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첩 좀" 악용에 관할 떠넘기다 공소시효 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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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등 혐의로 고소 당한 피의자의 반복된 이첩 요청을 경찰이 모두 수용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사건 공소시효가 일부 경과하는 일이 생겼다.
검경 수사권 조정 영향으로 경찰 업무 부담이 늘면서 다른 관할서로 사건을 넘기거나 아예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사건을 아예 반려하거나, 다른 관할서로 이첩하려는 경향이 강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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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체되는 사이 일부 시효 지나
수사권 조정 뒤 이첩·사건 반려 경향
사기 등 혐의로 고소 당한 피의자의 반복된 이첩 요청을 경찰이 모두 수용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사건 공소시효가 일부 경과하는 일이 생겼다. 검경 수사권 조정 영향으로 경찰 업무 부담이 늘면서 다른 관할서로 사건을 넘기거나 아예 고소·고발을 반려하는 일이 잦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달 17일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A씨 사건을 충남 당진경찰서로 이첩했다. 지난 1월 서울 강동경찰서에 사건이 처음 접수된 후 9개월 동안 이뤄진 네 번째 이첩이었다.
A씨는 대학 후배인 피해자에게 “약국에 투자해보라”고 권유해 2012년과 2013년 2차례 2억1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A씨가2017년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수감되는 과정에서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출소 뒤 돈을 주겠다’는 말을 믿고 기다린 피해자는 A씨가 감옥에서 나와 잠적하자 그제서야 고소장을 접수했다. 2012년과 2013년 사건의 공소시효가 각각 4개월, 1년 2개월 남은 시점이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공소시효가 임박한 상황이라 경찰 요구 전에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해서 빠르게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조사는 지지부진했다. A씨는 지난 4월 강동서에서 대질조사를 마친 후 돌연 “사무실 위치를 옮겼다”며 송파서로 이첩을 요구했다. 사건을 받은 송파서는 “서류상 주소지만 옮겨졌을 뿐 실제 이사는 이뤄지진 않았다”며 강동서로 다시 돌려보냈다. 그런데 A씨가 이사 절차를 마쳤다며 재이첩을 요구하면서 사건은 다시 송파서로 갔다. A씨는 더 나아가 지난달 당진으로 주소지를 옮긴 뒤 이첩을 요구했는데, 경찰은 이마저 수용했다. 이러는 사이 1건의 공소시효는 만료됐고, 나머지 1건의 시효도 6개월가량만 남겨두게 됐다. 피의자가 시간을 벌기 위해 이첩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강동서 관계자는 “조만간 A씨 사무실이 송파로 이전될 것으로 예상되고, 피의자가 출석을 거부하며 거듭 이첩을 요청해 신속한 수사를 위해 미리 사건을 넘긴 것”이라며 “조사 시 ‘공소시효가 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고 고소인도 수긍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사건을 아예 반려하거나, 다른 관할서로 이첩하려는 경향이 강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경찰이) 사건을 다른 경찰서로 보내거나 민사소송을 권하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수사나 형사 파트는 특히 다른 부서에 비해 업무가 늘었는데 인력은 그대로”라며 “경제 범죄 같은 경우 사건이 까다롭고 계좌 추적 등 처리할 업무도 많아 어려움을 겪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기준 경찰관 1인당 범죄 발생 건수는 10.9건이다. 이는 전년(12.4건)보다 낮아졌지만, 1건당 처리 기간은 늘었다. 2017년 43.9일에서 지난해 64.2일로 약 20일 정도 길어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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