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동침은 기본?..위험 수위 넘나드는 연애 예능 [장수정의 장담]

장수정 2022. 10.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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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잠만 자는 사이'
티저 공개 후 시청자 우려 이어져

청춘 남녀의 썸 또는 싹트는 사랑의 감정을 포착하는 연애 리얼리티가 예능가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각 채널은 물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도 연애 예능을 대거 쏟아내면서, 이목을 끌기 위한 각종 차별화도 이뤄지고 있다. 헤어진 연인들을 다시 불러 모으는가 하면, 남녀를 사슬로 묶어 생활하게 하며 생겨나는 감정의 변화를 지켜보기도 한다.


이렇듯 다양한 고민이 이어지는 사이 연애 예능은 한층 풍성해지고, 이에 다채로운 즐거움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다만 이목을 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셉트도 이어지면서 시청자의 빈축을 사는 일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최근 방송 예고만으로도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진 작품이 있다. 웨이브 오리지널 예능 ‘잠만 자는 사이’가 그 주인공으로, 로맨스가 필요한 MZ세대들이 ‘식스 투 식스’(오후 6시~오전 6시) 밤 데이트를 다루는 예능이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영상에서는 ‘오늘 처음 만난 이성과 하룻밤을 보낸다면?’이라는 과감한 질문이 담겼으며,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자보고 만남 추구’로 풀이하면서 침대 위 손을 맞잡은 남녀를 포착하기도 했다.


솔직하고 당당함이 매력인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하겠다는 의도였겠지만, 남녀 동침을 콘셉트로 삼는 것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MZ세대도 공감하지 못하는 MZ세대 연애법’이라며 비꼬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그것이 MZ세대들이 추구하는 연애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방송 콘텐츠가 그 내용의 부적절함을 고려하지 않고 그대로 다루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앞서도 IHQ 예능프로그램 ‘에덴’이 남녀 혼숙 침대 데이트를 ‘차별화’로 내세워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미션의 우승자가 ‘침대 배정권’이라는 베네핏을 부여받게 되는데, 이때 반드시 이성이 함께 방에 배정돼야 한다는 규칙을 설정해둔 것. 이러한 규칙이 공개되자 한 남성 출연자가 “불편했다. 너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것 같았다”라고 불만을 표출할 만큼 자극적인 설정이었고, 이에 시청자들도 불편함을 호소했었다.


이별을 고민 중이거나, 이별한 커플들이 모여 짝을 바꿔 데이트하고, 외딴섬에 모여 화끈한 데이트를 하는 등 새로운 콘셉트를 내세운 연애 프로그램들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에 OTT와 케이블 채널은 기본, 지상파에서도 연애 예능을 하나쯤 선보이는 것은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지고 있다. 최근 KBS도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를 통해 헤어진 커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남녀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던 이전의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한층 다채로운 재미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혹은 사랑의 시작이 아닌 이별을 통해 관계를 새롭게 되짚어 보면서 또 다른 의미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관계를 고찰하면서 평범하게 접근했다면 알지 못했을 또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에덴’을 비롯해 체인에 묶여 밤과 낮을 함께 보내는 쿠팡플레이 ‘체인 리액션’ 등 도발적인 설정을 앞세운 프로그램들이 얼마나 깊이 있게 관계를 고민 중인지에는 물음표가 따라붙기도 한다. 노출을 조장하고, 이를 카메로라 전시하는 방식으로 비난을 받는 사례까지. 설정을 부각하다 인물의 감정을 놓치게 되고, 이에 콘셉트의 자극성만 남는 사례들도 생겨나고 있다.


물론 ‘남의 연애’, ‘메리 퀴어’와 같이 흐름을 새롭게 이어나가기 위해 그간 터부시 했던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루는 등 방송가의 고민이 때로는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하는 사례도 없지는 않다.


그럼에도 일부 프로그램이 ‘화제만 모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얄팍한 방식들을 활용하면서 시청자들의 피로도도 만만치 않게 높아지는 중이다. 쏟아지는 연애 예능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접하는 사이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얄팍한 방식으로 그들을 설득하려는 어설픈 시도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연애 세포를 없애는 흐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인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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