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남의 카드, 못 쓰게 내가 잘라버렸다"…'적절한 대처' vs '재물손괴'

ⓒ에브리타임

습득한 타인의 카드를 잘게 부숴 폐기한 후 이를 공개한 대학생의 행동이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을 일으키고 있다. 분실 카드의 부정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폐기한 것이므로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과 의도가 무엇이든 다른 사람의 재물을 훼손했다는 점에서 재물손괴죄가 아니냐는 의견으로 나뉘는 상황이다.

11일 대학교 익명 소통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에는 분실 카드를 습득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대학생 A씨는 "카드 주웠는데 마땅히 맡길 곳 없어서 사용 못하게 부쉈다. 재발급 받으시라"며 사진을 첨부했다. 해당 사진에는 조각조각 잘게 부숴진 카카오뱅크 카드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에브리타임

이를 본 네티즌들은 A씨의 행동을 두고 '적절한 대처'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먼 지역에서 잃어버렸거나 현실적으로 회수하기 어려운 곳이라면 주운 사람이 알아서 폐기하는 게 좋다" "악의를 가진 다른 사람이 카드를 부정 사용할 지도 모르는데 차라리 폐기하는 게 낫다" "어차피 재발급 받을거 폐기해주면 편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는 타인의 카드를 멋대로 처리한건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적어도 해당 카드사 고객센터에 연락해 분실 카드를 습득했다고 알리고, 그때 폐기를 하든 조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A씨의 행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까.

한 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분실한 타인의 신용 또는 체크카드를 습득 시 원칙적으로는 경찰서나 파출소에 맡기거나 우편함에 넣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여행, 비즈니스 등 개인적인 용무로 바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런 방법들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경우 부정사용 방지를 위해 자체 폐기해도 무방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우에 따라 소유자 혹은 해당 카드사 상담원의 승인을 받아야만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법적으로 카드 또한 재물에 해당하기에 무단 폐기시 형법상 손괴죄가 성립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도 폐기한 자에게 악의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신용카드가 재물인 것은 맞으나 그 자체의 금전적 가치는 매우 미미한 점 등 제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불법성이 낮으므로 현실적으로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분실한 타인의 신용 또는 체크카드를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신용카드부정사용죄, 형법 사기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