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빚 내서라도 치는 가을골프?..골프장 부킹도 오픈런
[퍼즐] 서지명의 어쩌다 골퍼(6)
가을 골프는 빚을 내서라도 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누가 만든 말인진 몰라도 골퍼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그만큼 가을은 골프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덕분에 골프장 예약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아직 주체적으로 예약을 잡아본 경험이 적은 소극적인 골퍼지만 갖가지 골프장 예약 앱으로 슬쩍 검색해 봐도 그렇다. 주변에서 골프장 예약하기가 어렵다는 우는 소리도 자주 들린다.
“A 골프장 4주 전 9시 오픈 광클 고고, B 골프장 3주 전 9시 오픈 2팀 클릭갑시다.”
요즘 말마따나 골프장 부킹도 오픈런은 각오해야 한다. 골프장이 예약 플랫폼을 여는 시간을 기다려 클릭 대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 분 안에 예약이 마감되기 일쑤. 그러다 보니 미리 예약을 선점한 사람들이 웃돈을 받고 예약을 넘기는 일도 잦다. 실제로 골퍼들이 주로 이용하는 앱 게시판 등에는 연휴 기간이나 주말 골프장 라운딩 이용권이 직접 예약하는 가격보다 수만 원씩 웃돈이 붙은 상태로 올라와 있기도 하다. 마뜩잖지만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웃돈 얹은 예약권을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골퍼들이 늘었기 때문이고, 코로나19 이후 주춤했던 해외여행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주변에 이른바 MZ(밀레니얼세대+Z세대) 골퍼들이 늘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골프장에 중년의 남녀들, 특히 화려한 패션을 뽐내는 배 나온 아저씨 골퍼들이 북적였다면 요즘은 젊은 골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젊은 골퍼들이 늘어난 덕분에 관련 산업도 성장했는지 골프 의류나 장비를 광고하는 모델도 젊어졌다. 거짓말 좀 보태 한 주에 1개 이상의 골프 브랜드가 런칭하고 있다는 점도 그렇다. 주요 브랜드 역시 골프 라인을 출시하고 백화점이나 아울렛 등에도 골프매장이 주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올해 초 방영했던 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골프에 빠진 거로 묘사되기도 했는데 생업을 잠시 접어두고 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난다는 설정을 한 것만 봐도 산업의 성장성을 체감할 수 있다. 예전에는 돈 많은 사장님이 비즈니스를 하거나 여가를 보내는 공간으로 골프장이 설정됐다면 이제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빠질 수 있는 하나의 취미이자 스포츠의 영역으로 설정된 셈이다.
다만 성장에 정점을 찍었다는 말도 나온다. 부동산과 주식, 코인 등 자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갑이 가벼워진 젊은 세대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골프에 집중하던 사람들이 테니스로 옮겨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러나저러나 골프장 부킹 대란이 여전한 것으로 보니 절대적인 골프 인구가 늘어난 건 유효한 이야기인 듯하다.
역시 시장은 수요와 공급으로 돌아간다. 골퍼들이 늘자 골프장을 이용하는 가격도 무척 올랐다.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골퍼들이 몰리다 보니 골프장은 배짱 장사 중이다. 그린피도 캐디피도 조금씩 올리더니 주말엔 그린피 10만 원대를 찾기가 어렵다. 과거에는 잘 나가는 골프장 그린피가 20만원을 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그린피 20만원은 우습게 훌쩍 넘는 곳이 많다. 이른바 ‘국룰’ 12만원이던 캐디피는 어느새 13만원이 정가로 자리 잡았고 많게는 15만으로 올랐다. 필수로 따라붙는 카트피까지 더하면 라운딩 한 번에 30만원 쓰기가 일도 아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2022 레저백서'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국내 대중 골프장의 평균 그린피는 주중 17만3500원, 주말 22만1100원으로 2년 전보다 각각 29.3%, 22%씩 올랐다. 캐디피도 같은 기간 12만원에서 15만원으로 25% 인상됐다.
가난한 직딩 주말 골퍼에겐 무척 가혹한 대목이다. 골프가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싼 취미인 건 확실했다. 이 비싼 취미를 계속 지속해야 하는가, 아니 내 능력으로 지속할 수 있는가. 고민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 골린이 Tip
「
Q : 골프 라운딩 비용은 어떻게 구성되나?
일반적으로 골프장에 가서 라운딩할 때는 크게 3가지 비용을 내야 한다. 그린피(골프장 그린을 이용하는 가격), 카트피(골프장 이동 시 이용하는 카트), 캐디피(카트를 운전하고 채를 건네주는 등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는 캐디에게 지급하는 비용) 등이다. 그린피는 구장별로 위치와 명성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1인당 내야 하는 비용이다. 카트피는 10만원 내외, 캐디피는 13만원 수준인데 함께 라운딩을 하는 동반자가(일반적으로 4명) 함께 나눠서 낸다. 카트를 이용하지 않는 노카트, 캐디 없이 게임을 진행하는 노캐디로 라운딩을 할 수 있는 골프장도 있다.
」
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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