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의회민주주의 뿌리였던 민주당은 어디로..

2022. 10. 10.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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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나라 정당 역사상 의회민주주의에 큰 그림을 그리곤 했던 민주당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 소속 원내 선임부대표인 신정훈 의원의 대표발의로 60여명의 소속 의원이 감사원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민주당은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 등의 편법을 동원하며,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였다. 대의제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민주당의 몰아붙이기식 국회 운영은 지방선거의 참패로 이어지는 빌미를 스스로 제공했다. 검찰에 이어 감사원의 특별감사까지 통제하겠다는 감사원법개정안은 ‘감사완박’의 의회민주주의 훼손 시즌2다.

감사원법 개정안은 감사원에서 특별감사를 하려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사안을 제출하여 승인을 얻고,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회계감사와 직무 감찰을 통해 정부의 정책·예산 집행 등을 감시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감사원의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도 신속·기밀을 요하는 특별 감사를 국회의 승인을 받고 하라는 것은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이 사실상 감사를 막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의 직무독립성 이유이자, 목적인 국가예산 회계검사 그리고 직무감찰을 국회의 권한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법제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왜 이런 행태가 반복될까?

지난 정부의 주요 의혹 사안 중 탈북인 북송, 해수부 공무원 피살, 코로나 백신 수급, 투표함 부실 관리, 방송통신위원회 평가 조작, 국민권익위원회, 탈(脫)원전 등이 감사 진행 중이다. 민주당의 감사원법개정안에는 감찰 금지 사항에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當否)’가 포함되었다. 법제화된다면,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인 탈원전 등에 대한 감사는 불가능해진다. 얼마 전 태양광발전 사업 비리가 구체적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무조정실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하여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12곳에 대해 표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총 2267건에서 2616억원의 위법 사례가 조사되어 376명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 했다.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2조1000억원의 12%가 불법 사용된 것이다. 큰 혜택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사업 주체들과 중국 업체의 물품 조달 역시 의문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신재생 사업 전수조사를 하면 국민 혈세 낭비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권 카르텔로 흘러간 정황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는 탈원전 정책 추진과정에서 태양광 사업 등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이 과정에서 나랏돈이 새어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감사원법 개정안 발의에 동의하는 여론도 있다. 대통령제인 미국 감사원 사례를 들며, 감사원의 국회 소속이 당연하다는 논리이다. 즉 감시자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겉만 보고 판단하는 주장이다. 미국 감사원은 의회 소속 기관이다. 그러나 운영은 완전히 독립적인 기관으로 운영한다. 미국 감사원장은 공공자금의 지출에 대한 조사권과 연방정부가 수행한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는 권한을 갖지만 직무감찰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감사원장은 직권으로 성과 평가를 개시할 수 있다. 상원 또는 하원 활동에 대하여 관할권을 가지고 있는 의회의 위원회가 평가를 명령할 경우에도 사업평가를 수행해야 하지만 요청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거부할 수도 있다.

미국 감사원의 가장 큰 특징은 독립성 유지를 위하여, 감사원장의 신분을 강력하게 보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자문과 동의를 얻어 임명한다. 미국 감사원장은 임기 15년을 보장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에 의해 해임될 수 없다. 감사원장은 탄핵 또는 상·하원 공동 의결에 의해서만 해임될 수 있다. 의회의 해임 권한은 존재하지만 제도적 ‘거부점(veto point)’으로 해임은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나라 감사원은 헌법상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으로 대통령도 감사원 독립성을 위해 감사 내용을 보고받지 않는다.

정당은 국민의 의사를 집약, 대변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중요한 교두보이다. 그러나 국민 분열을 유도하고 소수에 의해 운영되는 과두정치의 모습만 보인다. 팬덤을 위해 국민을 호도하고 국론을 분열시킨다. 바뀌어야 한다. 민주적 절차와 숙의(熟議)의 전통을 만들어 나가는 정당을 기대해본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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