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고성 오간 새 교육과정 공청회..'역사‧성평등' 논란 계속될 듯
새 교육과정 시안 공청회가 폭력과 고성이 오가는 등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충돌 속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앞으로도 최종안 마련 전까지 2차 의견 수렴 등의 통로가 남아있어 역사와 성평등, 노동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진 ‘2022 개정교육과정 교과별‧총론 시안 공청회’가 지난 8일로 사실상 마무리 됐다. 교육부는 공청회 내용과 2차 국민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시안을 수정‧보완해 최종안을 만든다. 이후 지난달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12월 확정‧고시한다. 학교 현장에는 2024년 초등 1‧2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국악 홀대’ 논란이 불거진 음악 교과는 이견이 있는 부분을 병기한 시안에 대해 현재 의견 수렴 중이고, 14일까지 전자공청회가 이뤄진다.
총론에 ‘생태‧노동교육’ 명시 안 해
하지만 이를 두고 진보·보수 간 갈등이 격화돼 8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총론 시안 공청회가 파행됐다.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조위원장이 무대에서 “교육과정 총론시안에 노동을 삭제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고 말하자,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청되는 남성이 무대로 난입해 최 위원장을 밀쳤다. 또 다른 남성은 최 위원장의 마이크를 뺏으려고 하는 등 몸싸움이 이어졌다.
정보 과목 수업시수는 협의 거쳐 보완
과학고의 설립취지를 고려해 ‘통합과학’ 과목을 축소 편성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 그동안 전국과학고교장단협의회는 교육과정 편성의 자율성 확대를 주장해왔다. “일반계고와 똑같이 통합과학을 이수해야 해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연구진은 “다른 계열 특수목적고 및 다른 교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선행학습 분위기 조성의 우려가 있다”며 현재 시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정보 과목 수업시수 기준을 명시해달라는 요구는 타 교과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존안을 유지하되, 공청회와 2차 국민여론 수렴, 전문가 협의 등을 거쳐 보완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8월 ‘디지털 인재양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34시간인 중학교 정보과목 수업시수를 68시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과정 시안은 학교가 자율시간 등을 활용해 ‘68시간 이상 편성‧운영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어 사실상 수업시수가 제대로 확대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수학 ‘외분’ 빠지고 ‘행렬’ 포함
도덕교과 시안에서는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양성평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성평등’이라는 표현은 성전환이나 제3의 성을 인정하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덕과 정책연구진은 가치를 지향하는 도덕교과 특성을 고려해 ‘성평등’ 용어를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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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안 확정 후에도 진통 이어질 듯”
교육과정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같은 진보 성향의 교원단체는 새 교육과정에 ‘생태교육’ ‘노동교육’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역사교과의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 정부 수립’‘대한민국 수립’ ‘대한민국 건국’을 둘러싼 보수‧진보 간 논쟁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과정 개정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교육과정 설계는 전문적인 영역인데, 굳이 국민 의견을 수렴해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며 “명확한 기준 없이 무턱대고 하다 보면 교과 이기주의, 계층 간 이해, 이념 간 논쟁 등 갈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새 교육과정에 국민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합의점을 찾기보다 논란만 재연된 것 같다”며 “최종안이 확정된 이후에도 당분간 진통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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