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아버지처럼 평생 노력하는 지휘자가 되고 싶다"

장지영 2022. 10. 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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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향 상임 지휘자,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정기연주회
정민 강릉시향 상임 지휘자가 지난 4일 서울 대학로 서울문화재단 예술청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지휘를 선택한 이상 아버지와 비교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저는 그것 때문에 큰 부담이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아요. 다만 아버지처럼 평생 노력하는 지휘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올 초 강릉시향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정민(38)은 잘 알려진 것처럼 지휘자 정명훈(69)의 아들이다. 삼형제 가운데 막내인 정민만 아버지의 권유로 지휘에 입문했다. 서울대 음대 재학 중이던 2006년 정명훈이 후원하던 부산 소년의집 알로이시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시작해 이듬해 지휘자로 공식 데뷔했다. 이후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경력을 쌓은 그는 2015년부터 일본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 2020년부터 이탈리아 볼차노 하이든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강릉시향은 그가 상임 지휘자로서 맡은 첫 오케스트라다.

지난 4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정민은 “처음부터 지휘자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저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을 따라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아버지처럼 피아노로 출발했지만, 형의 영향으로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를 배웠다. 그러다가 12살 때 더블베이스를 배우기 시작했고, 15살 때부터 바이올린도 병행했다. “더블베이스 선생님(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더블베이스 주자)이 좋아서 열심히 했는데, 레퍼토리가 적은 게 너무 답답했다. 그러다가 고모(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아버지와 함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을 듣고 너무 좋아서 바이올린도 공부했다”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다양한 악기를 경험한 것이 지휘에 도움이 된 것은 분명하다. 그는 또 서울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던 중 지휘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독문과로 전과했는데, 좋은 오케스트라 레퍼토리가 독일어권에 많은 데다 독일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였다.

“아버지가 제게 지휘를 권유했지만, 지휘 테크닉을 가르쳐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물론 평소 음악에 대한 아버지의 태도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시는 모습이 많은 공부가 됐죠. 아버지는 평소에 악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시는데, 클래식 음악이 다 악보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지휘자로서 일의 90%가 악보 공부이고, 나머지 10%가 오케스트라를 직접 지휘하는 거예요. (정명훈-정민 부자가 모두 능숙한) 요리에 비교하자면 레시피를 계속 공부하되 요리할 때 본인만의 맛을 넣는 거죠.”

정민은 2007년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경험을 축적했다. 그는 “지휘자는 여러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겪는 시행착오 등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아버지는 그런 경험이 30년 정도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적 있다”면서 “예외적으로 어린 나이부터 잘하는 지휘자도 있지만 나는 (적어도 15년의 경험을 축적한) 지금 상임 지휘자가 된 게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임지휘자는 정말 책임감이 큰 만큼 오케스트라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점에서 행운이다. 강릉시향에 와서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할 만큼 단원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릉이란 도시 자체도 너무 살기 좋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정민이 상임 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강릉시향의 연간 정기 공연은 횟수가 증가한 것은 물론 매번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찾아가는 음악회 등도 참신한 레퍼토리 등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케스트라 성장하려면 무조건 연주가 많아야 한다”는 신조를 지닌 그는 앞으로도 강릉시향의 공연 횟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강릉시향을 이끌고 오는 1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강릉시향 부임 이후 서울에서 처음 열리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클래식계의 관심이 높다. 강릉시향은 이번에 멘델스존 교향곡 제3번 a단조 Op.56 ‘스코틀랜드’, 트럼페티스트 알렉상드르 바티의 협연으로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 E flat 장조, 브람스 세레나데 제1번 D장조 Op.11을 연주한다.

“강릉시향은 현재 단원이 60명 정도로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는 아닙니다. 평소 말러나 베토벤 등 대편성 레퍼토리는 객원 단원들까지 해서 연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서울 공연은 현재 우리 강릉시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로 선택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정기 연주회는 평소 연습의 결과물로서 상임 지휘자와의 호흡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그로서는 날카로운 귀를 가진 애호가와 클래식 관계자들이 주시하는 이번 서울 공연이 꽤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그는 “어떤 무대든 음악가들에게 긴장감을 준다. 나이를 먹어도 음악가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음악은 운동처럼 경쟁해서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니다. 지휘자의 경우 오케스트라를 통해 작곡가의 생각을 자신만의 해석으로 드러낼 뿐”이라고 덧붙였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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