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 '미샤 신화'를 스스로 부정한 창업주

박소연 2022. 10. 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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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숍 화장품의 대명사 미샤.

2002년 3300원짜리 화장품으로 돌풍을 일으켜 2012년 업계 3위까지 오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은 서영필 전 에이블씨엔씨 회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서 전 회장을 대표하는 평판은 '미샤 신화'보다는 '책임감 없는 기업가'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서 회장의 발언은 미샤의 정확한 시장가치를 알려주는 정보로서보다는, 그가 견지해온 기업관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시장 전체에 정확히 알려주는 정보로서 기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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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후 떠난 기업 매물로 나오자
기업가치 평가절하 '비아냥' 발언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로드숍 화장품의 대명사 미샤. 2002년 3300원짜리 화장품으로 돌풍을 일으켜 2012년 업계 3위까지 오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은 서영필 전 에이블씨엔씨 회장이다. 최근 그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 하나가 큰 화제를 모았다.

서 회장은 미샤를 2017년 사모펀드에 매각했는데, 미샤가 최근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자 한마디 거든 것이다. 그는 예상 매각가가 1500억~2000억원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매도자의) 꿈이 너무 과하다"고 썼다. 미샤의 기업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이유로 "기업의 핵심인 인력조직이 파산 났다"고 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과거 미샤를 소유했던 당사자로서 최근 거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취지로도 해석해볼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 말이다.

서 회장은 이어 "저 금액ㅎㅎ돌았, 그냥 저 돈 나주라"는 비아냥 발언을 던진 뒤 본인이 최근 새로 만든 화장품 브랜드 홈페이지를 첨부하며 "가장 앞선 과학, 가장 착한 가격 바이옴엑티베이트"라고 홍보에 나섰다.

서 회장의 글이 일으킨 파장은 대단했다. 화장품 업계뿐 아니라 인수합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내용은 대체로 ‘상도의에 어긋나는 몰염치한 언사’로 요약된다.

특히 아직 미샤에 남아 브랜드를 키우고 있는 직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화장품 업계에 오래 몸담은 한 취재원은 "본인은 수익을 제대로 챙겨 나가놓고 이제 와서 미샤를 깎아내리면 남아있는 직원들은 뭐가 되느냐"고 했다. M&A에 능통한 한 기업 오너도 "M&A 관점에서 보면 서 회장이 미샤를 매각할 당시 금액에는 회사의 미래가치가 다 포함된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자기 입으로 그 가격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본인이 가격을 부풀려 팔았다고 말하는 자가당착"이라고 해석했다. 기업윤리를 떠나 인성 측면에서도 "핵심 인력이 파탄 났다고 말하는데 남아있는 사람들, 한솥밥을 먹었던 식구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서 회장의 이번 글은 그가 쌓아놓은 부정할 수 없는 성과를 스스로 해체하는 일이 될 수 있다. 피죤 연구원이던 그는 미샤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지 2년 만에 매출 1000억원대 브랜드로 키웠다. 2012년에는 단일 브랜드로 매출 4500억원대를 거두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에 이어 업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서 회장은 로드숍 화장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경쟁이 심화하자 2017년 자신이 보유한 지분 25.5%를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1882억원에 매각하고 화장품 업계를 떠났다. 그리고 최근 5년 경업(영업상 경쟁)금지 기간이 끝나자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복귀했다.

서 회장은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놀라운 업적을 이뤄낸 인물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 서 전 회장을 대표하는 평판은 ‘미샤 신화’보다는 ‘책임감 없는 기업가’로 바뀔 것이 분명하다.

한 기업은 대주주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과 협력사, 소액주주, 고객 등 전체 사회와 영향을 주고받는 긴밀한 관계에 있다. 이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서 회장의 발언은 미샤의 정확한 시장가치를 알려주는 정보로서보다는, 그가 견지해온 기업관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시장 전체에 정확히 알려주는 정보로서 기능하게 됐다.

냉혹한 거래, 속고 속이는 비열한 전투, 어떤 가치도 돈보다 우선할 수 없는 차디찬 M&A 시장에도 최소한의 윤리와 예의 그리고 금도가 있다. 서 회장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많은 업계 종사자들이나 전문가들이 서 회장 글에 충격을 받거나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건 이런 최소한의 인간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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