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의 낡은 책상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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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또는 수필, 소설 등을 쓰는 사람들이 모인 문학 단체에서는 보통 일 년에 한두 번 문학관을 관람하고 그 주변을 둘러보는 문학기행을 떠난다.
원서문학관은 시인이며 소설가인 오탁번 교수가 부인인 김은자 교수와 함께 자신의 모교인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백운초등학교의 폐교된 애련분교를 매입해 세운 문학관이다.
그 당시 한 학년이 올라갈 때까지 비어있었던 나의 옆자리, 그리고 넘어오지 말라며 책상 위에 그어 놓았던 칼자국이 아직도 나의 가슴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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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원 기자]
▲ 원서문학관 |
ⓒ 장진원 |
원서문학관은 시인이며 소설가인 오탁번 교수가 부인인 김은자 교수와 함께 자신의 모교인 충북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 백운초등학교의 폐교된 애련분교를 매입해 세운 문학관이다.
▲ 원서문학관 |
ⓒ 장진원 |
▲ 풍금과 양향숙 시인 |
ⓒ 장진원 |
폐교를 재활용하여 만든 문학관에는 학교에서 쓰던 오래된 물건들과 책들이 쌓여 있었고, 난로의 모습도 보여 몹시도 추웠던 겨울에 도시락을 높게 쌓아놓고 덥히던 생각도 났다. 그런데 그 추웠던 어린 시절의 겨울바람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나의 가슴을 찌르는듯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텅 빈 교실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책상과 걸상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옛 짝꿍 생각이 났다.
키가 크고 피부색이 유난히도 검었던 아이라서 '깜상'이라고 불렸던 친구였다. 그 친구는 '때 검사'라고 불렸던 위생 검사가 있었던 다음날부터 학교에 나타나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단순한 사고라고 했지만, 나를 비롯한 몇몇 친구들은 그 사연을 알고 있었다.
피부가 검고 배에 얼룩이 있었던 친구, '때 검사'에서 선생님은 얼룩을 때로 오인을 해서 그 아이를 코피가 나도록 때렸다. 억울함에 배를 움켜잡고 처절하게 울며 교실을 뛰쳐나간 그 아이는 그 이후로 학교에 돌아오지 않았다.
수십 년 만에 갑자기 떠오른 생각으로 한동안 멍하니 책상을 바라보았다. 그 당시 한 학년이 올라갈 때까지 비어있었던 나의 옆자리, 그리고 넘어오지 말라며 책상 위에 그어 놓았던 칼자국이 아직도 나의 가슴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싸울수록 더 친해졌던 옛 동무가 지금은 햇빛 되어 빈자리를 비추고 있는 것일까.
▲ 원서문학관 |
ⓒ 문임순 |
기다림
손잡고 뛰놀던 동무들
하나 둘 떠난 자리
창밖의 바람만 스치고
햇빛만 다녀가네
문임순 시인 (한국사진문학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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