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오래된 교회, 할일 뭘까".. 논문까지 쓴 신부

황동환 2022. 10. 11. 15: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한성공회 예산교회가 설립 105주년을 맞았다.

대한성공회 예산교회는 2일 교우 등 25명이 함께한 가운데 심규용  담당신부 주례로 '선교 시작 111주년'과 '마르코 성당 축성 47주년'을 겸한 교회설립 105주년을 기념하는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대한성공회 예산교회는 지금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한성공회 예산교회 설립 105년 기념미사.. 심규용 신부 "지방소멸시대 지역교회 역할 고민"

[황동환 기자]

 대한성공회 예산교회 심규용 담당신부. 그는 규모화를 경계하며 작은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대한성공회 예산교회가 설립 105주년을 맞았다. 지난 1917년 4월 임성동에서 출발해, 1927년에는 군내 최초로 유아교육의 기원을 이룬 '신명유치원'을 운영한 긴 역사를 품은 공간이다.

대한성공회 예산교회는 2일 교우 등 25명이 함께한 가운데 심규용  담당신부 주례로 '선교 시작 111주년'과 '마르코 성당 축성 47주년'을 겸한 교회설립 105주년을 기념하는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이곳은 5년 전만해도 영영 사라질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17년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 신학생이던 심 신부가 방문했을 땐 대한성공회 대전교구가 신명유치원을 폐원하는 등 교회를 폐쇄해 매각결심을 굳힌 뒤였다. 

그는 "처음엔 어느 산골짜기에 있는 교회일 거라 생각했는데, 물론 구도심이긴 하지만 읍내 한가운데 오래 역사를 품고 있는 성당이 100년되는 해에 문을 닫는 것은 수치스럽지 않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동기 신학생들과 함께 예산교회에 모여 100주년 기념 성무일도를 바치면서 교구에 교회재건 프로젝트를 제출하기로 마음을 모았다"고 떠올렸다.
 
 설립 105주년을 맞아 감사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심규용
 
 성공회 예산성당 문화기획 포스터.
ⓒ 심규용
 
"교회 자산은 지역에 소비... 신자 아니어도 찾아올 수 있는 곳 돼야"

지방공동화, 지방소멸 문제는 당시 심 신부의 주요 관심사였다. "지역에 있는 오래된 교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지방공동화와 지역교회의 역할'이란 석사논문의 주제로 이어졌다. 

논문 준비를 위해 예산과 예산교회를 조사한 것이 예산교회를 '폐쇄'에서 '재건'으로 운명을 바꾸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설립 100주년이 되던 해 이뤄진 일이다.

대한성공회 예산교회는 지금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2019년 2월 17일 예산교회로 발령받은 그는 열명 남짓한 교우들과 함께 첫 미사를 올리며 새로운 100년을 향한 첫발을 뗐다. 폐쇄 2년 만에 다시 문을 열어 신자들만의 것이 아닌, 지역주민들과 공유하는 곳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심 신부가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독서모임 '마르코의 책방'과 '신명마을극장' 등은 "교회가 가진 자산을 지역을 위해 쓰고, 신자가 아니어도 찾아올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신념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드러난 결과물이다. 

규모화도 경계했다. "예배를 몇 부로 나눠 드리고, 승합차를 구입해 신자들을 실어나르는 장면이 자본주의사회 규모의 경제 모습을 보는 듯하다"며 "1980~1990년대 대형마트가 추구해왔던 시스템을 교회가 따라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성공회 예산성당 1966년 축성 당시 모습.
ⓒ 심규용
   
 성공회 예산성당 초창기 모습 .
ⓒ 심규용
  
교회설립 105주년 감사미사는 옛 예산교회 시절을 추억하는 의미로 한옥성당에서 1966년 콘크리트 구조물로 신축하며 현재의 성당을 축성했을 당시 미사예문을 사용했으며, 전례개혁 이전방식인 회중을 등지고 거행하는 형태를 재현했다. 지난 1년 동안의 기록을 담은 스틸사진 영상도 함께 감상하며 음식을 나눴다.

'낡음에서 빛을 보다'를 사목철학으로 삼고 있는 그는 "오래된 성당들도 지역사회 역사의 한 부분이다. 이런 추억의 공간들이 사라져가는 게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다시 미사를 드릴 수 있어 좋다"며 "교회와 지역은 공동운명체다. 지역사회도, 오래되고 낡은 것에 대해서도 소중히 여기고 추억의 공간으로 함께 보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로, <무한정보>에도 게재됩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