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너무 바쁜 미국 정부, 한가한 한국 국회

전웅빈 2022. 10. 12.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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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싱크탱크 시카고카운슬 국제문제협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61%는 한국에 대한 호감을 표했다.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는 취임 100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민 지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예로 이를 언급했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대북 전략을 묻자 77%는 미국이 북한 말고 다른 긴급한 문제를 다루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북한보다 시급한 일을 하라는 미국민 답변은 행정부와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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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미국 싱크탱크 시카고카운슬 국제문제협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61%는 한국에 대한 호감을 표했다. 1978년 관련 조사 시작 이후 가장 높다.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는 취임 100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민 지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예로 이를 언급했다. 호감 덕인지 미국인 72%는 주한미군 주둔을 지지했고, 55%는 북한이 침략하면 미국이 방어해야 한다고 답했다. 역시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한다. 그런데 같은 조사에서 대북 전략을 묻자 77%는 미국이 북한 말고 다른 긴급한 문제를 다루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인식의 괴리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북한 문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얼마 전 NK뉴스 기고에서 이를 “워싱턴에서 사라진 북한에 대한 관심”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여름 워싱턴을 방문해 미 당국자와 전문가들을 만나 얻은 핵심 요점이라며 이렇게 설명한다. 미 행정부 내부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은 사상 최저 수준인데, 그 이유는 ‘중국과의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글로벌 식량 및 에너지 위기’ ‘심화하는 내부 분열’ 등 다른 수많은 도전 과제를 처리하는 데 공력을 쏟느라 북한 문제를 신경 쓸 여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북한보다 시급한 일을 하라는 미국민 답변은 행정부와 이런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비핵화 정책에 대한 회의론도 확산하고 있다. 란코프 교수는 “어떤 압력이나 인센티브도 북한이 핵 억지력을 포기하도록 설득하지 못하리라는 것은 이제 합의된 견해로 보인다”며 “결국 북한과의 협상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 통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코리아리스크그룹 설립자 채드 오캐럴은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대부분의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제 비핵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을 뿐”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2주 사이 도발 수위를 높이자 공화당은 미국의 약한 지도자 때문에 미치광이가 날뛰는 것이라는 프레임을 걸고 나섰다. 선거를 앞둔 바이든 행정부로서는 북한이 먼저 대화에 응할 때까지 강한 억지력을 보여주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어진 셈이다. 배짱 없는 지도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먼저 섣불리 유화 제스처를 취할 수도 없다. 얻어 낼 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대북 관여를 위한 적극적 해법 마련에 나설 동인이 없는 셈이다.

설상가상 미·중 갈등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북한에 보호막을 제공했다. 미국이 대북 정책 옵션을 다양화하지 못하는 사이 북한은 자신의 몸값을 키우고 있다. 북한은 한국을 대화 상대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7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대북 관여를 위한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고, 한반도 긴장은 격화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핵전쟁 위협을 배가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3연임 대관식을 앞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력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미국의 시야를 가리고 있다. 미국은 이들을 상대하는 게 더 급하고, 그래서 북한은 잘 보이지 않는다.

시급함을 공유하고, 장·단기적 대북 전략을 재검토해 위기 관리에 나서야 할 책임은 오롯이 한국 몫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에 대한 국회 외교통일위 첫 국정감사를 보면 국회의원들의 시급함은 다른 데 있는 모양이다. 전 정권과 현 정권을 서로 깎아내리는 데 온 힘이 집중돼 있다. 한·미·일 삼각 공조를 통한 억지력 강화가 미국의 방위 전략인데, 국회에서는 이마저도 정쟁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러니 한반도 이슈에서 한국이 객 취급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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