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한반도 다시 욱일기 걸릴 수도"..與 "반일 마약" 맹공

김준영 2022. 10. 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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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ㆍ일 군사훈련은 극단적 친일”(7일)이라고 주장해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엔 “일본군이 한반도에 진주(進駐)하고,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며 톤을 더 높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정치적 망상과 망언이 도를 넘어도 한참 넘고 있다”며 “반일이라는 정치적 마약에서 벗어나, 뼈저린 반성과 사죄부터 하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 중인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 라이브 켜고 “한반도에 전쟁 벌어질 것”


이 대표는 휴일인 이날 예정에 없던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예고했다. 유튜브 영상의 제목부터가 “다시 욱일기 휘날리는 한반도?”였고, 예고 화면 하단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적혔다. 정치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친일 국방'목소리를 더 높여가겠다는 마이 웨이 선포란 해석이 나왔다. 그는 방송에서 “최근 일본의 자위대가 연달아서, 그것도 독도 근처에서 실전 훈련을 하고 있다. (자위대를) 군대로 인정하는 얘기 아니냐”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그는 “동네에 많이 알리라”는 말을 섞으며 “한ㆍ미ㆍ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징검다리가 하나씩 하나씩 놓아지는 느낌”,“우리 국민으로서는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자위대, 아니 이제 일본군으로 바뀌게 되겠죠”라고 주장했다.

“한ㆍ미ㆍ일 군사동맹을 맺게 되면 우리나라가 한ㆍ미ㆍ일과 북ㆍ중ㆍ러라는 두 군사동맹체의 전투 기지가 된다. 다시 한반도의 냉전 그리고 거기에 의한 열전(熱戰ㆍ무력을 사용하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현 상황을 “(일제 침략이 임박했던) 구한말(舊韓末)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역대 보수 정부를 거론하며 “이명박(MB) 정부 때도 그렇고, 박근혜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체결도 그렇고 위안부 합의 문제도 다 이상하게 처리했다”며“윤석열 정부는 갑자기 몇 발짝 더 나아가 독도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하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도 말했다.

2010년 3월 17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발언'에 대한 진위를 가리기 위한 소송에서 원고측 대리인을 맡은 이재명 민주당 부대변인 겸 독도국민소송단 변호사가 재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요미우리에 신문에 실린 이명박 대통령의 '지금은 곤란하다'발언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이른바 ‘독도 발언’ 논란도 소환했는데, 이는 2008년 일본에서 열린 G8 확대정상회의 당시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표기하겠다”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고 했다는 요미우리(讀賣) 신문 보도가 촉발했었다.

보도 직후 양국 정부는 공식 부인했고 요미우리 신문도 인터넷판에서 기사를 삭제했지만, 반MB 성향의 국내 ‘국민소송단’이 요미우리 신문에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내면서 논란이 장기화했다. 이때 국민소송단의 대리인을 맡은 사람이 당시 민주당 부대변인이었던 이 대표였다. 소송은 대법원이 2011년 “요미우리 신문의 보도는 허위”라고 판결하면서 일단락됐음에도 이 대표는 이날 “결국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이 일본 교과서에 실리게 됐다. MB가 그렇게 말한 게 맞는 것 같다”는 논리를 폈다. 또 이날 일본과 언론을 각각 “침략을 사과하지 않는 국가”, “의도가 있는 (기사를 쓰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했지만 이 사안에서만큼은 “요미우리 신문이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과거 유용하게 썼던 친일 몰이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초 대선 후보 자리를 두고 도쿄특파원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와 경쟁했을 때도 이 대표는 “친일잔재 청산”을 구호로 내걸었다. 또 대선 때도 틈틈이 “과거 친일 재산 환수법 반대했던 국민의힘”(지난해 7월), “일본 극우세력 주장에 동조해온 윤석열 후보”(지난 2월)라는 말로 국면 전환을 노렸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친일 국방' 발언도 장기전을 예상하고 한 말”이라며 “친일 대 반일 이슈가 길어질수록 여권이 손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한인민주회의 2022 컨퍼런스’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 “비약 거듭한 소설…낡은 망상과 환각으로 죽창가 꺼내”


국민의힘은 이 대표 발언에 “비약의 비약의 비약을 거듭한 소설 같은 이야기이며, 국민의힘은 물론 욱일기가 대한민국에 걸린다는 걸 허용할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다”(양금희 수석대변인)고 비판했다. 양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위기에 몰릴 때마다 민주당은 반일선동을 사용했다”며 “이번에도 이 대표는 범죄 리스크의 현실도피를 위해 그 낡은 망상과 환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죽창가를 꺼내들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 양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내내 ‘극단적 친북’과 ‘가짜 평화쇼’로 대한민국의 안보와 외교, 국격을 추락시킨 것도 모라자, 자신의 범죄의혹을 숨기기 위한 정략으로 국익까지 볼모로 한 나쁜정치는 오히려 범죄실체의 폭로를 가속화 시킬 뿐”이라고도 덧붙였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한ㆍ미ㆍ일 연합 훈련은 문재인 정부 때 합의한 내용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2017년에도 이미 한반도 근해(제주 남방)에서 두 차례 실시되었다”고 반박했다. 또 “이번 훈련 위치는 독도와 185㎞ 떨어져 있고 일본 본토와 120㎞ 떨어져 오히려 일본 본토와 가까웠다”며 “185km를 ‘독도 근처’라고 표현할 수 있냐. 특이한 거리 감각에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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