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연휴 장사도 죽쒔다..광화문광장 집회에 상인들 분통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과 대로변을 구분 짓는 펜스에 한 집회 참가자가 기대서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었다. 경찰이 다가와 “통행에 방해되니 안쪽으로 들어가달라”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참가자는 “문제가 생기면 들어갈 것”이라며 경찰과 실랑이를 벌였다. 펜스 안쪽 너머 광화문광장은 연휴 나들이객이 아닌 우비를 입고 태극기를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1년 9개월간의 공사를 마치고 지난 8월 6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에 시위 행렬이 계속되면서 인근 상인들의 기대가 한숨으로 바뀌고 있다. 재개장 당시 서울시는 광장 사용 신청을 자문단 심사해 ‘건전한 여가 선용 및 문화활동’을 위한 행사만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방침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자 “집회 날이면 장사 안돼”
이날 오후 12시부터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들은 동화면세점과 대한문 일대에서 ‘자유통일을 위한 천만서명 국민대회’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인근 광화문광장과 경계를 나누는 세종대로 8차로 중 4개 차로를 점거했다. 광화문광장은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돗자리와 간이의자를 가져와 깔고 앉은 집회 참가자들로 하나둘씩 채워졌다. 광화문역 지하차도를 이용해 신고장소를 벗어난 광화문광장까지 메운 것이다.
한글날 연휴 나들이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준비하던 광화문광장 인근의 자영업자들 표정은 좋지 않았다. 광화문 근처에서 카페를 하는 이모씨는 “시위대로 보이는 사람들은 가게에 들러도 보통 음료 한두 잔만 시키고 네 명이 앉아 시간을 죽이는 경우가 많다”며 “주문도 안 하고 다짜고짜 ‘화장실 쓰자’고 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광화문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직장인이 없는 주말 광화문은 유동인구가 줄어드는데, 광장이 다시 열리면서 처음엔 가족 단위 손님들이 늘어 주말 장사가 제법 괜찮았다”며 “최근 대형 집회가 줄이으면서 나들이 발길이 다시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시위가 더 늘어난 것 같은 느낌도 든다”고 덧붙였다.
광화문광장 재개장 이후 인근에서 열린 신고 인원 1만명 이상의 대형 집회만 9차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보수단체인 자유통일당이 동화면세점 앞을 중심으로 개최한 집회가 6차례로 가장 많았다. 광화문광장 인근 세종대로를 지나가는 진보단체인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주최한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도 두 차례 있었다.
서울시‧경찰 “현실적으로 막기 어렵다”
광화문광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현실적으로 광화문광장으로 들어가는 집회 참가자들을 차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 주최 측에서 광화문광장에 대한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요청은 없었다”면서도 “광장이 사방이 막혀있는 공간도 아니고, ‘광장을 구경하러 왔다’고 하면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집회 신고 장소가 아니니까 이동 조치해 달라’고 계도 정도 할 수 있다”며 “불법 점유물을 설치하거나 시설물을 훼손하면 변상금 정도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속수무책이긴 경찰도 마찬가지다. 경찰 관계자는 “구호를 외치면 미신고 집회라고 제지할 수 있지만, 구호도 외치지 않고 광장에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막을 방법은 현실적으로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유명무실화된 서울시의 방침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실제로 광화문광장에서 집회가 일어나고 있지만, 서울시가 전혀 통제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헌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비효율적인 행정”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모든 집회에 대해 광장 사용 가능성을 열어주고, 필요에 따라 집회의 범위‧규모‧소음 정도를 조율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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