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연령에 맞춰 세워진 '큐브처치'로 상처입은 이들 위로

서윤경 2022. 10. 10.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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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웅 뉴라이프교회 목사
박진웅 목사가 최근 서울 마포구 뉴라이프교회 서강큐브에서 청년·문화 사역과 함께 새롭게 시도 중인 큐브처치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서강대 정문 앞 밴드 연습실은 청년을 위한 예배 공간이 됐고 종로의 카페는 장년들이 예배하는 곳이 됐다. 믿지 않는 이들은 길거리 공연을 본 뒤 교회를 찾았다.

박진웅(41) 목사는 2016년 서울 마포구 뉴라이프교회를 세워 청년 사역과 문화 사역을 병행했다. 최근엔 선교적 교회 개념을 입힌 큐브처치 만들기에 나섰다.

반항아, 문화에 눈을 뜨다

모태신앙인 박 목사가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중학생 땐 소위 일진 친구들과 어울렸다. 다행히 교회 담임인 연세중앙침례교회 윤석전 목사가 그를 옳은 길로 인도했다. 00학번 정보통신학과에 입학해 신앙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교회 친구의 죽음을 마주했다.

“군에서 친구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살려주면 목사가 되겠다’고 기도했어요. 휴가를 나가서야 친구가 하나님 품에 안겼다는 걸 알았죠. 제가 탈영할까봐 알리지 않았다더라고요.”

제대 후 떠난 카자흐스탄 필리핀 단기선교는 그의 마음을 울렸다.

“선교지에서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봤어요. 무엇보다 1년간 필리핀에 있으며 문화 사역에 눈을 떴죠. 찬양을 많이 들었고 세계적인 CCM워십팀 힐송이 제 감성을 건드렸어요. 2006년 우리 교회에 힐송팀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공연 기획사를 찾아가 일하고 싶다고 했죠.”

그는 연출팀에서 일하며 공연기획이란 걸 알게 됐다. 2008년 예배 인도자 이스라엘 휴튼의 공연에 참여했고 2013년 호주 예배팀 플래닛쉐이커스의 공연도 준비했다. 공연장에서 놀라운 장면도 목격했다.

박 목사는 “휴튼 공연은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렸는데 기독교인이 아니면서 음악이 좋아 온 사람도 많았다”며 “그들을 예배로 끌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백석대에 입학했다. 기도모임도 만들었다. 이후 한국침례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주안대학원대학교에서 선교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청년 사역을 시작하다

청년 사역은 연세교회 전도사로 있을 때 결심했다.

박 목사는 “기도하던 중 ‘청년 사역’의 부르심을 받았고 연세교회를 떠나 개척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기도모임 멤버 3명과 석 달간 대형교회를 찾아다녔다. 결론은 ‘좋은 교회란 신앙의 목표가 같은 이들과 같이하는 것’이었다. 2016년 3월 가정집에서 뉴라이프교회를 시작했다.

청년들이 모일 공간도 찾았다. 지금 교회가 있는 건물이다. 서강대는 물론 연대 이대 홍대 등과 인접했고 역세권이었다. 문제는 건물주였다. 하필 이 건물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영생교 조희성이 숨어 지내 경찰과 검찰이 들락날락했다. 건물주는 다시는 종교와 관련된 시설에 임대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교회가 아닌 문화기획사 뉴미니스트리로 건물 3층에 들어갔지만, 예배는 멈출 수 없었다.

박 목사는 “오랜 시간 건물주를 설득하며 예배했는데 3년째가 되니 비로소 ‘목사님은 진짜’라며 허락했다”고 했다.

록 밴드가 연습실로 쓰던 건물 지하도 예배 공간이 됐다. 임대료 압박은 있어도 박 목사는 희망을 봤다. “하나님은 상처받고 어려움이 있는 청년들을 계속 보내주셨다”고 고백했다.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 크리스천 대중 음악인들과 신촌 인근 백화점과 쇼핑몰 앞에서 매주 월요일마다 찬양했다. 버스킹 현장에서 찬양을 듣고 교회를 찾는 사람도 생겼다.

‘청춘 브랜딩 페스티벌’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을 받아 성남에서 열었고 올해도 준비 중이다.

교회, 큐브로 탄생

2018년부터 연구한 걸 최근 실행에 옮긴 것도 있다. 큐브처치다.

“메이커 교회, 대형교회뿐 아니라 작아도 의미 있는 교회도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박 목사가 정의한 큐브처치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어우러져 함께 신앙이 성장하는 교회다. 목회자가 교회를 이끄는 게 아니라 교회 구성원들이 교회를 세워가는 선교적 교회다.

박 목사는 “곳곳에 지역 연령 등 콘셉트에 따라 큐브처치를 세워 함께 연합하는 걸 생각했다”며 “이미 큐브처치를 경험한 성도는 새로운 큐브처치를 세울 때 스태프로 참여하고 뉴미니스트리는 문화 예배 콘텐츠를 공급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서강대 앞 뉴라이프교회는 청년을 위한 ‘뉴라이프교회 서강큐브’가 됐다. 지난 8월엔 종로5가 카페 그린포월을 빌려 장년층을 위한 종로큐브를 열었다. 클레시아 대표 박범 목사는 대학로와 강남에 또 다른 큐브처치를 설계 중이다. 대학로는 청소년, 강남은 청장년을 위한 큐브처치다.

콘텐츠도 만들었다. 새 신자 교육을 끝낸 이들을 온 성도가 축하해 주는 ‘헤븐리 파티’, 전도 축제인 ‘헤븐리 페스티벌’, 연합수련회인 ‘헤븐리 콘퍼런스’다.

지난해 한국에 어학연수 왔다 교회를 찾은 싱가포르 청년은 박 목사에게 의미 있는 제안도 했다. 싱가포르에도 큐브처치를 세워달라고 했다.

지난달 추석 연휴 때 청년 2명과 저가항공을 타고 싱가포르 쇼핑몰에서 공연했고 20여 명과 예배했다. 같은 달 30일 저녁 싱가포르 침례교회인 쉘터교회와 서강큐브가 영상으로 함께 예배했다. 오는 14일에도 대학로에서 쉘터교회와 예배한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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