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th BIFF] '나의 작은 나라' 가와와다 에마의 '현재진행형' 난민 이야기

장수정 2022. 10. 1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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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쿠르드인들의 이야기 들으며 디테일하게 반영..10대들 꿈 향해가는 힘 같은 것 느껴"
"고레에다 히로카즈 보며 취재의 중요성 알아.. 이야기 나누고 아이디어를 얻으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

가와와다 에마 감독이 첫 장편 영화 ‘나의 작은 나라’를 통해 일본 내 거주 중인 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아래 경험하며 얻은 소중한 배움을 바탕으로, 그들의 현실을 왜곡 없이 담아내기 위해 긴 시간 공을 들였다.


‘나의 작은 나라’는 사이타마현에 사는 17세 쿠르드인 소녀 사랴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소극장에서 첫 상영됐다. 가와와다 에마는 상영 직후 GV를 통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영화의 메시지를 비롯해 다양한 은유에 대한 해석을 주고받으면서 ‘나의 작은 나라’의 의미를 함께 확장해 나갔다.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많은 분들이 남아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따뜻한 반응을 보내주셔서 감사했다. 나라를 초월해서 전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각자의 해석, 관점을 포함해서 많은 질문들을 해주신 부분이 인상에 남는다.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말씀을 해주셔서 즐거웠다.”


‘나의 작은 나라’는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온 사랴가 학교를 다니며 친구를 사귀며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던 중, 가족들의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위기를 맞게 되는 과정을 다룬다. 결국 아버지가 일을 하다 입국관리국 수용소에 들어가게 되면서 더욱 막막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난민은 아니지만, 혼혈로서 느낀 어린 시절 감정을 바탕으로, 실제 쿠르드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현실감을 높였다. 그들의 진짜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 2년이라는 긴 시간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주인공이 고등학생인 사랴인 만큼, 10대 쿠르드인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많은 쿠르드 가족 분들을 통해서 이야기를 들으며 디테일하게 반영하려고 했다. 내가 혼혈로 일본에서 자라면서 느낀 소외감 같은 것도 반영이 됐을 것이다. 특히 영향을 많이 받은 분들은 10대 여학생들이다. 그들의 섬세함이라던가, 혹은 꿈을 향해가는 힘 같은 걸 느꼈다. 10대 아이들을 많이 취재했고, 그 가운데 같은 반 다른 친구들은 당연하게 꿈을 좇지만 그들에게는 그런 선택지가 주어지지 못하는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사랴 역의 리나 아라시는 ‘나의 작은 나라’가 데뷔작이다. 여기에 리나 아라시의 가족들까지 ‘나의 작은 나라’에 출연, 꾸며낼 수 없는 케미로 ‘나의 작은 나라’의 리얼리티를 더한다. 리나 아라시가 주인공으로 발탁이 된 이후 그의 가족들까지 오디션에 응모했고, 가와와다 에마가 고민 끝에 가족 모두를 캐스팅하는 결단을 내리게 된 것.


정제되지 않은 그들의 연기가 다소 낯선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나올 수 있었던 리얼함이 ‘나의 작은 나라’만의 진정성을 배가시킨다.


“주인공은 실제 쿠르드인은 아니다. 혼혈로 자라온 많은 분들을 오디션을 통해 만났고 이 과정에서 리나 아라시를 만났다. 5개국 혼혈인데, 모국이 어딘지 알 수 없다고 하더라. 그 부분이 와닿아서 이 영화를 통해 표현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를 만들어 갔다. 주인공이 정해지고 나서 미나 씨의 가족분들도 오디션 응모를 해주셨다. 많은 후보들을 만났고, 다양한 조합으로 생각을 해본 결과 실제 가족이라서 나올 수 있는 표현들이 있더라.”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일본 내 소수인인 난민들의 현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위기로 내모는 시스템에 대한 지적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고 판단을 내리는 난민 인정 시스템을 비롯해 편견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주변인 등 다양한 부조리를 꼬집기도 하는 것. 다만 이를 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을 통해 그려내면서 관객들의 각성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난민들이 고통받는 상황 자체가 거대한 악이 아니라 작은 사람들의 무관심이 반복되면서 생겨난다고 생각했다. 그런 것들이 지금의 현실을 만들었다고 생각해 거대한 악을 탓하는 방식을 지양했다. 극 중 편의점 사장님이나 엄마처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마음으론 알지만, 실제론 그럴 수 없는 복잡한 내면을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브로커’ 등을 연출한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이끄는 분부크에서 조연출 등을 하며 쌓은 경험도 도움이 됐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영화 ‘세 번째 살인’에서 함께하며, 실제 이야기를 영화에 녹여내기 위해선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지를 몸소 체험하며 배웠다.


“‘세 번째 살인’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가장 오래 함께 했다. 변호사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사전 취재를 굉장해 오래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들었던 말들을 실제로 영화에 차용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취재를 중요하게 여겨야겠다’, ‘정성스럽게 취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취재 대상이 했던 말들을 예민하게 캐치해서 영화에 반영하도록 신경을 써야겠더라. 취재만이 아니라 현장에서도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귀를 기울이시는 분이시다. 이번에 나도 촬영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얻으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내 스승이었던 감독님을 보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이라고 여긴다.”


앞으로도 다양한 ‘현실’들을 담으며 영화를 해나갈 생각이다. 쿠르드인이나 난민들의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늘 지금 발디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영화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느끼는 것, 또는 삶 속에서 느끼는 것을 반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내가 혼혈이기 때문에 국적에 대한 부분에 대해선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는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는 해외 분들 혹은 혼혈 분들의 이야기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좀 더 일본에 섞여서 살고 있는 이야기도 그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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