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북핵의 '안정-불안정' 역설

2022. 10. 10.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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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9월 25일부터 일곱 차례 총 12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핵 질주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핵으로 초토화할 수 있지만,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인도-파키스탄처럼 서로를 파괴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춰 '안정'을 확보할 수 없는 북한은 대신 한국, 일본, 괌을 공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 개발에 전력해 일부 실전 능력을 확보했다.

북한이 핵 법령을 통해 핵무기 사용조건에 '선제공격'을 포함한 것도 핵무기 유용성을 극대화하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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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이 9월 25일부터 일곱 차례 총 12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핵 질주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핵보유국 중 가장 공격적이고 급진적인 핵전략 법령을 공개했다.

표출되는 행태만 볼 때 북한은 핵 능력을 제도화하고 이를 실현 중이다. 핵무기 사용원칙과 조건, 발전계획 등을 담은 핵 법령을 채택한 후 실제 상황에 대입해 적용하는 행위를 보름간 시현했다.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했을 때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핵 법령의 규정을 항공모함을 동원한 한·미 및 한·미·일 연합훈련에 적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북한 도발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안정-불안정’ 역설이다. 핵을 보유한 국가는 모두가 파괴되는 전면 핵전쟁을 피하게 되므로 ‘안정성’이 나타나지만, 국지도발과 같은 제한적 도발은 오히려 증대되는 ‘불안정성’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핵전쟁을 두려워하여 군사 행동을 제한할 것을 기대하며 오히려 국지전에서 보다 과감한 공격적 행동을 감행한다.

인도-파키스탄 사례가 가장 많이 회자된다. 양국이 핵무장을 한 후 보다 공격적인 군사 전략을 채택하여 오히려 제한적 무력 충돌이 증가했다. 특히 카슈미르 지역에 대한 현상 변경을 원하는 파키스탄이 지속적으로 인도에 도전했다.

이러한 역동이 한반도에도 적용될 가능성을 북한이 보여주고 있다. 제한적 무력 충돌을 비롯한 대담한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북한은 그간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는 도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장 막강한 전략자산인 항공모함 전단이 동원된 훈련임에도 과감하게 미사일을 쏘았다.

북한의 자신감은 인도·태평양 주요 거점을 타격할 핵무기(전술핵)에서 나온다. 북·미 간 핵 능력은 비대칭적이다. 미국은 북한을 핵으로 초토화할 수 있지만,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4월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 안보보좌관이 확인해 준 바 있다. 인도-파키스탄처럼 서로를 파괴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춰 ‘안정’을 확보할 수 없는 북한은 대신 한국, 일본, 괌을 공격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 개발에 전력해 일부 실전 능력을 확보했다. 특히 올해 들어 꾸준히 핵과 재래식 무기를 혼합해 사용할 수 있음을 천명하면서 핵 사용 문턱을 대폭 낮췄다. 미국을 향한 ‘보복 확실성 태세’는 부족해도 인도·태평양 핵심 지역에 대한 타격 능력을 확보해 ‘비대칭 위기 격상 태세’를 보여줬다. 미 본토는 못 때려도 미국령인 괌과 핵심 비핵 동맹국을 볼모로 삼아 핵 균형을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북한은 선제공격 전략을 더했다. 미국의 월등한 핵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인도-파키스탄 사례에서 확인되듯이 재래식 전력이 열세인 국가일수록 핵 능력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선제공격을 포함한 공격적인 핵전략을 채택한다. 실제 이행을 위한 미사일과 같은 투발 수단도 계속 개발한다. 북한이 핵 법령을 통해 핵무기 사용조건에 ‘선제공격’을 포함한 것도 핵무기 유용성을 극대화하는 시도이다.

결국 북한은 공격 우위에 기반한 전쟁 발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면 핵전쟁은 아니지만, 적어도 보다 과감한 제한전(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은 시도할 수 있다는 의지와 능력을 표출한다. 정치적 목적은 분명하다. 북한을 사실상(de facto)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별의 순간을 맞이한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미동맹과 확장억제의 강화, 한국군의 방위 태세 증대밖에 없다. 미사일 탐지·식별·요격과 대잠수함 작전 등 북한 핵심 전력에 대응하는 한·미·일 군사협력도 물론 도움이 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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