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아딜 후세인, "영화는 화합·평화 만들어.. 국가적 지원 절실"

최예슬 2022. 10. 1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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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배우 아딜 후세인이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활짝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산=최예슬 기자

인도 국민 배우 아딜 후세인이 3년만에 부산을 다시 찾았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인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잿빛 개량 한복을 입고 있었다. 부산에 오기 전 서울에 나흘간 머물면서 인사동에서 샀다고 했다. 후세인은 이번에 네 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2014, 2019년에 이어 세 번째 방문이다.

국내에서 그는 ‘라이프 오브 파이’, ‘굿모닝 맨하탄’으로 유명하다. 이번 영화제에서 그가 출연한 인도 영화 ‘스토리텔러’가 상영됐다. 작품에서 그는 부자 상인 가로디아역을 맡았다. 가로디아는 타고난 이야기꾼인 타리니를 섭외해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한다. 이는 거짓말이었다. 밤새 들은 타리니의 이야기를 가로채 자신의 이름으로 소설을 썼다.

인도 배우 아딜 후세인이 지난 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모습. 부산=최예슬 기자

어떻게 보면 ‘훔친’ 이야기지만 그는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사업가 기질이 다분한 가로디아는 단순히 자신이 이야기를 먼저 ‘선점’했다고 여겼다. ‘누가 이야기의 실제 주인인가, 스토리텔러인가 쓰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영화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이 딱 나누어질까’라는 의문을 남긴다.

후세인은 “내 역할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었지만 연기하기는 어려웠다”며 “가로디아는 좋은 사람도 아니지만 나쁜 사람도 아니다”고 했다. 이어 “가로디아의 행동이 도덕적으로 괜찮은지에 대해 관객도 생각해볼 수 있다. 천편일률적으로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 있는 게 아니다”며 “우리 모두 어느 정도 흑백의 면을 갖고 있고, 회색인 사람도 있으며 같은 회색이라도 그 층위가 다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로디아에게 이야기를 뺏긴 타리니는 왜 먼저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스토리텔러였지만 두려움이 많았다. 비판을 받을까봐, 생각보다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까봐 펜을 잡지 못했다. 후세인은 젊었을 때 자신도 비슷했다고 회상했다.

영화 '스토리텔러'에서 가로디아와 타리니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나는 스물일곱에 연기학교에 입학했어요.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였죠. 3년을 배우고 졸업했는데 여전히 난 준비가 안 됐다고 생각해 그 이후로도 9년간 연습만 했어요. 처음 무대에 오른 게 연극 ‘오셀로’였는데 큰 인기를 얻었어요. 런던 에든버러 페스티벌에도 가서 1등을 했죠. 비로소 연기를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타리니처럼, 젊은 날의 그처럼 자신이 원하는 일에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내가 남에게 조언을 할 입장인지 모르겠다”며 겸손하게 입을 뗀 후세인은 좋은 멘토를 만나는 게 첫 번째라고 했다. 또 담대한 마음을 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태양 앞에서 촛불은 미미한 빛이지만 그럴지언정 빛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비유했다.

인터뷰 내내 영화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이 느껴졌다. 영화를 ‘사람들에게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많은 국가에서 군사 부문에 쓰는 돈보다 예술에 더 많은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인도도 포함이죠. 예술은 사람에게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주고, 미워했던 이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게 만들거든요.”

무한대의 다양성이 존재하는 인도에선 영화가 화합과 소통을 이뤄낸다고 했다. 후세인은 “인도의 공식 언어는 22개나 되며 문화나 삶의 양태는 천 가지가 넘는다”며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와 사람 간의 간극과 차이를 줄여 화합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게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이라고 전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린 지난 5일 인도 국민 배우 아딜 후세인이 부인과 함께 레드 카펫을 밟으며 활짝 웃고 있다. BIFF 제공

문화예술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저는 많은 국가가 군사부문에 쓰는 돈보다 예술에 더 많은 에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사람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어요. 한국도 남북이 반목하면서 군사비에 많은 돈을 쓰잖아요. 예술에 더 많은 비용을 써서 서로의 간격을 줄여나가는 데 썼으면 좋겠어요. 파키스탄과 싸우고 있는 인도도 마찬가지고요.”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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