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원산지 둔갑' 수입품 2567억원 적발..공공조달 납품액 47%

정일웅 2022. 10. 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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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산 물품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시킨 2567억원 상당의 물품이 세관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외국산 물품을 국산으로 둔갑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 감소 등 피해를 야기하는 중대 범죄"라며 "관세청은 앞으로 원산지 둔갑 사범을 상대로 한 단속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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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이 적발한 국산 둔갑 마크스 원산지 표시 예시 자료. 적발된 업체는 중국에서 들여온 마스크를 포장갈이 하는 수법으로 원산지를 바꾼 혐의를 받는다. 관세청 제공

[아시아경제(대전) 정일웅 기자] 외국산 물품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해 시중에 유통시킨 2567억원 상당의 물품이 세관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적발된 물품가액 중 47%는 공공조달시장에 납품된 것으로 파악된다.

11일 관세청은 올해 1월~9월 단속을 통해 외국산 물품의 국산 가장 사범 59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단속 건수로는 29% 감소했지만 금액으로는 35% 증가해 범죄 규모가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인다는 것이 관세청의 판단이다.

단속에 적발된 주요 품목은 계측·광학기기 1158억원, 기계류 608억원, 자동차부품 87억원, 가전제품 67억원 등이다.

실례로 A사는 중국산 마스크 60만여장(3억원 상당)을 수입하면서 원산지가 표시된 포장을 제거하고 제조국을 중국산에서 대한민국(MADE IN KOREA)으로 허위 표시한 포장지로 재포장해 국산 물품으로 판매하다 단속에 적발됐다.

B사도 중국, 베트남에서 칫솔과 치실 등 140만점(3억원)을 수입한 후 A사와 유사한 수법으로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시킨 혐의를 받는다.

원산지를 손상해 변경하거나 오인 표시해 적발된 사례도 있다.

C사는 중국에서 개당 8만원~10만원 상당의 농업용 분무기와 전동가위 등 4만1000여점(71억원)을 수입한 후 원산지 스티커를 제거한 상태로 해당 제품이 국산인 것처럼 속여 25만원~40만원에 물품을 판매했다.

또 D사는 중국산 전력량계 170만여점(572억원)을 부분품 형태로 수입해 국내에서 단순 조립하고도 중국산 원산지 표시는 물품 뒷면에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표시, 포장 및 물품 앞면에는 제조자를 국내 업체로 표기함으로써 마치 제품 자체가 국산인 것처럼 소비자를 기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외국산 물품을 국산으로 둔갑한 후 수출한 규모도 809억원에 달해 전년(1월~9월)대비 88% 증가한 것으로 조사된다.

외국산 물품의 국산 가장 사범 단속실적. 관세청 제공

지난달까지 적발된 국산 둔갑 물품 중에는 공공조달시장에 납품된 물품도 상당수 포함됐다.

앞서 관세청과 조달청은 2017년 9월 ‘공공조달 부정 납품 단속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양 기관은 우범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단속을 벌이는 등 공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공조 과정에서 양 기관은 지난 1월~9월 1217억원 상당의 외국산 물품이 국산으로 둔갑돼 공공기관에 부정 납품된 사실을 적발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적발한 전체 금액(2567억원)의 47%에 달하는 규모다.

공공조달시장에서 적발된 국산 둔갑 물품은 2018년 17억원에서 2019년 185억원, 2020년 634억원, 2021년 1224억원, 올해 9월 기준 1217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외국산 물품을 국산으로 둔갑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고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 감소 등 피해를 야기하는 중대 범죄”라며 “관세청은 앞으로 원산지 둔갑 사범을 상대로 한 단속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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