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달란트 찾으며 꿈을 가꾸는 '희망발전소'

2022. 10. 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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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학교 체험기] 서울 광진구 푸른나무학교
푸른나무학교는 자기주도적 삶을 설계하는데 교육의 주안점을 두고있다. 사진은 마을 쓰레기 줍기 봉사하는 모습.


서울 광진구 ‘푸른나무학교’에서는 학생들 모두가 매일 플래너를 쓰며 일과를 스스로 계획하고, 해야 할 일을 점검함으로써 자기 주도적 삶을 익혀가고 있다. 매일 큐티를 통해 말씀을 함께 나누고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주 1회의 공동체 시간을 통해서는 전교생이 차이를 수용하며, 서로의 노력이 더해져 공동의 성과물을 창출해 내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세계관 수업을 통해서는 세상을 하나님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배워가고 있으며, 독서토론 수업을 통해서는 자신의 생각과 감상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고 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경청하며, 다수의 의견을 듣고 보다 나은 결론을 수렴하는 법을 익혀가고 있다. 악기수업과 미술수업을 통해서도 정서적으로도 부족함 없이 자극을 얻고, 마음껏 창의력을 발산시키는 기회를 누리고 있다.

책읽는 학부모 교육 모습.


매학기 진행되는 학부모 교육은 먼저 부모가 행복한 토론의 장이 된다. 그 감동과 힘으로 아이들을 잘 양육해야 한다는 조급함의 짐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함께 ‘제 2의 배움과 성숙의 기쁨’을 누리는 부모로서의 삶을 선택하도록 도움 받는다. 배워가는 일이 이토록 행복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욱 가치 있으며, ‘서로가 선생이 되어 성숙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임을 겸손히 인정하게 된다.

얼마 전에는 학교에서 전 학년이 소백산 등반을 다녀왔다. 선배들이 후배들의 등을 밀어주고, 가방을 들어주며, 어느 누구도 낙오되지 않도록 기꺼이 서로를 도왔다. 처음으로 부모님을 떠나 여행을 다녀온 저학년 친구들도 있었지만, 의젓하게 2박3일의 일정을 잘 마치고 무사히 귀가했다. 책으로 배운 것으로 그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매일의 학교 일상을 통해 몸으로 배워가고 있다.

소백산 등반에 나선 학생들.


3남매(고1 오반석, 중1 오예림, 초4 오산성)를 키우면서 한 번도 숙제검사를 해 본 적이 없다. 시험기간에 공부하라고 다그쳐본 적도 없다. 3남매가 ‘푸른나무학교’로 진학한 이후에는, 피아노 학원과 태권도 도장 외에는 사설학원을 보내본 적이 없다. 자신이 할 일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는 학교의 가르침에 맞춰 가정에서도 같은 소리를 내었더니, 스스로 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 인터넷 강의를 제 방에서 듣고 나면, 청소와 설거지와 빨래 , 쓰레기 버리기 등의 집안일은 가족 모두가 함께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다. 가끔은 진지하게 얼굴을 마주하고서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와 아이들의 관계가 되었다. 아이의 고민과 생각을 들으며, 또 한 뼘 자라있는 것을 느끼며, 일상이 선물처럼 누려지는 가족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매주 주일 밤마다 이어지는 가족예배와 가족 칭찬시간에는 서로를 바라보며 깔깔거리기도 하고, 심각하게 가족회의도 하는 등, 오늘도 ‘즐거운 우리 집’을 가족 모두가 누리고 있다.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스스로에게 있는 것을 믿기에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해 볼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다. 원래 못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배울 기회가 없었거나, 용기나 노력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임을, 혹은 이 분야가 아닌 다른 것을 더 잘하는 것일 뿐임을 아는 아이가 되었다.

“넌 처음 도전한 것인데, 정말 대단하다. 우리 앞으로 같이 잘해보자”, “너의 음색은 정말 매력적이다. 나도 이번 학기에는 보컬에 한 번 도전해 볼래”, “너는 어쩜 그렇게 모든 악기를 잘 다루니? 음악신동 같아. 짱 멋지다”, “이번 수학에 드디어 네가 1등을 했구나. 거봐, 그 동안 네가 안 해서 못했을 뿐이잖아. 하면 되는 거야”, “너는 시험에 최강자야. 모든 과목을 두루 어쩜 그리 다 잘하니? 비결이 뭐야? 참 대단해.”, “엄마, 그 친구는 찬양할 때 나처럼 얼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몸을 흔들면서, 웃는 눈으로 찬양을 했어. 다른 친구들과는 확연히 달랐어. 대단한 아이지? 선생님도 예수님이 그 친구의 찬양을 가장 기쁘게 받았을 거라고 칭찬해 줬어”, “엄마, 나 이제 영어 좀 하는 내가 되었어. 선생님도 내가 너무 대견하데”

성실히 익혀가고 포기하지 않았더니, ‘나 좀 하는 아이’가 되었다고, 스스로를 마음껏 추앙할 줄 아는 아이가 되었다. 타인과 비교하여 우월감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차별성으로, 서로를 마음껏 추앙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다. 추앙받게 되고 누군가를 추앙하기로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세상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상에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로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일지 심각하게 고민하며, 말씀 안에서 하나님께 묻는 10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나게 배워가고, 서로를 아낌없이 추앙하며, 자신의 것으로 이 땅을 보다 아름답게, 더불어 살 맛나게 변화시켜 갈 꿈을 꾸며, 실력을 다져가고 있다. 말씀 안에서 명문대로부터의 해방일지, 타인과의 비교에서의 해방일지를 자유롭게 마음껏 써 내려가고 있는 ‘푸른나무학교’의 아이들의 미래가 가슴 벅차게 기대되어질 뿐이다.

난 이래서 3남매를 ‘푸른나무’에 보냈다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이 있으면, 국영수 책이나 한 번 더 보세요” 제5공화국이 끝났지만, 직선제를 통해 정권은 노태우로 이어졌다. 어린 나이였지만 광주민주화 운동에 대한 밀서를 읽으며, 사실과 다른 소식을 전하는 뉴스와 신문 등의 언론매체를 보면서, 막연히 언론인에 대한 꿈을 꿨었다. ‘어른이 되면 우리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저널리스트가 되어야지’ 그러던 중, 중학교에 입학해서 선생님께 물었다. “선생님, 저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속기법과 속독법을 배우고 싶은데, 어디서 배울 수 있나요?” 그 때 내게 되돌아온 선생님의 답변이었다.

우리나라의 암울한 정치상황을 나름 고민하며 어른이 되면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의욕 왕성한 꿈을 꾸던 나에게, 선생님의 답변은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애야, 꿈꿀 겨를이 없단다. 생각은 접어두고, 공부나 하렴”라고 들려왔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국문과를 지원하고 싶었다.

“밥벌이도 안 되는 국문과는 뭐 하러? 다른 과, 써와”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나는 뜬금없이 중문과를 지원하게 되었다. 같은 문과계열이니 비슷하게 문학에 대하여 배우지 않을까라고, 어설픈 추측을 하고서 말이다. “음, 앞으로 중국어는 밥벌이는 되겠네” 그렇게 대학을 진학하였다. 생각할 겨를 없이 그저 지식을 집어넣었다가 수능 문제를 풀어내는 기술 향상을 위해 문제풀이 훈련을 받고서, 오로지 밥벌이를 위하여 대학을 갔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무엇을 배울 때가 가장 즐거운지, 네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 준 적이 없었다.

공장에서 부품을 찍어내듯 일괄적으로 똑같은 기준과 목표를 향해 좀비처럼 앞만 보고 걸어가라고 강요받는 학교로, 유레카의 기쁨을 누려볼 겨를도 없이 주입식 교육으로 채우기 급급한 학교로, 배우는 즐거움은 아무짝에 쓸데없는 허영처럼 취급하는 학교로, 스스로 생각할 새 없이 문제풀이 기계로 전략되어지는 학교로, 우리 아이들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엄마와 아빠처럼 똑같이 겪어보라고, 아니 이전보다 더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주위를 돌아보지 말고, 오로지 앞만 바라보고 1등을 위해, 너 하나 만을 돌보며 어서 달려가라고, 공교육 현장으로 밀어 넣고 싶지 않았다. 아이의 얼굴도 볼 겨를 없이 학원으로 24시간 돌리고서, 집에 돌아오면 겨우 씻고, 먹이고, 재우는 하숙집 주인 노릇은 사양하고 싶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르는 10대의 시간에, 배움의 기쁨을 맛보기 바란다. 제 힘으로 해내기까지 기다려주는 공동체가 있어서 성취감을 느껴보기 바란다.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려보는 사춘기를 보내보길 바란다. 타인의 연약함에 자신이 도울 것이 있는가를 돌아보고, 자신의 작은 것을 내어줄 때의 기쁨을 알아가길 바란다. 내가 아는 지식을 기쁘게 나눌 줄 알고, 자신이 모르는 것을 당당히 물을 줄 아는 교우관계를 누려보길 바란다. 똑같이 1등이 되기 위해 짓밟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내어 서로 다른 영역에서 모두 최고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 타인을 향한 배려가 앎에서 그치지 않고, 삶으로 이어지는, 성숙이 몸에 익혀져가길 바란다.

오직 공부와 그럴싸한 성적으로 자신을 포장하여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말씀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에게 주신 달란트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을 이뤄가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과연 무엇인지 고심하는 10대의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하나님을 위해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함께 달려가는 시간을 부디 누려보길 바란다.

황은경 (3남매 취학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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