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1년9개월만에 준법위 만나 '준법경영' 약속..준법위원장 "컨트롤타워 필요"(종합)

문채석 2022. 10. 12.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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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12일 오후 '2기 준법위' 위원과 첫 면담
'준법경영' 확인..경영권 불승계, 노동3권 보장 등 확약
이 위원장 "이 부회장-준법위 만남 정례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부로부터 광복절 사면복권을 받은 지난 8월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복권 결정 관련 입장을 밝히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된 법률 감독·자문기구인 '2기 준법감시위원회' 정기회의에 참석해 '준법경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옛 미래전략실처럼 그룹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부활 등에 관해 이 부회장과 준법위가 어느 정도 교감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이찬희 준법위원장은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관심이 쏠린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 서울 서초구 삼성서초타운에서 열린 10월 준법위 정기회의에 참석해 1시간 남짓 면담했다. 지난 2월 출범한 2기 준법위에 이 부회장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이재용, 준법경영 확인…ESG 경영 동참 의지 밝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이날 준법위에 따르면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2020년 대국민발표를 통해 밝혔던 공정하고 투명한 '준법경영'에 대한 충실한 이행을 약속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또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과의 면담에서 "준법 위반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하고, 사내 준법 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더욱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위원회가 독립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준법위에 화답했다.

재계 안팎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20년 대국민발표 과정에서 언급한 경영권 불승계와 노동 3권 보장 등도 확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부활을 위한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날 준법위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이찬희 위원장은 이 부회장과의 면담에 대해 "준법위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광범위한 논의가 있었고 구체적 안은 논의한 바 없다"며 "첫 만남이니까 광범위한 부분의 방향성을 얘기했고 (이 부회장이) 위원들의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찬희 "컨트롤타워 필요…위원장 사견"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월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율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이 부회장도 준법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데 공감한 가운데 이 위원장도 그룹 컨트롤 타워 부활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이날 재차 발언했다. 지배구조 개편 등 실무 사안을 직접 논의한 것은 아니지만 오너가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지배구조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룹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인 것이다.

2기 준법위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실현'을 3대 중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꼽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날 면담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그룹 컨트롤타워 복원과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것으로 보는 게 재계 안팎의 반응이다.

이 위원장은 "개인적인 신념으로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위원회는 7명이 동일한 투표권을 갖고 있어서 제 맘대로 할 수 없고 위원 모두의 의결권은 동일하다"고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준법위와 이 부회장 간 만남이 정례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면담 횟수도 차츰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위원장은 "면담 정례화를 진행할 것"이라며 "1기 위원회에서 코로나19 등으로 자주 만나지 못했지만 더 자주 만나고,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찬희 "李 회장 승진 얘기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현장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8월30일 서울 송파구 삼성SDS 방문해 직원들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재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관련한 교감은 없었다고 이 위원장은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회장 승진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기로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와 다음 달 19일 고 이병철 선대회장 35주기, 오는 12월 사장단 정기 인사 시즌 등도 언급된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 임원에 오르면서 회장 직함을 다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사법 리스크' 등 때문에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 등을 받고 있다.

삼성이 '뉴 삼성'을 기치로 신경영 선언과 컨트롤 타워 부활을 선언한다 해도 지배구조 개편 없이는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 부회장 및 오너가 중심의 탄탄한 경영권 없이 의사결정 체계만 만들어서는 경영의 탄력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삼성은 2017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지만, 반도체 시황이 나빠지고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안보 문제와 겹쳐 굵직한 인수합병(M&A) 설비투자 집행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상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핵심 코스 중 생명~전자 연결고리가 약한 상황이다. 국회에서 보험 계열사 주식 보유를 총 자산의 3%로 제한하는 보험업법(소위 삼성생명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인 게 변수다. 개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지만, 실현될 경우 삼성생명은 약 20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준법위 측은 "삼성생명법이든 어떤 현안이든 생기면 위법 리스크를 사전 검토 및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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