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평소 쓰는 컵·접시 300년 된 마이센 자기처럼 만들어봐요

2022. 10. 10.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식사할 때 사용하는 접시·컵도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유약을 발라 구운 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어 예술로 승화시킨 ‘포슬린페인팅(포슬린아트)’을 활용하면요. 실생활에 쓰이기도 하면서 인테리어 소품·예술 작품이 되기도 하죠. ‘포슬린(porcelain)’은 고령토를 빚어 1300도 정도 고온에서 구워낸 백색 자기(磁器)예요. 이탈리아어로 ‘작은 돼지’라는 뜻의 ‘포르셀라(porcella)'로 불리던 표면이 하얗고 매끄러운 조개에서 유래한 이름이죠.

포슬린페인팅을 할 때 좋아하는 대상이나 원하는 시안을 찾아 그리거나, 마이센 등 유명 자기의 문양을 따라 그려도 좋다.


포슬린페인팅은 액체나 기체가 스며들지 못하게 하며 겉면에 광택이 나게 덧씌우는 유약 처리된 자기에 포슬린 전용 안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 구워(소성) 완성하는 자기 장식 미술입니다. 포슬린페인팅을 ‘상회기법 페인팅’이라고도 하는데, 상회(上繪)기법은 유약 처리된 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가마에 굽는 거예요. 유약을 바르기 전 그림을 그리는 건 하회(下繪)기법이라고 합니다. 하회기법으로 그린 그림은 구워내면 색이 변할 수 있어 상회기법이 개발됐죠.

포슬린페인팅을 하려면 포슬린이 있어야겠죠. 중국에서 개발된 자기는 14~17세기에는 가내수공업을 벗어나 대량으로 생산됩니다. 자기를 포함해 중국의 도자기는 유럽 왕실을 비롯한 상류층에서 큰 인기였죠. 17세기 들어 유럽 전역에 중국 도자기가 유행하자 유럽의 도공들은 중국 도자기와 똑같은 품질로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입자가 아주 곱고 밀도가 촘촘하며 반투명한 흰색을 띠는 자기를 모방하려고 애썼죠. 오랜 시도 끝에 18세기 독일 작센 왕국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2세의 지시로 수도 드레스덴 교외의 마이센(Meissen) 가마에서 유럽 최초의 자기가 만들어졌어요. 자기 제작에는 고령토가 중요한데, 마이센에서는 질 좋은 고령토가 풍부해 좋은 자기를 만들 수 있었죠. 이어 프랑스 세브르(Sevres)·덴마크 로얄 코펜하겐(Royal Copenhagen) 자기 등이 나왔어요. 초기에는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 자기에 동양적인 패턴을 많이 그렸고, 이후 꽃·과일·풍경·인물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게 됐죠. 오늘날 포슬린페인팅은 유럽·미국·일본 등에서 취미 예술로 널리 알려져 있어요.

형태에 상관없이 커피잔·머그잔·타일 등 유약을 발라 구운 자기만 있으면 포슬린페인팅이 가능하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유은서·최아민 학생기자가 포슬린페인팅을 배워보기 위해 서울 강남구의 지민아트 포슬린페인팅을 방문했어요. 신순형 실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을 반갑게 맞이하며 공방에 전시된 포슬린페인팅 작품들을 소개했죠. 접시 작품을 보던 아민 학생기자가 “접시 이외에 다른 소재를 사용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어요. “커피잔·머그잔·타일·달항아리 등 유약을 발라 구운 자기면 다 가능해요. 원하는 모양의 자기를 만들거나 사서 포슬린페인팅을 하는 사람도 있죠. 초보자의 경우, 평면에 그리는 게 쉬워서 접시에 많이 그려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작은 접시에 파란 물망초를 그려보기로 했어요. 신 실장이 물망초 시안을 보여줬죠. “좋아하는 캐릭터·동물 등 원하는 걸 그려도 되고, 인터넷에서 그리고 싶은 대상을 찾아 따라서 그려도 돼요.” 은서 학생기자가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요?”라고 질문했죠. “어떤 대상을 그리냐, 그리는 속도가 얼마나 빠르냐에 따라 개인차가 있어요. 간단한 패턴의 그림을 그린다면 1~2시간이 걸리죠. 다 그린 작품은 800도에서 평균 3시간가량 가마 소성하고, 10시간가량 가마를 식혀 완성해요. 시간은 계절과 그날 기온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요.”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붓은 자연모·인조모 특성을 파악해 자신에게 잘 맞는 걸 고른다.

신 실장이 파우더 형태의 파란색·녹색·노란색 포슬린 전용 안료와 팔레트·미디엄·테라핀·알코올·붓·연필·툴(지우개)·면봉·스페츌러를 준비했어요. 일반 수채화·유화 물감은 사용할 수 없어요. 전용 안료를 사용해야 800도 이상의 가마에 구웠을 때 유약 아래로 안료가 스며들어 안착하기 때문이죠. 시중에서 오븐에 구울 수 있는 안료나 200~300도에 구워도 되는 안료도 팔지만, 작품을 식기로 사용했을 때 그림이 번지고 불안정해질 수 있어 제대로 만들고 싶을 땐 800도 이상에도 견디는 포슬린 전용 안료를 구매하는 게 좋아요.

연필로 스케치한 다음 그림을 그리면 훨씬 쉽게 작업할 수 있다. 연필 선은 가마 소성 시 사라진다.

전용 안료는 미디엄과 섞어 물감을 만듭니다. 미디엄은 성분에 따라 수성과 유성이 있는데, 수성미디엄은 유성미디엄보다 은은한 느낌이 나서 수채화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많이 사용해요. 유성미디엄에는 마르는 미디엄(속건성)과 잘 마르지 않는 미디엄(지건성)이 있어요. “속건성 유성미디엄은 지건성보다 발색이 쨍하고 그림이 선명하게 나오며, 지금도 마이센 등 유명 가마에서 쓰고 있죠. 지건성 유성미디엄은 긴 시간 동안 작업이 필요한 사람에게 유용해요. 미디엄은 그리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돼요. 이번에는 속건성 유성미디엄을 사용할 거예요.” 팔레트 한쪽에 안료와 미디엄을 섞어 물감을 만들고, 남은 공간에선 그림을 연습할 수도 있죠.

파란 물망초를 접시에 그렸다 지웠다 반복하며 포슬린페인팅에 집중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그리는 도중 먼지 등 작품에 이물질이 묻는 경우엔 면봉에 알코올을 묻혀 닦아냅니다. 선이 굵어 얇게 만들고 싶을 때나 선을 정리할 때는 툴을 쓰죠. 테라핀은 한 색상을 쓰다가 다른 색상을 쓸 때 붓을 씻는 용도인데, 테라핀에 담근 붓은 키친타월에 꾹 눌러 물기를 제거한 뒤 사용해요. “포슬린페인팅에 쓰는 붓이 모(毛)의 특성에 따라 인조모와 자연모로 나뉜다고 알고 있어요.” 아민 학생기자가 말했어요. “자연모는 부드러워 자기 표면에 안료를 잘 안착시키고, 인조모는 뻣뻣해 안료를 좀 닦아내는 경향이 있어요. 작품에 따라 무조건 칠하는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약간 닦아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경우 인조모를 사용하기도 하죠. 자연모와 인조모의 특성을 알고 자신에게 잘 맞는 걸 선택해 사용하면 돼요.”

본격적으로 물망초를 그리기 전에 신 실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시범을 보여줬어요. 안료와 유성미디엄을 스페츌러로 손톱만큼 떠서 팔레트 한 구석에 따로 놓아요. 그 미디엄을 다시 적당량 스페츌러로 떠서 안료가 완전히 녹을 때까지 펴 바르면서 섞습니다. 물감을 많이 묻혀 그림을 그릴 때 물감 두께가 두꺼워지면 가마에 굽고 나서 울퉁불퉁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처음엔 안료와 미디엄 양을 적게 하고, 물감이 부족해지면 조금씩 추가합니다. 팔레트 다른 면에 신 실장이 물망초를 그렸어요. 학생기자들은 “정말 예뻐요”라며 빨리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면서도 잘못 그릴까 봐 걱정했죠. “작품이 가마에 들어가기 전까지 얼마든지 수정 가능해요. 그냥 그려도 상관없지만, 자기에 연필로 스케치한 다음 그리면 원하는 그림이 잘 나올 거예요. 연필 자국은 고온으로 구울 때 자연스럽게 사라지니 지우지 않아도 돼요.”

그림을 그린 작품은 800도에서 평균 3시간가량 가마 소성하고, 10시간가량 가마를 식혀 완성한다.


은서·아민 학생기자가 시안을 보고 얇은 인조모 붓을 사용해 물망초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팔레트에 안료와 미디엄을 섞어 만든 물감으로 파란색 물망초 꽃잎을, 노란색 꽃술을, 초록색 줄기와 잎을 그리고 싶은 공간에 그렸죠. 마음에 안 든 부분은 툴로 지우기를 반복했어요. 두 사람이 그림 그리는 데 집중하자 공방에 적막이 흘렀죠. 어느 정도 그려지자 신 실장이 보고 “포슬린페인팅을 처음 하는데 정말 잘 그리네요”라고 칭찬했어요. 그 말에 무표정으로 집중하며 그림을 그리던 소중 학생기자단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죠.

접시에 묻은 이물질을 면봉으로 제거하고 은서 학생기자는 영어 이름을, 아민 학생기자는 이름 이니셜을 써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접시를 가마에 넣어 800도 고온에 구우면 완성이죠. 집에서 포슬린페인팅을 했다면, 가마가 있는 공방을 찾아 소성을 부탁하면 돼요. 10시간 이상 가마에 구워야 해서 공방 방문 날짜를 잡아 직접 수령하거나 택배로 받습니다.

유은서(왼쪽)·최아민 학생기자가 유약을 발라 구운 자기 접시에 파란 물망초를 그려 넣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포슬린페인팅 작품을 만들었다.

“자기 속 불순물이 고온에 의해 팽창해 깨지고 금이 갈 수도 있어요. 식기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우연에 의한 예술 작품·인테리어 소품이 될 수 있죠. 깨짐이 없다면 식기로도 사용 가능합니다.” 포슬린페인팅은 마이센 등 유명 자기나 다른 시안을 보고 따라 그려도 똑같이 나올 수 없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 만들어지죠. 소중 친구들도 자신의 그림으로 화려하고 예쁜 작품을 만들며 취미 생활로 즐겨보길 바라요.

■ 대표적인 유럽 포슬린페인팅

「 포슬린페인팅은 18세기부터 유럽에서 유행했어요. 독일의 마이센을 시작으로, 유럽 각지에서 자기를 만들 수 있는 가마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했죠.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브랜드화해서 오늘날에도 포슬린페인팅을 한 자기를 실생활용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독일의 마이센, 프랑스의 세브르, 덴마크의 로얄 코펜하겐을 소개합니다.

마이센


유럽 최초 자기 탄생 ‘마이센’
1709년 독일 마이센 가마에서 유럽 최초의 자기가 탄생했다. 마이센 자기의 초기 문양은 중국 영향을 받아 동양적이며, 이후 사실적인 꽃·인물·동물 등 서양화적 패턴으로 개발됐다. 마이센 장식 '사랑이야기'(왼쪽)는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작품으로 추정되며, 독일 꽃문양 등 당시 의복 양식을 보여준다. 18세기 초 작품인 '나무위의 노랑새'(오른쪽)는 나무 위에 앉은 노란색의 새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부천시립박물관 소장

세브르


우아하고 화려한 ‘세브르’

프랑스는 18세기 중반 왕립 가마 세브르에서 자기 개발에 성공했다. 세브르 자기는 금채와 청색을 많이 사용해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19세기에 만들어진 세브르 '라퐁텐 이야기'(왼쪽)는 원통형 화병에 17세기 프랑스 우화작가 라 퐁텐의 우화집에서 발췌한 4개 작품을 4면에 나눠 표현했다. 독특한 색상과 부분 금도금으로 장식성이 뛰어나다. 푸른빛이 아름답게 도는 19세기 작품 '평화의 화병'(오른쪽)은 높이 82cm로, 중국산수화풍 배경을 하고 있으며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와 각기 다른 꽃을 3면에 조화롭게 그려 넣었다. 부천시립박물관 소장

로얄 코펜하겐

단아하고 아름다운 ‘로얄 코펜하겐’
18세기 덴마크에서 탄생한 로얄 코펜하겐의 자기는 주로 자색·파란색으로 장식됐으며, 제품을 소지한 사람의 이니셜이 금으로 장식됐다. 로얄 코펜하겐 ‘플로라다니카 디너서비스’는 덴마크서 자라는 수천 종의 야생식물을 그려 넣은 로얄 코펜하겐 대표작이다. 1789년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에게 선물하기 위해 특별 제작됐고, 전체 세트가 각기 다른 꽃으로 그려졌다. 부천시립박물관 소장

■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유은서 학생기자의 포슬린페인팅 작품

포슬린페인팅은 미술을 좋아하는 제 취향을 저격했어요.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접시에 그림 그리는 데 집중하니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졌죠. 자기 접시에 그린 완성된 파란 물망초를 볼 때 뿌듯했어요. 이번 취재로 포슬린페인팅의 유래도 알게 됐는데, 신순형 실장님이 잘 설명해주셔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죠. 공방에 전시된 작품들을 보는데 수준이 정말 높아서 놀랐어요. 다시 한번 포슬린페인팅을 하게 된다면 난이도 높은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유은서(서울 신동초 5) 학생기자

최아민 학생기자의 포슬린페인팅 작품


수채화·유화 물감과 다르게 포슬린페인팅 전용 안료와 미디엄을 섞어 만든 물감을 사용한다는 점이 신기하면서도 다루기 어려웠어요. 이런 물감을 잘 다루는 신순형 실장님이 대단해 보였죠. 파란색·노란색·녹색 안료를 사용해 물망초를 그렸는데, 시작 전에 연필로 스케치해서 쉽게 그릴 수 있었어요. 연필 자국은 어떻게 지울지 고민하기도 했지만 가마에 들어가면 고온에 연필 자국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했죠. 지민아트 포슬린페인팅에는 다양한 포슬린페인팅 작품들이 있었어요. 예쁜 작품들이 많아 시선을 떼지 못했죠. 나중에는 동물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요. 취미로 삼고 싶을 정도로 포슬린페인팅이 재미있었답니다.

최아민(경기도 미사강변초 5) 학생기자

글=박경희 기자 park.kyunghee@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지민아트 포슬린페인팅·부천시립박물관, 동행취재=유은서(서울 신동초 5)·최아민(경기도 미사강변초 5) 학생기자, 자료=『포슬린 페인팅』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