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된 삼바, 압도적 생산력으로 CMO 패권 잡는다

4공장 준공.. 24만L 세계 최대 규모
내년 60만L 생산력 확보로 CMO 1위 다져
MMP·제2캠퍼스 설립도 추진
총 160만L 생산력으로 '초격차' 완성 구상
해외 생산기지 설립도 준비

11일 오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이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왼쪽부터) 등과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톱 티어를 향한 발판이 될 4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내년까지 연간 60만ℓ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국내에서 약 100만ℓ의 생산 능력을 추가 확충한 뒤 해외 생산 거점 확보에도 나서 바이오 시장에서 '초격차'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일 오후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4공장 준공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4공장은 지난 1일 부분 가동을 시작한 상태로 내년 완전 가동이 이뤄지면 연간 24만ℓ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능력을 갖췄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을 통해 현재 확보한 '위탁생산(CMO) 생산 능력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기존에도 1공장(3만ℓ), 2공장(15만4000ℓ), 3공장(18만ℓ)을 합쳐 36만4000ℓ로 생산 능력 1위를 달려왔지만 내년 4공장 완전 가동이 이뤄지면 60만ℓ의 생산 능력을 갖춘다. 글로벌 CMO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는 규모다.

다른 경쟁자와 비교해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외에 30만ℓ 이상의 생산 능력을 갖춘 것은 세계적으로 스위스 론자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생산력은 아직 30만ℓ 내외 수준에 그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에 더해 인근에 멀티모달플랜트(MMP) 부지 1만㎡를 확보하고, 제2캠퍼스 설립을 위한 부지 35만7366㎡도 4260억원에 매입해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약 7조5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 제2캠퍼스에는 5~9공장으로 불리는 공장 4개소가 들어선다. 이들 공장이 모두 4공장 규모로 지어진다면 100만여ℓ의 생산 용량이 확보된다. 1캠퍼스와 합치면 무려 160만ℓ에 달하는 생산 능력이다. 이외에도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글로벌 연구개발 분석시설 등을 제2캠퍼스에 함께 조성해 전반적인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다양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 확보를 위한 MMP도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하나의 공장에서 다양한 종류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이 가능한 '멀티 모달' 공장으로 항체의약품 CMO 중심의 현 사업 포트폴리오를 메신저 리보핵산(mRNA)과 플라스미드 DNA(pDNA), 바이럴 벡터 등을 기반으로 한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기지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생산 거점 확보도 검토하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최근 미국 의약품 전문지 피어스파마와의 인터뷰에서 "CDMO 사업 대부분이 유럽·미국에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모든 차원에서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발표한 바이오산업의 미국 내 제조를 강조하는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 명령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림 대표는 앞서도 텍사스주, 캘리포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을 주요 공장 설립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계속 '속도전'을 언급하면서 비용과 설립 기간 면에서 한국이 해외 대비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아직은 검토 단계로만 알려져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