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 전수평가, 5년만에 '사실상 부활'..초3~고2까지 확대
정부가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초3~고2 전학년으로 확대하고 희망하는 모든 학교가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일제고사’라는 이유로 문재인 정부가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가 5년만에 사실상 부활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일제고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교육계 일각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11일 교육부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하는 학교' 평가 참여하지만…사실상 '전수평가'
이번 종합계획의 핵심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기초학력 진단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도입해 원하는 학교, 학급은 누구나 시험을 치르게 한다. 올해는 초6·중3·고2가 평가 대상이고, 내년에는 초5와 고1이 포함된다. 2024년에는 초3~고2까지 전 학년이 평가 대상이다.
이번 계획에 따라 학업성취도 평가를 치르는 학생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수평가로 확대했다. 하지만 ‘줄 세우기를 위한 일제고사’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문재인 정부는 전수평가를 폐지하고 중3, 고2 학생 중 3%만 치르는 표집평가로 바꿨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방식은 학교 희망에 따라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일제고사 방식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기초학력 보장법이 시행된만큼 대다수 학교가 참여하는 사실상의 전수평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학교가 학기 시작 전에 ‘학습 지원 대상’ 학생을 선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학력 진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학력 진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대부분 학교가 평가에 참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학력 진단을 강조하는 시·도교육감이 많아졌다는 점도 변수다. ‘진보 교육감’이 절대 다수였을 때에는 학업성취도 평가에 반대하는 시·도가 많았지만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보수 교육감이 다수 당선된데에다 일부 진보 교육감도 학력 신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부산, 강원, 제주 등은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의무화를 추진했다.
야당, 전교조 "일제고사 부활 반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입장문을 내고 “학력 저하가 계속되고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학업성취도 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하게 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표명한데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과 교육계 일각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는 완벽한 일제고사의 부활이다. 일제고사는 우리 아이들 개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야 하는 새로운 시대의 교육과 거리가 먼 구시대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논평을 내고 “사실상 학업성취도 평가를 준강제화하겠다는 것”이라며 “학업성취도평가를 확대 실시하면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 영어, 수학 등 지식 교과를 중심 문제 풀이 수업이 확대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일제고사의 부활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참여를 원하는 학교에 한정하여 확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전수평가’ 발언에 대해서는 “지난 정부에서 폐지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나온 용어”라고 설명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가려낸 다음에는 인공지능(AI) 학습 프로그램, 디지털 교과서, 학습관리시스템(LMS) 등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을 지원해 학생의 수업 이해도를 높인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 외에 보조교사가 함께하는 1수업 2교사제를 정규수업과 교과 보충수업에도 활용한다. 초등 1~2학년의 한글 익힘 시간을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늘린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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