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중 3명은 장롱면허, 폐업은 속출..공인중개사 선발 방식 바꾼다
실제로 개업한 중개사는 4명 중 3명에 그쳐
국토교통부는 최근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인중개사 자격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앞두고 사전 규격을 공고했다.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따라 서비스 질이 악화되거나 과당 경쟁으로 인한 가격 왜곡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한 이후 전문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 기반도 미비해 전문 자격으로서 위상과 신뢰도 역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자격과 교육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인중개사는 최근 5년간 연평균 2만2200명씩 배출됐다. 주택관리사(1610명), 감정평가사(203명) 등 다른 국가 전문 자격에 합격자 배출 수가 훨씬 많았다. 반면 실제로 개업한 공인중개사 비율은 낮았다. 지난해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 보유자 총 49만3503명 가운데 11만9108명이 개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명 중 3명은 ‘장롱면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감정평가사의 경우 자격 보유자 90%가 개업한다는 점에서 공인중개사 자격증 활용률이 현저히 낮은 편이다.
공인중개사가 넘쳐나는 데 비해 최근에는 공인중개사를 끼지 않는 부동산 직거래가 늘었고 거래 절벽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어 공인중개사 다수가 경영난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중개 건수 감소로 수입이 줄면서 아예 문을 닫는 공인중개사사무소도 속출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간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994곳)가 신규 개업한 사무소(906곳)를 앞질렀다. 지역별로 보면 전국 17개 시도 중 광주와 대전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개업보다 폐·휴업이 많았다. 휴업을 제외한 순수 폐업 수치가 개업 중개사 숫자를 앞지른 것은 2019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해외 주요국의 공인중개사 제도와 국내 다른 국가 자격 시험 제도를 두루 살펴 중개사 공급 방안과 교육 시스템 개선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부동산 거래 건수, 매출액, 소득액, 인구 등을 고려해 적정 공인중개사 수를 산정해보고 이를 바탕으로 상대 평가 도입 방식이나 응시 자격 개선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 자격갱신제, 중개사고 삼진아웃제, 미종사자 자격 박탈 등 자격 관리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따져본다.
중개업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과도한 자격증 배출이 자격증 대여 문제나 전세 사기 등 중개사고 발생과 사실상 맞닿아 있어 업계 전반이 국민적 지탄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한 만큼 시장을 자율 정화하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는 국민 자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다루기에 그만큼 검증을 철저하게 해야 하는 직업 자격증이다. 자격증 소지자가 많아진다는 게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합격자 수 제한, 상대 평가제 도입 등의 자격증 수급 조절과 함께 보수 교육 강화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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