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하다·죄송하다·열받는다" 너구리의 자책

윤민섭 2022. 10. 9. 22: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0/4/0밖에 안 떠오르네요.”

담원 기아 ‘너구리’ 장하권이 징동 게이밍(JDG)전 패배에 대해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담원 기아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훌루 시어터에서 열린 ‘2022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2일 차 경기에서 JDG에 패배했다. JDG에 B조 1위 자리를 내주고, G2와 공동 2위가 됐다.

초반 바텀 전투에서 상대에게 3킬을 헌납한 게 뼈아팠다. 게임이 길어지자 후반에 더 강한 조합을 뽑았던 JDG가 야금야금 담원 기아의 영역을 침범했다. 담원 기아는 후반 드래곤 전투에서 상대 딜러진을 막지 못하면서 결국 무릎을 꿇었다.

장하권은 이날 레넥톤을 플레이했다. 초반 라인전에서 ‘369’ 바이 자하오(오른) 상대로 주도권을 잡아 픽의 의미를 살리기도 했으나, 중반부 이후부터는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0/4/0의 아쉬운 KDA로 게임을 마무리했다. 경기 후 인터뷰룸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그는 “속상하다” “아쉽다”고 계속 자책했다.

-대회 두 번째 경기에서 JDG에 패배했다. 오늘 경기를 총평한다면.
“착잡한 마음이 앞선다. 인게임적으로 (바깥에서 보이는 것보다) 크게 졌다.”

-글로벌 골드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접전을 펼친 것 아닌가.
“상대 움직임에 관한 콜을 들으면서 ‘JDG가 배를 짼다’는 느낌을 지속해서 받았다. 저들은 배를 째면서 파밍 하는데 우리는 급해지더라. 상대 챔피언들의 후반 밸류가 좋았으므로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게임을 하면서 조금 답답함을 느꼈다. 개인 플레이도 아쉬웠다. 상대 움직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숙소로 돌아가 리플레이를 보며 팀원들과 얘기해봐야 (패인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도 열 받는다.”

-게임의 주도권이 넘어간 순간이 언제였다고 생각하나.
“초반에 바텀에서 서로 승부수를 던졌을 때다. 상대가 킬을 챙기면서 카이사의 ‘보물 사냥꾼’이 발동된 게 치명적이었다. 드래곤 한타 전에 상대 탑라이너와의 1대1 싸움에서 내 궁극기과 점멸이 빠진 것도 아쉬웠다. 강가를 지나며 그레이브즈의 존재를 인지했음에도 허무하게 죽었다. 잘린 장면이 많았다.
한타마다 내가 사이드와 본대 중 어디에 포지셔닝하는 게 좋을지를 놓고 생각을 많이 했다. 탱커가 두 명인만큼 나뉘어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 사이드에 있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본대에 합류해있는 게 더 좋았을까 싶기도 하다.
상대 원거리 딜러가 카이사여서 한타 진형을 넓게 쓸 수 있었다. 카이사가 나한테 궁극기를 쓰기 위해선 CC기인 오른이나 렐의 궁극기가 함께 활용돼야 하는데, 레넥톤으로 그런 스킬들을 유도해내면 나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경기 후 생각해보니 그런 플레이 때문에 팀원들이 불안했나 싶기도 하다.
레넥톤이란 챔피언 자체의 한계치도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끝나고 KDA를 보니까 0/4/0이더라.(웃음) 상대 탑라이너가 잘하긴 하더라. 내 궁극기와 점멸이 소모되는 각을 나는 못 봤다. 스무스하게 빠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상대의 라인전 디테일이나 견적을 짜는 능력이 좋다고 느꼈다.”

-드래곤 스틸 과정에서 탑·정글이 잡혀 내셔 남작 버프를 활용하지 못한 플레이가 아쉬웠다.
“나는 우리 조합을 봤을 때 내셔 남작 버프보다 드래곤 영혼의 가치가 크다고 생각했다. 조합 자체가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끝내기 쉽지 않았다. 세 번째 드래곤부터는 체력이 늘어나지 않나. 쓸모없는 카드인 레넥톤이나 마오카이를 던져넣어서 드래곤을 빼앗으면 좋겠다 싶었다. 시간을 벌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다. 두 명이 모두 죽은 건 치명적이었다. 실수고 못한 플레이가 맞다. 하지만 드래곤을 빼앗기도 해서…. 내셔 남작 버프를 활용한 플레이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쉽지 않았을 것이다.”

-JDG와는 곧 한 번 더 붙는다. 담원 기아가 어떤 점을 보완해와야 이길 수 있을까.
“JDG가 확실히 LPL 서머 시즌 우승팀답게 잘하더라. 기본 운영이나 라인 분배 등을 잘한다고 느꼈다. 다양한 부분에서 발전해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모르겠다. 숙소에 가서 리플레이를 돌려보면서 천천히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당장은 0/4/0밖에 안 떠오른다. 아쉽다. 너무 속상하다.”

-다음 상대는 이블 지니어스(EG)다. 부진하지만 저력이 있는 팀이다.
“EG 선수들의 개인 기량이 괜찮은 편인 것 같다. 탑라이너로 오랜 기간 좋은 모습을 보여준 ‘임팩트’ 정언영 선수와의 대결은 영광이라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서로 좋은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현재 탑라이너 메타를 어떻게 해석하나. 아트록스만 없으면 탱커가 활개 치는 모양새다.
“기본적으로는 브루저 메타라고 생각한다. 나는 두 판 모두 오른을 상대하긴 했다. ‘역시 롤드컵이 되면 오른인가’싶기도 하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브루저가 정답에 가깝지 않나 싶다. 기용 가능한 탱커가 많지는 않다. 그래도 쓸 수는 있다. 팀마다 충분히 활용할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린 것 같아 속상하고, 죄송하다. 꼭 이기고 싶은 경기였다. 출근길에 ‘행복 회로’도 돌리면서 왔기에 너무 아쉽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다. 더 발전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오늘은 죄송하다.”

뉴욕=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