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시 낭송을 했습니다

이숙자 2022. 10. 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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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시간여행 축제의 밤 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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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기자]

10월의 밤은 화려했다. 7일 금요일부터 군산은 시간여행 축제가 시작됐다. 10일까지 다양한 즐길거리가 많다. 코로나로 3년을 멈추었던 행사가 다시 시작된 날, 어제는 그동안 숨죽이고 집에만 갇혀있던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느낌이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사람이 넘쳐났다. 한동안 조용했던 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로 다시 살아났다. 

시간여행 축제 밤, 구경을 나온 사람들 거의가 젊은이들이다. 아마도 여행객도 있을 것이고 집에서 아이들 손 잡고 가족들과 구경 나온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사람 사는 세상 같아 보기 좋다. 유모차에 애기들까지. 사람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흐뭇하고 기쁘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했다. 

3년이란 세월동안 숨죽이며 기다려야 했다. 지루하고 긴 시간이었다. 삶이란 언제나 시작과 끝이 있다. 지금이라도 이처럼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살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새로 시작하는 듯한 우리의 일상들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역시 삶이란 혼자가 아닌 여럿이 다함께 어울리며 살아갈 때 사는 맛이 난다. 어젯밤에는 '한국시 낭송 문화 군산 예술원' 회원들의 시 낭송이 시간 여행 축제 무대에서 있었다. 별이 없는 까만 밤이지만 우리 회원들이 별이 되었다. 아름다운 시 낭송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하늘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시는 함축된 의미를 암시적으로 표현하는 '상상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비록 남의 시를 낭송하지만 그 시 안에 한 사람 삶의 내공이 표현된다. 시어들은 낭송하는 사람에 의해 다시 태어나는 느낌으로 사람 마음을 울리고 아리게 한다. 어느 시는 눈물까지 짓게 하는 마법을 지녔다. 이것이 시 낭송의 매력이다. 

사람은 저마다 각기 다른 인생의 깊이가 있다. 시 낭송은 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언어 예술이다. 시 낭송을 듣고 있으려니 마음이 아득해 오며 울컥하는 감동이 밀려온다. 살아온 세월만큼 사연이 많아서 그럴까? 한 사람 한 사람 삶을 토해내듯 낭송하는 시는 낭송가에 의해 별이 된다.

내 차례가 돌아오니 머리가 아주 하얗다. 수없이 외어 오던 시어들이 도망간 느낌이다. 폰을 꺼내여 시어들을 다시 소환한다. 사람들 앞에서 떨리지 않는 것은 내가 살아왔던 세월 때문이리라. 내 차례가 되어 무사히 시어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낭송을 마쳤다.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많은 회원들이 수고했다고 격려를 해준다. 민망하면서도 고맙다.
 
▲ 시 낭송 중 무대에서 시 낭송을 했다
ⓒ 이숙자
사실 나는 제일 나이 든 사람이며 낭송은 초보인 사람이다. 새로운 걸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인생은 참 모르는 일이다. 내가 시를 좋아는 하지만 낭송가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된다. 그러나 모든 일은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멈춤이 중요하고 아름답다는 것은 차를 공부하면서 알았다. 해야할 만큼, 감당할 만큼만 하려 한다.

회원들 모두가 열정을 다한 무대는 끝났다. 회원들 낭송하는 모습을 보니 세월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한결 같이 서로를 격려하고 고마워하는 분위기가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또 다른 인연에 감사하다. 역시 살아가는 일은 축제와 같다. 삶이 찬란하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인가? 내 노년에 이런 날들이 오리라 예상을 못했다. 마음 가득 행복한 마음이다.

시월은 언제나 낭만이 가득한 달이다. 시월 한가운데 멋진 축제를 하고 가을을 보낸다. 곧 있으면 시월의 마지막 날이 올 것이다. 한 계절이 갈 것이다. 시가 있는 시월의 밤은 아름다웠다. 하늘의 별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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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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