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에 쓴맛 본 MZ세대.. 이제 티끌 모아 '짠테크' 하자

김지훈 2022. 10. 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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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노리는 투자 어려운 환경
조금씩이라도 모아 자산 불리자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고위험 투자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지난해 3300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로 상승하던 코스피는 현재 2000대 초반을 횡보하고 있고 마찬가지로 개당 8000만원을 호가했던 비트코인은 2000만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예전처럼 ‘대박’을 노리는 투자는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며 MZ세대(20·30세대) 사이에서는 조금씩 목돈을 모아 자산을 불리는 ‘짠테크’가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MZ세대가 선호하는 대표적 짠테크는 ‘풍차 돌리기’다. 이는 재테크족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로, 한 달이 멀다 하고 오르는 수신 금리를 따라잡기 위해 시차를 두고 여러 개의 수신 상품에 중복 가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가령 10월에는 금리 연 4.1%를 제공하는 A은행 예금에 목돈을 일부 집어넣고, 11월에는 4.3%를 제공하는 B은행에 일정 부분을 집어넣는 식이다. 그러다 최초로 돈을 넣은 A은행 만기가 다가오면 원금과 이자를 받고 다시 다른 은행상품에 가입한다. 적금은 소액을 꾸준히 납입하고, 예금은 큰 금액을 거치해 자산을 불린다는 기존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것이다. 여윳돈이 많지 않은 MZ세대 사이에서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는 증시 투자 격언을 예금 투자에 적용하는 셈이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이 같은 점을 노려 경쟁사들과 시간차를 두고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이 ‘쏠편한 정기예금’ 최고 금리를 4.50%까지 올리자 KB국민은행도 이에 질세라 금리 최고 4.20%, 판매한도 5조원의 ‘2022-3차 공동구매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그러자 NH농협은행은 금리 4.30%의 ‘NH올원e예금’을, 우리은행은 금리 4.55%의 ‘WON플러스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저축은행 사이에서도 단 0.1% 포인트 금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웰컴저축은행이 ‘직장인사랑 보통예금’ 금리를 3.0%로 올리며 흥행몰이를 하자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3.2%) 페퍼저축은행(3.2%) OK저축은행(3.3%) 하나저축은행(3.4%) 등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따라붙었다. 이에 웰컴저축은행이 파킹통장 금리를 3.5%로 다시 인상하며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고금리 적금 상품을 예금 상품처럼 활용하는 ‘꼼수 저축’도 인기다. 적금 상품은 상품 구조상 첫 달 예치금까지만 고시된 금리가 적용된다. 달리 말하면 기준금리가 갑자기 인하되더라도 첫 달 불입금은 현재 금리 수준을 적용받는 셈이다. 이를 이용해 다수의 자유적금을 개설하고 첫 달에 최대 불입금을, 다음 달부터는 최소 불입금만을 넣는 방식이 유행이다. 특히 월 예치금액이 500만원으로 높고 1인당 10개 계좌까지 가입 가능한 KDB산업은행의 ‘KDBdream 자유적금’이 짠테크족의 주요 타깃이다.


인기가 시들했던 신용카드사 이벤트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카드 설계사를 통한 회원 모집이 어려워지자 핀테크 등을 통한 비대면 카드 모집에 공을 들이며 발급 이벤트를 열어왔다. 카드를 발급받고 일정 기간 내에 정해진 금액을 결제하면 보상금을 주는 식이다. 사실상 카드 모집인들이 암암리에 발급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던 ‘캐시백’ 방식과 다름이 없다.

이에 따라 재테크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이를 이용한 ‘체리피킹’이 유행하고 있다. 예금 풍차돌리기와 마찬가지로 1월에는 A카드를, 2월에는 B카드를 발급받는 식으로 매달 카드를 신규 발급받아 카드사별로 페이백을 챙기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카드를 장기사용하는 대신 페이백만 수령하고 해지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운영하는 네이버페이 이벤트 페이지를 보면 삼성카드(19만6000원) 현대카드(21만원) 등 페이백 액수가 명시돼 있다. 카카오페이, 토스 등도 비슷한 이벤트를 시행 중이다. 카드사들은 체리피킹 열기가 거세지자 이를 막기 위해 페이백 이벤트 참가 가능한 자격을 ‘직전 1년간 이벤트 미참여’ 등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MZ세대 사이에서는 푼돈에 불과하지만 매일 참여하면 쏠쏠한 ‘폐지 줍기’에 나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카드사, 은행, 핀테크 등은 앱에 접속해 출석체크 등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리워드를 제공하는데, 이런 앱을 복수로 설치해 매일 일정 금액을 모으는 것이다. 100원 미만의 소액을 지급하는 것이 폐지값처럼 적다는 뜻에서 ‘폐지 줍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토스는 매일 제휴페이지 접속, 1만보 걷기, 행운퀴즈 풀기 등 과제를 수행하면 하루 100원가량을 제공한다. 토스에 따르면 2021년 8월까지만 해도 46만명에 불과했던 ‘만보기’ 이용자는 지난 5월 400만명으로 급증했다. KB국민카드는 자사 결제 앱 ‘KB페이’에 접속해 출석체크를 하거나 결제하면 랜덤으로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한다. 소액으로 보이지만 복수의 앱을 꾸준히 이용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 모이는 만큼 진정한 의미의 ‘짠테크’라고 할 수 있다.

4년차 직장인 최모(30)씨는 “출근길 지하철같이 남는 시간에 짠테크용 앱을 6~7개 정도 돌리고 있다”며 “한 달 내내 하면 2만원 넘게 모인다. 시간낭비라고 볼 수 있지만 계산해보면 5%짜리 정기적금에 매달 50만원씩 붓는 거와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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