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대·경영대·공대 3파전 된 서울대 총장 선거..정책평가 이목 집중된 까닭
서울대학교 총장추천위원회가 신임 총장 후보 3명을 확정해 11일 중으로 이사회에 추천한다. 지난 6일 예비후보 4인에 대한 정책평가 결과 1위는 유홍림(61) 사회과학대 교수로 나타났다. 그 뒤로는 남익현(59) 경영대 교수와 차상균(64)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및 공대 교수가 각각 2·3위를 차지했다. 이철수(64)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위를 기록해 이사회 추천 명단에서 제외됐다. 정책평가에는 무작위로 추천된 교직원과 부설학교 교원, 재학생 906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교육·연구 등 정책 실현 가능성(40%) 비전과 리더십(40%) 국제적 안목(20%) 항목에 대해 예비후보들을 각각 평가했다.
역대 총장 4명 배출 ‘전통 강자’ 사회대
이로써 제28대 서울대 총장 선거는 ‘전통 강자’ 사회과학대와 ‘신흥 강자’ 공대, 떠오르는 경영대 사이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사회과학대 출신 역대 서울대 총장은 총 4명(최문환·이현재·박봉식·정운찬)으로, 이번에 유 후보가 총장이 되면 정운찬 전 총리에 이어 21년 만에 사회대 출신 총장이 탄생하게 된다. 서울대 정치학과 학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유 후보는 미국 럿거스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를 땄다.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 정치외교부 학장, 한국정치사상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공약으론 학부 기초대학 설립, 서울대 연구펀드 도입 등이 있다.
떠오르는 후발주자…첫 경영대 출신 총장 탄생할까
남 후보는 ‘서울대 최초 경영대 출신 총장’ 타이틀을 노리고 있다. 상과대 상학과에서 출발해 1975년에야 단과대로 독립한 경영대는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 등 유력 인사들을 배출하고 경영대학원(MBA)이 흥행하면서 교내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경영대를 졸업한 남 후보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이후 경영대학장, 경영대학원장, 본부 기획처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8년 2차 총장 선거에선 예비후보까지 진출했으나 정책평가 단계에서 오세정 총장 등에 밀려 고배를 마셨었다. 교원 유연·선택학기제 도입, 정년보장심사 연한 단축 등이 핵심 공약이다.
30년만에 총장 세 명…기세 높은 공대
개교 이래 50년간 총장을 내지 못하던 공대는 1990년대 이후 세 차례(선우중호, 이기준, 이장무)나 총장을 배출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2011년 법인화 이후 치러진 세 차례의 선거에선 최종 이사회 추천 후보엔 항상 공대 출신이 포함됐다. 공대는 서울대 15개 단과대 중에서도 교원 수가 많고 연구 실적이 좋은 편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공대 전임교원은 276명(서울대 전체의 12.2%), 논문실적은 약 525건(서울대 전체의 60.4%)을 기록했다. 차 후보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석사와 미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서울대 자체 글로벌 벤처 캐피털 설립, 범대학 데이터사이언스 교육 체계 도입 등을 공약했다.
서울대는 총장을 간선제로 뽑고 있다. 총장이 되고 싶은 교수들이 등록하면 총추위가 서류심사를 통해 총장 예비후보(4명 이내)를 확정하고, 교직원과 학생 정책평가단 투표를 통해 상위 득점자 3인을 총장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한다. 이사회는 정책평가와 별개로 다시 투표를 해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한다. 이사회는 이사장인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과 오세정 총장 등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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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투표 남아…‘대표성’ 의식할까
다만 교수들 사이에선 “정책평가 결과를 이사회가 뒤집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직원과 학생이 참여한 투표 결과인 만큼, 이를 이사회에서 함부로 뒤집었다간 반발이 일 수 있어서다. 제26대 성낙인 총장은 실제로 2014년 선거 당시 정책평가 2위로, 1위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제치고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하지만 선거 직후 오 교수를 지지했던 교수협의회와 교수 평의원회에서 이사회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재임 기간 내내 ‘대표성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치러진 두 선거에서 이사회는 정책평가 1위를 그대로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정책평가 단계에서 평가단의 투표 반영 비중이 기존 75%(나머지 25%는 총추위 평가 반영)에서 이번에 100%로 오른 것 역시 이사회에서 ‘뒤집기’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정책평가 2~3위 후보와 지지자들은 “결과는 두고 봐야 안다”는 입장이다.
이사회는 오는 24~28일 중 3인의 후보들을 상대로 1인당 2시간씩 집중 면접을 해 최종 후보 1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후 교육부 장관의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신임 총장을 임명하게 된다. 신임 총장은 내년 2월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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