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주도하는 이란 시위..죽은 16살 니카도 히잡 불태웠다

방제일 2022. 10. 1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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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머리에 심한 외상 발견"
시위 중 의문사 10대 잇따라
당국은 '자살', '추락사' 주장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게 끌려갔던 마사 아미니(22)의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이제 'Z세대(1997~2012년 생)'가 주도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이란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10대 소녀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고 있는 가운데 반정부 시위에 참석한 뒤 실종돼 10일 만에 의문사 한 이란의 10대 소녀가 히잡을 태우는 영상이 공개됐다.

10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실종 10일 만에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된 니카 사카라미가 9월 20일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대형 쓰레기통 위에 올라가 히잡을 태우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후 니카는 친구에게 경찰에 의해 쫓기고 있다고 문자를 보낸 후 실종됐다.

◆ 유가족은 "보안대가 살해" VS 정부 당국 "건물 추락사"

실종된 니카는 열흘 후 싸늘한 주검이 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란 정부는 니카가 공사장 건물에서 추락해 숨졌다고 주장했지만 가족은 그녀가 이슬람혁명수비대에 납치돼 일주일간 심문을 받았으며 그 뒤 교도소에 수감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TV는 니카로 보이는 10대 소녀 또는 여성이 골목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흐릿한 영상을 방송했다. 니카의 이모 또한 국영TV에 출연해 조카가 테헤란의 집 가까운 건물에서 떨어져 사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부 당국은 니카가 실종 당일 건설 노동자 8명이 있는 건물에 들어갔고 다음날 아침 건물 앞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검 결과 골반, 머리, 팔다리에 다발성 골절을 입었다"며 "높은 곳에서 던져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니카의 어머니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자매인 아타시와 동생 모센이 경찰에게 끌려가 니카의 죽음과 관련 거짓 진술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 딸의 시신을 직접 봤다. 딸의 뒤통수는 두개골이 함몰돼 매우 심한 타격을 입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BBC 페르시안이 입수한 테헤란의 한 묘지에서 발행한 사망진단서에서도 니카는 "단단한 물건으로 여러 차례 부상을 입었다"고 나왔다.

가족들은 니카의 시신이 실종 열흘 만인 지난 1일에야 가족들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보안당국이 니카의 시신을 탈취해 가족 허락 없이 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니카의 어머니는 정부가 니카의 죽음이 반정부 시위와 무관하다는 증거로 내세운 CCTV 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 자기 딸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니카의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도 영상 속 여성의 걸음걸이가 니카와 다르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사망한 딸의 형제·자매가 당국에 의해 구금돼 있는 동안 니카의 죽음에 대해 거짓 진술하도록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안대가 4살 자짜리 아이까지 구속하겠다고 동생을 협박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니카처럼 나도 어렸을 때 히잡을 강요하는데 반대했지만 우리 세대는 저항할 용기가 부족했다"며, "우리 세대는 압제와 협박, 굴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내 딸은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저항했다"고 덧붙였다.

◆ 이란 시위 주도하는 Z세대, 니카의 사망 반정부 시위 기폭제 돼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게 끌려갔던 마사 아미니(22)의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이제 'Z세대(1997~2012년 생)'가 주도하고 있다.

하디스 나자피(22)는 지난 9월 21일 테헤란 서부 카라지에서 시위를 하던 중 보안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또 다른 16세 소녀 사리나 에스마일자데 역시 같은 달 23일 카라지에서 시위를 벌이던 중 보안군이 휘두른 지휘봉으로 머리를 심하게 구타당한 뒤 사망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앞선 죽음과 니카의 사망으로 인해 이란 전역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는 Z세대들이 참여하는 기폭제가 됐다.

니카의 사망 이후 이란인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여학생들이 교실에 걸려 있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향해 손가락을 하거나 사진을 떼어내는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이란 전역에서는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히잡을 벗어들고 거리를 행진하거나 히잡을 불태우는 '화형식'도 벌였다. 표어인 '여성, 삶, 자유'를 외치는 영상도 쏟아지고 있다. 거리 시위가 여의치 않을 때에는 교실에서의 시위를 찍어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대학가의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혁명이다"는 구호를 외쳤다. 행진할 수 있는 곳에서는 행진을 하고 불가능한 곳에서는 온라인에 영상을 올려 시위가 이어진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란 휴먼 라이츠(IHR)는 현재까지 시위 도중 95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어린이인권보호 이란사회'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 중 사망한 어린이는 총 28명에 달한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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