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으로 그린 그림, 독립운동가 후손 소망을 이루다
[황동환 기자]
▲ 오승진 학생이 자신이 그린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
ⓒ <무한정보> 황동환 |
충남 예산 지역 중학생이 이역만리에서 독립운동가 후손과 만난 감동적인 사연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훈훈함을 안겨주고 있다. 신양중학교 3학년 오승진 학생의 이야기다.
그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찾는 프로젝트인 '뿌리찾기원정대' 일원으로 지난 8월 17~29일 12박 13일 동안 카자흐스탄을 다녀왔다. 현지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강행군을 이어갔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던 중, 오승진군이 고려인들을 만나 그림을 그려주는 과정에서 계봉우(1880년 8월 1일~1959년 7월 5일) 지사 후손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계 지사는 북간도대표로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활동하는 등 항일운동을 전개한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다. 1937년 중앙아시아에 강제이주 뒤 '조선문법'과 '조선역사' 등을 집필해 한국어와 역사를 연구·보급했다. 정부는 1995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으며, 2019년에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카자흐스탄에 안장된 유해를 고국으로 봉환했다.
뿌리찾기원정대와 동행한 조원희 여행가에 따르면 오군은 카자흐스탄의 작은 시골마을 크질오르다에서 만난 계 지사의 손녀가 '꿈속에서 할아버지를 만난다'는 사연을 듣고 볼펜 한 자루와 작은 스케치북으로 계 지사의 초상화를 그려 전달해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조 여행가는 "오군은 손녀가 갖고 있던 찢어진 반쪽짜리 얼굴사진을 보고 상상력을 더해 전체 모습을 완성했다. 모든 가족이 함께 미소 짓는 그림도 함께 선물해 감동을 더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오군은 "평소 마을 사람들과 농촌 풍경 그리기를 좋아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만난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의 그림도 좋아서 했던 일"이라며 "내가 그린 그림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모두가 즐거워하는 일인지 이제야 알았다. 앞으로도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이 같은 이야기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졌고, 별숲장학회는 그의 활동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2022년 별숲장학생'으로 선정해 지난 9월 장학금을 전달했다.
김규림 별숲장학회장은 "지역의 청소년이 하고자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장학회가 해야 하는 당연한 일"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 오승진 학생이 카자흐스탄에서 볼펜으로 그린 계봉우(상단 왼쪽 첫번째) 지사와 고려인들. |
ⓒ 오승진 |
그는 스스로 농사일을 도우며 번 돈을 프로젝트 참가비용으로 보탰다. 신양중학교도 적극적으로 나서 출입국 코로나19 검사비와 교통비, 장학금 30만 원을 지원했다. 학교 관계자는 "주변 사람들의 믿음, 지지 그리고 기회가 타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그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였다"며 "재학생들에게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뿌리찾기원정대는 (주)조그마한여행사(예산읍 관작리)가 한서대학교와 협업해 올해 처음으로 실행한 '잘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찾기 프로젝트'다. 이곳은 일반 여행사와 달리 청소년들의 여행과 탐험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공공기관에 제공하고 있다. 3년 전 삽교지역아동센터가 삽교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한 '인도네시아 화산탐험대'도 이 가운데 하나다.
예스21청소년재단이 그 가치를 발견해 한국인삼공사 지원을 받아 남북청소년문화원과 힘을 합쳐 빛을 보게 됐으며, 지난 5~6월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대원들을 공개모집해 8명을 선발했다. 군내에선 오군이 13대 1의 경쟁을 뚫고 유일하게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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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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