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곽기곤의 조각들
사진가 곽기곤은 지난 2019년 12월, 추운 겨울에 여름을 주제로 한 사진 시리즈를 전시했다. 세계 각국의 모래를 동일한 스튜디오 환경 아래 놓고 촬영한 ‘Sand’와 10년 동안 그가 보고 느낀 여름을 기록한 ‘That Summer’ 시리즈를 엮어 선보인 〈Pieces〉를 통해 그는 서울과 부산, 제주도와 하와이, 베를린과 로마 등지를 여행하며 포착한 뜨거운 여름을 풀어놨다. 실험과 변주에 자유롭고 사물과 광원을 효과적으로 대조하는 그의 사진은 계절감과 유스 컬처 등 자신이 경험한 감정과 떠올린 상상을 장면으로서 치환할 때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Pieces〉전으로 여름의 조각을 모았던 곽기곤이 이번에는 도시와 시절을 넘나들며 채집한 집의 조각을 엮었다.
일상의 어떤 것을 탐색하는 데 관심이 있나
대단한 의미와 어려운 해석을 필요로 하는 사진보다 ‘기록’에 중점을 둔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익숙하거나 새로운 것들, 그중에서 내 시선이 머문 것들을 잡아낸다. 한때 그것은 내 감정이었고, 기록이자 표현의 조각이다.
‘Pieces’는 당신의 개인 작업 시리즈에 늘 붙는 테마다. 서울, 도쿄, 베를린, LA 등에서 만난 임의의 공간 속에서 작은 디테일을 포착한 이번 시리즈는 ‘House Pieces’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왜 ‘Pieces’인가. 이러한 키워드로 사진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확실한 목적을 두고 촬영한 작업도 있지만, 찍어둔 사진을 보며 편집하는 작업을 좋아한다. 이때 ‘찍어둔 사진들’은 내가 사진으로 이야기할 때 쓸 수 있는 ‘사진 단어’가 되고, 그것들은 나에게 ‘조각들’로 다가온다.
보통의 일상이 당신의 시선을 통하면 어떤 장면으로 치환된다고 느끼나. 당신이 피사체로서 일상 혹은 사물과 풍경을 대하는 태도는
‘In my own way.’ 익숙한 피사체도 다르게 보려고 노력한다. 주제는 한계 없이 매우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가는 편이다. 그렇게 담긴 장면을 보는 사람이 ‘곽기곤답게 봤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 사진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를 공유하여 많은 사람이 공감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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