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에 골동품재테크 지방의원 "의정비, 공무원보다 6배 인상"

김민주 2022. 10. 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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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 지방의원 의정비는 연간 3915만원입니다. 전국 광역시 평균은 4100만원, 부산 평균은 4180만원입니다. 영도구 지방의원 의정비를 인상하고, 2024년부터는 매년 지방 공무원 보수인상률만큼 의정비를 올리는 데 동의하십니까?”

부산 영도구에 사는 박모(42)씨는 최근 이 같은 설문조사에 답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전국은 물론 부산지역 기초의회 16곳 평균과 비교해도 영도구의원 의정비가 낮으니 인상하겠다는 취지다. 영도구의회는 의정비 7.2% 인상을 추진중이다. 7.2%를 올리면 의정비는 4101만원이 된다. 박씨는 “의회 성과나 앞으로 임기에 대한 각오가 아니라 ‘다른 곳보다 낮으니 인상하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 영도구의회 개원 모습. 사진 영도구의회


공무원 급여 인상률보다 큰 인상 폭


11일 영도구의회에 따르면 구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의정비 결정을 위한 주민여론조사’를 오는 18일까지 진행한다. 주민 500명에게 전화로 의견을 묻는 조사 비용은 800만원이다.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등으로 구성된다. 의정활동비는 월 11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월정수당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선거가 있는 당해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꾸려 인상 폭 등을 결정한다. 월정수당 인상에 앞서 설문조사도 규정에 따라 진행된다.

의정비 인상 추진에 주민들은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영도구 주민 정모(48)씨는 “기초의원에겐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대부분 사업 등 다른 돈벌이가 따로 있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주민 삶은 어려운데 의정비를 올리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개된 영도구의원 재산 상황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와 부산시가 공시한 재산 공개 내용을 보면 10억원대 아파트·사무실 등을 배우자와 공동 소유한 다주택자나 해운대구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의원이 눈에 띈다. 고가구와 수석 가치가 크게 상승한 ‘골동품 재테크’ 사례도 있다.


“4년 만의 기회” 전국 기초의회 들썩


부산 자치구의회에서는 앞서 기장군의회가 월정수당을 15% 올렸고, 중ㆍ동구의회도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대전시 자치구의회 5곳도 평균 19.9% 인상 움직임을 보인다. 인상 추진 폭은 ▷동구 45% ▷유성구 27% ▷ 중구 25.7% 등 순이다. 광주광역시 기초의회 5곳 또한 의정비 인상 절차를 밟고 있다. 대구에서는 기초의회 8곳 가운데 6곳이 의정비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ㆍ북구의회는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대전 중구의회. 중앙포토

“의정비 현실화, 규제도 엄격해져야”


하지만 지방의회 상당수는 월정수당을 높여 의정비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의 한 30대 기초의원은 “과거 지방의원을 대부분 지역 유지가 차지하던 것과 달리 요즘은 기초의회를 통해 정치에 입문하려는 젊은 사람이 많다”며 “한 달에 경조사비만 50만~100만원이 드는데 턱없이 낮은 의정비가 진입장벽”이라고 호소했다.

차재권 부경대 정치학과 교수는 “기초의원에게 ‘무보수 명예직’을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사회 구조가 바뀌었다"며 "의정비 인상을 통해 유능한 일꾼이 기초의회에서 헌신하는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차 교수는 “다만 느슨한 겸직 금지, 이해충돌 방지 규정 등도 강화해야 한다"라며 "의정 성과와 역할을 의정비 인상 근거로 제시하는 등 주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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