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작물을 공짜로 쓰겠다는 학교

2022. 10. 11.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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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유·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활용되는 교육 자료에 대한 저작권 사용 보상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 취지는 저작권법 제정 당시 열악한 교육 재정을 감안해 보상금을 면제하는 예외 규정을 두었으나, 현재는 각 교육청이 보유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고려할 때 적정한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해 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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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지난 4월 유·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활용되는 교육 자료에 대한 저작권 사용 보상금 지급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 취지는 저작권법 제정 당시 열악한 교육 재정을 감안해 보상금을 면제하는 예외 규정을 두었으나, 현재는 각 교육청이 보유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고려할 때 적정한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해 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저작권법 제25조에 따라 고등학교 이하 학교는 수업을 목적으로 저작권자의 사전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용에 따른 보상금 지급은 면제된다. 동일한 제도 아래 보상금을 지급하는 대학 및 공무원 교육훈련기관과 다르다. 1986년 저작권법 개정 당시 단서를 정해 ‘교과용 도서 게재 이용’과 ‘고등학교 이하 학교 수업 목적 이용’에 대해 보상금 지급을 면제했기 때문이다.

이후에 ‘교과용 도서 게재 이용’은 법 개정을 통해 1999년 7월부터 보상금 지급을 개시했고, ‘학교의 수업 목적 이용’ 중 대학 이상의 교육기관도 2007년 7월 법 개정으로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고등학교 이하 학교 수업 목적 이용’에 대해서는 36년째 저작권자에게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방치됐다가 이번에 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학교와 시도교육청은 공교육에 관한 저작권료 부과는 부당하고, 재원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인 것도 부담스럽고, 재정 지원을 못 받으면 교육 활동이 위축된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는 보상 방법을 찾고 있으나 공익적 성격을 고려해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학교에서 이용되는 저작물에 비용을 지급하라는 상식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이해 못하겠다니 딱한 노릇이다. 그나마 법령과 고시에 따라 지급 중인 다른 보상금도 최대 8년 이상 최소한의 물가상승률조차 반영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고,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임에도 그마저 보상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지난 5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증액돼 중앙정부로부터 17개 시도교육청이 11조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는데, 석 달 만에 10조원 넘게 쓸 곳을 급조해야 한다며 울상이라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일반 지방자치단체가 초중고 교육 재정 수입의 96.7%를 책임지고 있는 실정에서는 교육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국 학교가 폐쇄되고 원격수업을 병행하며 저작권 문제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던 때를 돌이켜 보면, 앞으로 학교 교육을 위한 저작물 이용은 정상화가 시급하다. 향후에도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며 저작권자의 권리를 부정할 것인지, 정당한 보상을 통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교육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나갈 것인지 교육부의 현명한 결정만 남았다.

김호운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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