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도피중인 범죄자 검거, 획기적 대책 필요하다

2022. 10. 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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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逃), 2부(否), 3배(背)'라는 말은 형사사건으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는 범죄자들의 세계에서 흔히 사용되는데, "우선 달아나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힘이 센 연줄을 찾아 이른바 '빽'을 쓰라"는 의미로, 법의 권위나 법의 집행을 조롱할 때 쓰인다.

법원에서 징역, 금고 등 실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뒤에도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형을 집행할 수 없는 '자유형 미집행자'의 수가 지난해 2347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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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형 미집행자' 역대 최대
불구속·해외도피 등 대응력 한계
인력 확충·추적기법 도입해야

‘1도(逃), 2부(否), 3배(背)’라는 말은 형사사건으로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는 범죄자들의 세계에서 흔히 사용되는데, "우선 달아나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힘이 센 연줄을 찾아 이른바 ‘빽’을 쓰라"는 의미로, 법의 권위나 법의 집행을 조롱할 때 쓰인다.

법원에서 징역, 금고 등 실형을 선고받고 확정된 뒤에도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형을 집행할 수 없는 ‘자유형 미집행자’의 수가 지난해 2347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7년 1363명, 2018년 1440명, 2019년 1470명, 2020년 1964명으로 그 수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가 추세다.

불구속 재판의 확대, 도주 방식의 지능화, 해외 도피의 증가 등이 원인이다. 문제는 정부가 이러한 자유형 미집행자 증가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형의 집행 업무를 담당하는 검찰 내에 도주범 검거를 위한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행정·조사·재판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순환 근무로 담당하다 보니 그 전문성 또한 높다고 보기 어렵다. 현행 체제로는 연간 10만명에 이르는 벌금 미납 지명수배자를 검거하기에도 벅차다. 자유형 미집행자 외에도 재판 중 잠적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연평균 2만4000건에 달하는데, 이들은 실형 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람들이지만 이들의 검거에 나설 여력이 없다. 왜냐하면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벌금 수배자,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에도 힘에 부치기 때문이다.

지능적으로 도피하는 범죄자를 추적하는 일은 끈질긴 집념과 축적된 경험 없이는 어렵다. 미 법무부 산하의 US Marshal(연방 보안관)과 같이, 판사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도망자 추적만을 전담하는 전문조직이 필요하다. 1960년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도망자(The Fugitive)’가 1993년 영화로 리메이크됐는데, 도망 다니는 의사 리처드 킴블 역할을 해리슨 포드가, 킴블을 추적하는 US Marshal 역할을 토미 리 존스가 각각 맡았다. 극 중 어떤 경우라도 냉철하게 판단하고 도주범이 사망한 것이 확인되지 않는 한 추적을 포기하지 않는 US Marshal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US Marshal은 해외 조직을 갖추고 지구 끝까지 범죄자를 추적하는 것으로 유명해 미국인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둘째, 형의 집행이 실효적으로 이뤄지기 위한 법과 제도가 미흡해 보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휴대전화의 사용 권역(圈域)인 ‘기지국’을 분석하는 것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등 그 추적 기법이 원시적이다. 현행법으로는 도피 경로나 도피자금 파악 등 형의 집행을 위한 강제수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점(點)으로 표시되는 휴대전화의 위치 정보 수집이나 용의차량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하는 것은 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유병언 검거를 위해 공권력이 총동원되다시피 하고도 검거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최소한 국민들이 동의하는 중대범죄만이라도 판사의 영장이 있는 경우 위치 정보 수집 등이 허용돼야 한다.

정의와 공정의 실현은 기본을 바로 세우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도피한 범죄자는 반드시 붙잡아 그 형을 집행한다는 국가에 대한 믿음 그것이 가장 기본이다. 이것이 형이 확정되거나 형 확정이 예견되는 중대 범죄자를 신속히 검거하는 일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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