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똑똑한 'LG냉장고'..다른제품 한꺼번에 만들어도 부품 안꼬이는 '혼류생산' 경지

문채석 2022. 10. 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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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공정
전공장 부품공정 '10분전' 시뮬레이션
부품 결함·제품 '로스(불량)' 최소화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무거운 냉장고 부품을 옮기는 모습.(사진제공=LG전자)

[창원=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경상남도 창원시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3층 총조립라인에 들어서면 물류로봇(AGV·Automated Guided Vehicles)들이 바쁘게 돌아다닌다.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제어되는 AGV가 600KG 적재함을 거뜬히 옮긴다. 1층에서부터 로봇이 올린 부품을 3층에 있는 사람이 끼워맞추면 냉장고가 뚝딱 만들어진다. 사람이 무거운 쌀가마 들듯 낑낑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LG전자가 자신있게 선보인 스마트 공장 모습이다.

지난 6일 창원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냉장고 설비라인에선 LG 스마트공장 특유의 '혼류생산' 시스템을 엿볼수 있었다. 혼류생산이란 같은 생산 라인에서 다른 냉장고 모델을 만들어도 부품을 헷갈리지 않게 정확하게 끼워맞춰 생산시간을 절약하는 LG 특유의 생산 공정을 의미한다. 예컨대 생산·조립·점검에 2시간 걸리는 A 제품과 2시간 반 걸리는 B제품을 여러 사람이 붙어서 따로 만드는 게 아니라 3층 라인에 대기하는 근로자가 부품을 바로바로 갈아끼울 수 있는 체계다.

LG전자 직원들이 LG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시스템이 보여주는 '버추얼 팩토리'를 확인하는 모습. 냉장고 생산·부품·이동·재고 상황·설비 이상유무 등 공장 가동 상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사진제공=LG전자)

혼류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공장 전체를 꿰뚫어보는 '버추얼 팩토리' 체제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핵심은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매 30초마다 전 공장의 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 라인마다 다른 제품군에도 적시에 적절한 부품을 공급할 수 있게 돕는 시스템이다. 덕분에 LG스마트파크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10분 전에 모든 공정을 시뮬레이션하는 '예지보전'을 구현할 수 있다.

예지보전을 통해 생산라인과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유무, 제품 생산 실적 등을 한 눈에 살펴보도록 만든 것이다. 이 덕분에 3층 총조립라인에서 A제품에 들어갈 부품에 B제품 부품이 들어가 제품 로스(불량)이 생기는 일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 엉뚱한 부품이 전해지는 일이 없으니 근로자의 생산 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에서 5세대 이동통신(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AGV)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장면.(사진제공=LG전자)

실제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에서 하루에 수집하는 데이터량은 무려 500GB(기가바이트)에 달한다. 공장 곳곳에 센서를 설치해 생산과정 전반에 걸친 데이터를 수집한다. 기존 냉장고 생산라인의 하루 평균 데이터 수집량인 50MB보다 1만배가량 많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전환(DX)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는 체계다. 사람이 직접 제품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불량이 발생하면 어떤 설비에 문제가 있는지 어떻게 수리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결과 제품의 불량 원인 분석시간은 기존 대비 약 50% 단축됐다. 실제 현장 불량률은 30%가량 줄었다.

혼류생산은 현재 냉장고 생산 라인에만 적용되지만, 언제든 다른 가전제품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가전제품 중 냉장고의 생산 공정이 가장 복잡하기 때문이다. 강명석 LG전자 선진화태스크 리더는 "도어(문)만 58종류일 정도로 가장 라인 공정이 복잡한 냉장고에 최우선적으로 혼류생산을 적용하고 있고, 다른 제품으로 충분히 확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한국전자전(KES 2022)에서 참관객들이 LG 부스의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을 살펴보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혼류생산과 예지보전 덕분에 높아진 LG 특유의 생산효율은 세계의 인정을 받는다. 혼류생산과 예지보전은 LG전자가 강조하는 '고객경험(CX) 경영' 비결이기도 하다. CX 경영이 성공하려면 고객의 온갖 까다로운 욕구를 충족시켜야만 한다. 획일적인 생산 공정에 따라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제품을 쏟아내는 '소품종 대량생산'으로는 어렵다. 고강도 DX 체계를 갖춰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LG전자의 혼류생산, 예지보전 공정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예가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냉장고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전경.(사진제공=LG전자)

LG전자의 다품종 소량생산 역량을 세계도 인정한다. 지난 3월 국내 가전기업 공장 중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WEF·World Economy Forum)의 '등대공장'으로 LG 스마트파크가 선정된 것이다. 높은 DX 수준을 갖춰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을 확립했다고 공인받은 셈이다. 구체적으로 ▲공장물류 자동화 ▲디지털 트윈 기술 ▲예지보전 시스템 ▲AI 플랫폼 기반 검사 체계 ▲지능형 생산 자동화 등 5가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지능형 생산 자동화' 부문에선 다른 등대공장보다도 수준 높다는 의미의 '톱 티어' 평가를 받았다는 전언이다.

LG전자는 2017년부터 일찌감치 스마트 팩토리로의 전환을 시작, 지난해 9월 ▲초(超)프리미엄 'LG 시그니처' 냉장고 ▲오브제컬렉션, 북미 프렌치도어 등 냉장고 ▲정수기 등 3개 라인에 관련 공정 가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것도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2025년까지 통합생산동을 확장시켜 냉장고, 에어컨, 오븐, 식기세척기 라인 등을 추가로 넣는 '2단계' 스마트공장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2단계 창원 LG스마트파크는 현재 14개국에 퍼져 있는 17개 글로벌 생산법인의 '마더 팩토리(핵심 공장)' 역할을 하게 된다.

LG전자는 "2025년 2단계 스마트파크가 완공되면 생산 시스템을 고스란히 글로벌 생산 법인에 확대 적용할 것이고, 창원 스마트파크는 CX 혁신 전초 기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원=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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