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허위 공시 부양분 제거된 정상주가라는 점 회사가 입증해야"

최석진 2022. 10. 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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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대한전선 주주들 회사 상대 손배청구 소송 파기환송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분식회계에 따른 허위 공시 이후 주식을 취득한 주주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정상 공시가 이뤄진 직후 형성된 주가를 정상주가로 보기 위해서는 회사 측에서 허위 공시로 부양된 부분이 제거됐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대한전선 주주들과 주주였던 사람들이 회사와 전직 대표,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의 제59기 3분기보고서가 중요사항에 거짓 기재 없이 공시된 이상 그 이후의 이 사건 주식 취득 행위는 주로 거기 수록된 재무제표 등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가 있으므로, 이와 달리 위 재무제표 등에 수록된 내용이 올바른 시장가치 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거나 중요사항에 거짓 기재가 있는 과거의 재무제표만을 온전히 신뢰해 거래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공시 시점 이후의 주식 거래분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거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러나 그 경우에도 증권선물위원회·한국거래소의 피고 회사에 대한 분식회계 적발 발표 및 주식거래정지 등의 조치를 통해 피고 회사의 분식회계 사실이 아직 공표되지 않은 상황 하에서는, 피고 회사가 대손충당금의 적립 여부 및 그에 따른 재무상태의 악화 사실을 공시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직후에 곧바로 피고 회사의 전반적 신뢰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이 사건 주식가격에 온전히 반영됐다고 볼 수 없음은 물론, 자본시장법 제162조 3항 및 제170조 2항에 따른 손해액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의 제59기 3분기보고서가 공시된 2013년 11월 14일부터 원심이 정상주가가 형성됐다고 판단한 2013년 11월 20일까지 이 사건 주식의 종가는 별다른 변화 없이 오히려 주당 약 340원 가량 상승한 반면, 이 사건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과소 계상 등을 이유로 2014년 12월 4일 이 사건 주식의 매매거래가 정지됐다가 그 정지가 해제된 2015년 12월 8일 직후까지 하종가에 가까운 주가를 보이는 등 이 사건 주식가격의 변동 추이에 비춰 보더라도 2013년 11월 20일 종가에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과소 계상한 사실까지 모두 반영됐다거나 위 종가가 분식회계로 말미암아 부양된 부분이 모두 제거된 정상주가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주식의 2013년 11월 20일 종가가 이 사건 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종전에 과소 계상한 사실이 제대로 평가·반영됐음은 물론 분식회계로 인해 부양된 부분까지 모두 제거된 정상주가라는 점에 관해, 위 시점을 전후한 주식가격 변동 추이 등 관련 사정도 함께 고려해 자본시장법상 손해액 추정을 복멸할(깨뜨릴) 정도로 증명됐는지 여부를 면밀히 살펴봤어야 함에도, 피고 회사의 제59기 3분기보고서 공시에 중요사항의 거짓 기재가 없다는 사정만을 중시해 앞서 본 바와 같이 판단했다"라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자본시장법이 정한 손해의 인과관계·정상주가 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2012년 3월 16일부터 2013년 8월 14일까지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에 대손충당금 일부 또는 전부를 설정하지 않거나 재고자산평가 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등 허위 공시를 했다가 2013년 11월 14일부터 허위 공시를 바로잡은 정상 공시를 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014년 12월 대한전선의 분식회계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고, 한국거래소는 같은 해 12월 4일부터 이듬해 12월 8일까지 1년여 동안 대한전선 주식의 거래를 정지했다.

이에 대한전선 투자자들은 주위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책임을, 예비적으로 민법상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근거로 회사와 전직 회사 대표, 임원, 회게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다만 배상액 산정의 기준과 인정액에 차이가 있었다.

재판에서 쟁점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과연 어느 시점의 주가를 정상 주가로 보고 손해액을 계산할지였다. 주가가 정상화한 이후의 주가 변동은 허위 공시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손해배상액에 포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의 주가는 2012년∼2014년 2000원 전후를 유지하다 금융위의 분식회계 발표를 앞두고 떨어져 1200원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주식 거래 재개 이후엔 400원대로 급락했다.

1심은 분식회계 공표 후인 2015년 12월 10일 감자 전 주가가 정상가격이라고 봤다.

반면 2심은 대한전선이 정상 공시를 하던 2013년 11월 20일 종가 2485원을 정상 주가로 인정해 투자자들의 손해액을 산정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2심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분식회계로 인한 허위 공시 이후 주식을 취득한 주주의 손해배상책임 인정 여부를 따지거나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회사가 정상 공시를 한 직후 형성된 주가'에 허위 공시로 부양된 부분이 남아 있는지 혹은 모두 제거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가를 정상주가라고 봐서는 안 되며, 정상 공시 직후 형성된 주가를 정상주가라고 보려면 반드시 피고 측에서 그것이 허위 공시로 부양된 부분이 제거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판시한 첫 판결"이라며 "하급심에서 같은 유형의 손해배상사건을 심리할 때 지침이 되는 판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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