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들개

태원준 2022. 10. 1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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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유전자가 진화해온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늑대가 나온다.

사냥하는 인간의 야영지에서 먹다 남은 동물 사체를 발견한 일부 회색늑대들이 야영지를 따라다니다 공격적 습성 대신 편리한 먹이를 택하면서 개로 진화했을 거라고 학자들은 추측한다.

오늘날 개는 수없이 많지만, 늑대는 멸종위기종이 됐다.

늑대에서 개로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몇몇 종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며 보호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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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논설위원


개의 유전자가 진화해온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면 늑대가 나온다. 정확히는 유럽 회색늑대와 같은 조상을 가졌다. 인간이 살던 동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개 뼈의 연대는 3만년 전이니, 인류가 수렵채집을 할 때다. 사냥하는 인간의 야영지에서 먹다 남은 동물 사체를 발견한 일부 회색늑대들이 야영지를 따라다니다 공격적 습성 대신 편리한 먹이를 택하면서 개로 진화했을 거라고 학자들은 추측한다. 이 선택은 개가 된 늑대와 늑대로 남은 늑대의 운명을 갈랐다. 오늘날 개는 수없이 많지만, 늑대는 멸종위기종이 됐다. 유전자 보전에 완벽하게 성공한 개를 보면서 어떤 학자는 “개와 사람, 누가 누굴 길들인 걸까?”라고 묻기도 했다.

이런 가축화 대열에 합류했다가 중간에 그만두고 야생으로 돌아간 놈들도 있는데, 흔히 들개라고 부른다. 호주 딩고, 인도들개, 뉴기니 고산개 등 여러 종이 있다. 야생에서 살아남느라 대부분 늑대처럼 무리지어 생활하는 습성을 가졌고, 송곳니와 턱뼈가 개보다 튼튼하며, 멍멍 짖는 대신 늑대가 울듯 하울링을 하기도 한다. 늑대에서 개로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몇몇 종은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며 보호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렇게 나름 전통을 가진 들개와 달리 요즘 한국 들개는 포획 대상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야산 곳곳에 포획 틀을 설치해 163마리를 잡아들였다. 떼 지어 다니며 주민을 위협한다는 민원이 너무 많았다. 새만금 같은 철새 도래지에선 들개가 최상위 포식자가 됐고, 농촌에선 축사에 침입해 닭이나 염소, 심지어 송아지를 잡아먹기도 한다. 약 2000마리로 추정되는 들개 때문에 골머리를 앓던 제주도는 11일부터 한 달간 집중 포획키로 했다. 들개가 불어난 원인을 전문가들은 사람에게서 찾는다. 개를 키우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키우던 개를 버리는 이들도 급증했다. 반려견이 유기견으로, 다시 들개로 야생화해 사람을 위협하고 있다. 먼 옛날 사람 품을 택했던 놈들인데, 이제 와서 야생으로 내몰렸으니 사람이 원망스럽겠지 싶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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