선 Fed가 연말까지 기준 금리를 4.5% 수준까지 올릴 경우 숨 고르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주만 해도 모든 Fed 위원들이 한목소리로 '긴축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게 제1의 목표'라고 외쳤지만, 금주 들어 소수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영국의 금융 시장 불안 등을 겪으면서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Fed 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Fed 부의장은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이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공 일변도였던 Fed 내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내년 3월까지 금리가 4.5% 이상 인상될 수 있겠지만 이후 (긴축) 정책이 휴식을 취하고 정책 효과를 데이터로 평가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시장 지표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Fed는 역사적으로 공급관리협회(ISM)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선을 밑돌거나 주택경기체감지수(NAHB)가 50선을 하회할 경우 이를 경기 후퇴 신호로 받아들이고 긴축을 철회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9월 PMI는 50.9로 50선에 바짝 다가섰고, NAHB 지수는 46으로 50선을 밑돌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조업지수와 주택경기체감 지수 등을 고려하면 12월 FOMC 회의부터는 금리 인상 기조에 변화가 일부 나타날 것"이라며 "4.5% 이상의 금리 수준에서는 대해서는 '과잉 긴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빅스텝은 예상된 수순"…금리 격차 확대폭 주목


Fed가 브레이크를 밟는 속도가 느려지면 한은도 금리 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변수는 환율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 내에서도 2명의 소수 의견이 나온 만큼 한은이 11월에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다만 환율 변동성이 클 경우 미국 금리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0.5%포인트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기준 금리가 역전된 지난달 달러당 원화 가치는 장중 1442.2원까지 하락(28일 기준)하며 2009년 3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1440원대를 기록했다.

한은의 '빅스텝'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장 국내 증시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 전망치대로 4분기 코스피 상단을 2300, 하단을 2000선 초반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금융연구원은 한은의 빅스텝을 예상하면서 10월 말 코스피 지수가 2150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47% 오른 2202.47에 마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시장은 향후 금리 격차의 확대 폭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역전 폭이 커지면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다만 그동안 한국 증시의 하락폭이 컸던 만큼 급락하기보다는 약세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지희 미래에셋 연구원은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는 가장 큰 원인이 Fed의 긴축 정책 때문"이라며 "Fed가 완화적으로 돌아서면 한국 주식 시장도 조정받은 만큼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 역시 금리 격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질 경우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팔고 나가면서 시장 금리가 튀어 오를 수 있다"며 "이 경우 국채와 회사채 금리가 순차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선 Fed의 긴축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반영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ed의 정책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될 때 주가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게 떨어져야 하는데 내년 3월은 지나야 시장이 기대감을 가질 수 있는 물가지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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