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북클럽] 자산 축적하려면 수익률보다 '이것'이 중요하다
[이현우 기자]
"겨울 코트. 가난은 겨울옷으로 티가 나요. 여름엔 그럭저럭 남들 비슷하게 입을 수 있는데 겨울옷은 너무 비싸니까요."
tvN 토일드라마 <작은아씨들> 오인주(김고은 분)의 대사다. 겨울이 서러운 이들이 있다. 나는 비염 때문에 콧물이 나는 겨울이 싫기도 했지만 그럴싸해 보이는 겨울옷이 없는 겨울도 싫었다. 굳이 학교 경제 수업이 아니더라도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수 있었다.
옷가게와 신발가게를 지나면서 거리에서 눈으로 배웠고, 하나님도 헌금을 좋아하신다는 걸 교회에서 귀와 마음으로 배웠다. 명절마다 친척 어른들로부터 용돈을 받을 때면 새 지폐에서 나는 냄새가 그리도 좋았다.
'돈은 나와 하나님마저 춤추게 하는구나.'
돈이 생기면 어디에 돈을 쓸지 계획을 세우는 게 즐겁기만 했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돈이 우리 생각과 행동에 얼마나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두가 동의할 테다. 저마다 이유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시민기자 북클럽은 매월 주제에 따라 도서 한 권을 읽고 서평을 쓴다. 10월에는 '평소라면 절대 안 읽었을 책에 도전해본다'라는 콘셉트.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모건 하우절의 <돈의 심리학>. 이 책은 언젠가 아내가 추천해준 책이다. 당시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번뜩이듯 이 책이 떠올랐다.
주택, 자동차 말고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것
▲ 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지은이), 이지연 (옮긴이) |
ⓒ 인플루엔셜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이 도발적인 부제가 내 속을 묘하게 긁었다. 아마도 나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이 제목보다는 부제에 이끌려 책을 열어봤으리라 예상한다. 놀랍게도 원서의 부제는 'The Timeless lessons on Wealth, Greed, and Happiness'다. 직역하면 부와 욕심 그리고 행복에 관한 수업이다. 돈과 행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한다.
내 시간을 내 뜻대로 쓸 수 있다는 게 돈이 주는 가장 큰 배당금이다. (139p)
수긍이 간다. 당연한 사실임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동안 '돈'하면 온갖 화려한 상품들만 떠올랐다. 반짝이는 화려함에 가려져 정작 중요한 '시간'이라는 가치는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고려해온 어떤 객관적인 생활 조건보다, 내 삶을 내 뜻대로 살고 있다는 강력한 느낌이 행복이라는 긍정적 감정에는 더 믿을 만한 예측 변수였다. (140~141p)
시간은 돈이라는 격언이 있는데 한편 돈은 시간이기도 하다. 돈이 있으면 시간을 원하는 데에 쓸 수 있다.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돈을 많이 쓰기 위해서 부자가 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마음대로 쓰기 위해서 부자가 되어야 한다.
자산을 축적하려면 수익률보다 '이것'이 중요하다
이제 부를 쌓는 방법도 궁금하지 않은가. 저자는 여러 사례를 나열하지만, 여기서도 핵심은 시간이다. 일명 복리의 마법을 소개한다.
워런 버핏은 경이로운 투자자다. 그러나 그의 성공을 모두 투자 감각 덕으로만 돌린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다. 성공의 진짜 열쇠는 그가 무려 75년 동안 경이로운 투자자였다는 점이다. (89p)
모건 하우절이 말하는 답은 간단하다. 다름 아닌 시간과 복리의 힘. 박성진 이언투자자문 대표는 추천사에 '복리의 마법'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버핏과 사이먼스 사례를 보면 과연 '마법'이라 불릴 만도 하다. 부를 쌓는 데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시간과 복리의 힘에 따르는 것이다.
부자가 되기 위해 따라야 할 단순한 지침
대다수 사람들은 복리가 마법을 부릴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우리는 당장 혹은 가까운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는 간단한 방정식을 습득하는 데 몰두하게 된다. 마치 금융이 과학처럼 예측 가능한 영역 안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금융 시장은 부처님 손바닥 안에 들어갈 만한 것이 아니다. 금융 시장에 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바로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의 행동, 감정과 같은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투자의 성패에는 운이 반드시 작용한다. 저자는 돈의 세계와 우리 삶이 예측 불허하다는 것을 시종일관 주장한다. 따라서 책을 읽고 단 하나의 단어를 기억해야 한다면 바로 '겸손'이다. 겸손하라. 이 태도는 돈뿐만 아니라 삶을 대하는 데도 적용된다. 보물 찾기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김 빠지는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이 게 바로 진리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금융 조언은, 너나 대부분의 사람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399p)
책을 덮을 때쯤 되자 아내가 이 책을 추천해준 이유를 알 것만도 같다. 이 책은 하루 종일 돈 생각만 하는 사람부터 돈을 천대하는 사람까지 모두에게 돈에 관한 새로운 가르침을 줄 것이다. 나는 부를 쌓기 위해 시간을 쏟기 보다 시간을 벌기 위해 부를 쌓기로 결심했다. 지금 당장 계좌에 입금 내역이 찍힌다면, 나는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기뻐할 것이다. 다만 분명히 달라진 건 돈을 어떻게 관리해야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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