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일의 이코노믹스] 물가 치솟자 'Fed 금리 예상' 지난 1년간 3%P 이상 상승

2022. 10. 1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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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의 끝은 어디인가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9월 하순에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의 목표 범위를 3~3.25%로 7월보다 0.75%포인트 인상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해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린 연준은 올해 3월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을 밟고, 5월에는 0.50%포인트를 올리는 ‘빅 스텝’을 단행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주었다. 이어서 6월과 7월에는 각각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보폭을 넓히더니 이번에도 세 번째 연이어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정책금리 수준의 인상 수준과 함께 시장에서 관심을 가졌던 내용은 동시에 발표되는 ‘경제전망요약(SEP)’에 나타난 연준의 미래 경제에 대한 인식이었다. 1년에 FOMC가 여덟 번 열리는데 이 중 네 번, 즉 3개월마다 SEP가 발표된다. 2021년 연말부터 지금까지 지난 1년의 SEP를 뒤돌아보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다.

「 1분기 인플레 광풍 전 세계 휩쓸어
미 연준 의사결정자들 판단도 급변
금리 결정자 전원이 매파로 돌아서
최고치 예상 1.25%서 4.5%로 뛰어

2021년 12월과 2022년 3월의 전망

이코노믹스

잠시 시간을 지난해 연말로 돌려보자. 당시의 톱 뉴스는 테이퍼링 즉, 자산매입의 규모를 축소한다는 사실이었다. 자산매입의 액수가 뉴스가 된 이유는 정책금리가 제로 수준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6%를 넘어서던 때 경제학계는 과연 인플레가 ‘일시적’인지를 놓고서 논쟁을 벌였다. FOMC 참가자들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SEP에서, 그보다 12개월 후인 2022년 12월까지 정책금리의 수준이 제로금리에서 0.25~1%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은 0.25%포인트, 즉 단 한 번 인상할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가장 매파적인(적극적인) 두 명도 ‘베이비 스텝’ 네 번, 즉 1%포인트 인상할 것을 예상했다. 이는 점도표 가로축 ‘2021년 12월’에 표시했다. 〈그래픽 참조〉

올해 초 수요의 회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기본적으로는 의료와 보건 영역에서의 희생과 발전으로, 그리고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경제활동이 크게 회복됐다. 이는 수요의 증가에 따라서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났다. 3월 FOMC에서 연준은 정책금리를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인상했으며, 가장 비둘기파인(온건한) 참가자조차도 연말 금리 예상을 3개월 이전에 가장 매파적인 참가자의 예상보다 0.25%포인트 높게 가져갔다. 같은 시기를 놓고 정책금리 예상의 범위가 전혀 겹치지 않는 예외적인 상황이 연출될 정도로 석 달 동안 인플레의 광풍은 전 세계를 휩쓸었다.

급변한 2022년 6월과 9월의 전망

올봄에도 그 광풍은 멈추지 않았고 6월 FOMC에서는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를 전 세계 언론과 금융시장은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명명했다. 계속된 인플레이션은 연말 금리 예상도 위로 밀어 올렸다. 석 달 전인 3월에 가장 매파적인 한 명만이 연말 금리가 3%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6월에는 가장 비둘기파인 네 명이 이 금리 수준을 예상했으며 나머지 모든 FOMC 참가자들은 이보다 높은 금리 수준을 예상했다.

미 연준의 2022년말 적정 정책금리 추이

여름에도 인플레이션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겨울과 봄에만 해도 방문하는 매장과 식당에서 가격을 올리면서 약간 쭈뼛거리거나 머뭇거리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여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가격과 임금은 상승했으며, 경제학자들은 이를 ‘임금과 가격의 악순환(wage-price spiral)’ 혹은 ‘기대 인플레이션(inflation expectations)의 상승’이라고 부르며 1970년대의 인플레가 부활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했다. 이러한 걱정은 7월과 9월에도 연속된 ‘자이언트 스텝’을 연준에 강요했다.

한 해의 후반부로 가면서 해당 연도의 데이터에 대한 예상은 점차 변동성이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12월의 정책금리 수준에 대한 9월의 예상은 6월의 그것과 판이했다. 6월에 FOMC 참가자들은 연말 금리가 3%에서 4%의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9월에는 단 한 명만이 4%보다 아래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4.5%가 넘게 예상하는 참가자도 한 명 있었다.

점도표에 정책 당국자 의지 드러나

9월 말에 발표된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데이터와 10월 초에 발표된 고용보고서에 나타난 미국 인플레이션 전망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번 주 목요일에 발표될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데이터 등에 따라서 결정되겠지만, 12월 FOMC에서 발표될 정책금리의 수준은 그래프에 나타난 9월 예상의 하단보다는 상단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한다.

금융시장이 잘 알고 있듯이 점도표(dot chart)에 나타난 정책금리의 ‘예상’의 의미가, 일반적으로 이 단어가 갖는 ‘가장 일어날 것 같은’이라는 뜻은 아니다. 정책금리 수준은 FOMC 참가자들이 직접 결정하는 대상이기 때문에 점도표를 설명하는 해설에는 ‘가장 적절하다고(most appropriate) 생각하는’ 수준을 표시한다고 서술되어 있다. 즉, 정책 당국자의 선호가 일부 반영돼 있다고 이해해야 한다.

올해 점도표는 전례 없는 변동 보여

1979년부터 연준은 매년 두 번 있었던 의회 보고에 연준 고위직의 경제전망을 포함했다. 연준의 소통을 강조했던 버냉키 의장은 2007년, 세계 경제가 ‘대안정(Great Moderation)의 시기’를 누릴 때 SEP를 도입해 FOMC 참가자들의 경제전망 범위를 대폭 확장하면서 1년에 네 번 발표하기 시작했다. 물론 당시에 연준 내부와 외부에서 찬반 논쟁이 많았지만, 의장의 지도력으로 버냉키는 이를 관철했다.

정책금리의 예상과 점도표는 2012년에 SEP에 추가됐다. FOMC 참가자들이 이 정보를 어떻게 나타내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인가의 문제에서부터 FOMC가 직접 결정하는 정책금리를 전망에 포함한다는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 자체에 대한 찬반 논쟁은 당시에는 물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프에서 보여주듯 지난 12개월 동안 경제의 상황과 이에 대한 인식(예를 들어서 인플레가 일시적인가 아닌가에 대한), 그리고 이에 바탕을 둔 이자율 예상은 전례 없이 큰 변동을 거쳤다. 미래는 필연적으로 불확실하다는 우리 삶의 원칙은 경제전망에도 여지없이 적용되며, 조건에 의존하는 선제적 안내는 경제전망이 변화하는 만큼 수정될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이 특히 통화정책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라고들 하는데, 올해 통화정책의 선제적 안내에서만큼 이러한 예술성이 강하게 나타난 부문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선진국인 미국이 이러할진대, 외국 금융시장에 상당히 의존하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 경제 정책, 미래의 소통, 그리고 선제적 안내

「 3월과 9월에 매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강의자는 강의계획서를 수강생들에게 제공한다. 한 학기의 강의정책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왜냐하면 수강신청을 할 것인가 말 것이냐는 수강생들의 선택이 미래에 일어나는 일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외적인 경우에는 어떤 정책이 현재에 일어나는 일만으로 소통하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미리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나라의 통화정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이 소통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하고자 제로금리 정책을 펴면서 금리를 원하는 만큼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었고, 이에 미래의 정책금리를 언제까지 제로 수준에 머무르게 할지에 대한 선제적 안내를 했다.

이러한 ‘미래의 소통’은 제로금리를 벗어난, 2022년의 높은 인플레이션과 상승하는 정책금리의 환경에서도 통화정책의 중요한 위치를 여전히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여는 한국은행이 언론을 통해 어떻게 소통할지 주목된다. 특히 미래를 선제적으로 안내하는 경우 국제적 공조가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주에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orld Bank) 연차총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또한 가격에 대한 선제적 안내보다는 통화량 조절을 통한 정책이 더 잘 작동한다는 점도 앞으로의 연구과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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